더 이상 두고 볼 순 없다, 유전대졸 무전고졸!

지난 2월 한 대학생이 자취방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의 방에서는 복권과 학자금 대출 관련 서류들이 발견됐다. 지난 2008년에는 아버지가 딸을 목 졸라 살해하고 자신도 목을 맸다. 딸은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사채업자에게 3백만원을 빌렸으나 이자를 감당할 수 없었다. 협박에 못 이긴 딸은 유흥업소에서 일을 했지만 빚을 갚지 못했다. 사채업자들은 아버지를 찾아갔고 아버지는 충격에 사건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등록금으로 인해 목숨을 버리는 일에 더 이상 우리나라 국민들은 놀라지 않는다. 대학 정보공시 사이트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우리대학교는 2010년 기준 연평균 9백74만원의 등록금을 받는다. 올해 우리대학교는 등록금을 동결했지만 인문사회계열 신입생이 입학금을 포함해 내야 하는 연간 등록금은 8백35만원이다. 이는 전국 최고 수준이다. 한편 학교 측에서는 재학생 수를 고려하지 않는 교육과학기술부의 등록금 산출방식에 대해 문제제기를 한 바 있다.

등록금 책정은 총장 마음?!

동국대는 지난 1월 등록금을 4.9% 인상한다고 발표했지만 2월 신임 총장이 부임하면서  2.8%로 인상폭이 낮아졌다. 고려대에서는 기획예산처 예산조정팀장이 등록금은 총장이 결정하는 것이라고 발언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결국 등록금 5.1% 인상안이 학교 측의 일방적 결정으로 2.9%로 낮아졌다. 우리대학교도 2011년도 가예산안이 지난해보다 2백억원 가량 초과돼 등록금 인상이 불가피했다. 하지만 총학생회(아래 총학)는 단식투쟁을 계획하며 강력하게 등록금 동결을 요구했다. 결국 김한중 총장과의 면담을 통해 등록금 동결을 결정짓게 됐다. 실제 현행법상도 등록금 책정 권한은 해당 대학 총장에게 있다.

대학알리미에 공개돼 있는 대학등록금 산정 근거 또한 부실하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열두 항목에 걸쳐 등록금 책정 고려 요소를 기입하도록 하고 있다. 항목에는 △물가 인상률 △인건비 증감률 △전년도 등록금 수준 등이 있으며 ‘예, 아니오’로 답하도록 돼있다. 항목 중에는 △타 대학 등록금 수준도 있어 대학 간의 등록금 담합을 조장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기획실장 김정오 교수(법과대·법철학)는 “이번에 신설된 약학대의 경우 다른 대학의 약학대와 비슷한 수준으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올해 우리대학교 약학대의 등록금은 입학금 포함 6백61만원으로 신설 약대 중 동국대, 고려대, 아주대에 이어 네 번째로 높은 금액이다. 이에 대해 박미선(약학·09)씨는 “등록금 책정 과정에 대해 전혀 몰랐다”며 “의·치의예 및 UIC와 달리 기숙사비를 내고 있기 때문에 등록금 부담이 더욱 크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유명무실한 등심위

김 교수는 “등록금은 한 사람의 결정으로 내릴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등록금심의위원회를 통해 학생들과 합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등록금심의위원회(아래 등심위)는 대학별로 수업료와 그 밖의 납부금(아래 등록금)을 정할 때 이를 심의하는 기구로 지난 2010년 고등교육법 개정으로 각 대학은 반드시 설치해야 한다. 하지만 참여연대 이선희 간사는 “올해 실제로 등심위를 설치한 대학은 얼마 없다”며 “파행적으로 구성된 곳도 많기 때문에 투명한 운영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화여대 등에서는 학교 측의 일방적인 위원 구성으로 학생들은 등심위 참여를 거부했다. 고려대 또한 세 차례의 등심위가 열렸지만 결국 학교와 학생의 입장 차만 확인했을 뿐이다. 이후 학교는 2.9% 인상안을 일방적으로 학생들에게 통보했다.

우리대학교의 등심위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 비교적 이른 시기인 지난 1월에 1차 등심위가 열렸다. 구성원도 학생 측 5명, 교직원 측 5명, 학교추천 전문가 1명으로 나름대로 구성비를 맞췄다. 하지만 총학생회 정책국장 황서연(경영/사회·08)씨는 “등심위 자체가 의결권이 없는 단순 심의기구라는 것에 한계가 있다”며 “정부가 등심위에 대한 세부규칙도 마련해 놓지 않아 학교가 파행적으로 운영해도 제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교육과학기술부(아래 교과부)는 구체적인 규정 없이 나머지 사항은 학칙으로 정한다며 등심위 운영권을 대학 측에 위임해버렸다. 교과부 관계자는 “등심위 운영이 미흡한지 아닌지는 상대적인 문제”라며 “등심위 설치 여부에 대해서는 현황을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개강한지 한 달이 다 돼가는 시점에서 등심위 구성여부를 파악하고 있는 늑장대처에 학생들의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박아무개(정외·07)씨는 “정부에서 사립학교에 대해 제재할 의지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등록금 동결, 그게 정말이니?

올해 우리대학교는 학부와 일반대학원의 등록금을 동결했다. 하지만 특수대학원과 전문대학원은 등록금을 3%씩 인상했다. 또한 기존에 이과대 소속이었던 의예·치의예과 학생들의 단위가 송도로 이전하면서 각각 의과대와 치과대 소속으로 변경됐다. 이에 따라 이과대와 같은 수준에서 등록금을 납부했던 의예·치의예과 1학년 학생들은 의과대, 치과대와 같은 수준인 6백여만원을 납부해야만 했다. 이에 대해 박성훈(의예·11)씨는 “국제캠으로 오면서 등록금이 올랐다고 생각했다”며 “상승액만큼의 질적인 변화가 있는지는 의문이며 이런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상승은 옳지 못하다”고 말했다.

또한 지난 2010년에 운영됐던 ‘10억 특별장학기금’의 제도화는 불투명한 상태다. 이에 따라 이번 1학기 장학금 신청과정에서 장학금 컷이 올라갔다는 학생들 의견이 있었다. 황씨는 “작년에는 가계곤란 장학금인 자유장학금 수혜대상들의 일부가 10억 장학금을 받았는데 올해에는 특별 장학금이 없어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확대간부수련회에서 학생복지처장 안강현 교수(법과대·상법)가 10억 장학금을 확보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황씨는 “장학취업팀 김기준 과장과의 면담에서 대학역량강화사업에 선정되면 장학금이 확보될 수 있을 것이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획실장 김 교수는 “작년에 등록금을 인상한 것에 대한 보상 차원에서 10억 특별장학금을 지급했던 것”이라며 “동결된 현 상황에서 이를 주겠다고 약속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등록금 인상근거, 사실은…

김 교수는 “매년 물가는 오르고 전기, 가스와 같은 에너지 비용도 계속 상승하기 때문에 등록금을 올릴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지난 2월 민주당 김춘진 의원실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6년부터 2010년까지 5년 간 등록금 인상률은 우리대학교가 26.2%로 서울 주요 사립 대학 중에 가장 높다. 이는 물가 상승률을 훨씬 상회하는 수준으로 학교 측의 입장은 납득하기 어렵다. 실제로 지난 2006년 소비자물가상승률은 2.2%인데 반해 우리대학교는 등록금을 12% 인상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학교측 관계자는 “2011년 등록금이 동결됐기 때문에 2007년부터 5년간 등록금 인상률을 계산하면  물가상승률을 크게 상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한 학교 측은 학생의 교육권 향상을 위한 시설을 신축 및 개·보수하기 위해 등록금을 인상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이에 참여연대 이 간사는 “사립대학은 학교법인이 운영하는 대학으로 학교법인은 자신이 설립·운영하는 학교에 필요한 시설을 갖출 의무가 있다고 법에 명시돼 있다”며 “학생들은 4년 후에 졸업하는 입장인데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건물을 건축하면 결국 학교법인의 재산만 부풀리는 꼴”이라고 말했다. 물론 사립학교법 13조에 의거하면 학교 교육에 직접 필요한 시설·설비를 위한 경비를 교비회계에서 지출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하위 법의 미비한 점을 이용해 상위법을 교묘하게 회피하고 있는 행태다.

떼려야 뗄 수 없는 등록금과 법인재산

한편 일부 학생들은 학교의 적립금을 학생들을 위해 사용하라고 말한다. 하나의 법인은 법인 산하에 있는 기금을 통합하라는 사립대학 회계 특례 규칙에 의해 우리대학교는 의료원 기금과 통합해 2010년 기준 5천1백13억원의 적립금을 쌓아두고 있다. 하지만 기획실 예산팀 한미경 팀장은 “기부금으로 구성되는 적립금은 대부분 사용처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마음대로 쓸 수가 없다”고 말했다. 기획실장 김 교수도 “하버드 대학의 많은 학생들이 장학금으로 학교를 다닐 수 있는 것은 33조에 이르는 학교의 적립금 수익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학교의 기금은 투자를 통해 이익을 낼 수 있도록 법에 의해서도 허용이 됐는데 사람들은 사립대학이 이윤 추구를 위한 투자를 하면 안된다고 말한다”며 “적립금을 갖고 이익을 발생시켜 적립금이 커져야 등록금 의존율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언제까지 적립금을 쌓아야 등록금 부담이 줄어들 것이냐는 질문에 김 교수는 “현재 그건 알 수 없다”고 답했다.

지난 2007년 말 교육부는 사립대학의 적립금을 주식 등 수익성 높은 금융상품에 투자할 수 있도록 관련 법규를 개정했다. 이를 통해 대학들은 적립금으로 주식이나 펀드를 통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교비회계 적립금을 가지고 투자한 후에 손실이 발생했을 경우에 그것을 누가 책임질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또한 2009년 기준 우리대학교의 적립금 구성비율을 보면 연구적립금이 32.7%, 건축적립금이 36.6%, 장학적립금이 14.9%, 기타 15.8%로 실제 적립금의 투자를 통해 계속해서 늘어나게 되는 것은 건축적립금이지 장학적립금이 아니다. 참여연대 이 간사는 “적립금을 쌓는 것이 장학금을 위한 것이라면 일부 수긍할 수 있겠지만 대부분이 건축적립금으로 이뤄져있는 현실을 볼 때 법인 재산 불리기로 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사립대학들은 등심위를 합리적으로 구성하고 등심위에 의거해 등록금을 책정해야 한다. 적립금도 계속해서 쌓기만 할 것이 아니라 사용 내역에 대해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우리나라 고등학생의 대학진학률이 80%를 웃도는 지금, 대학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그렇기 때문에 대학교육은 공공재의 성격으로 접근해야 한다. 이에 따라 정부와 사립대학은 고등교육비를 학생과 학부모에게 전가하지 말아야 한다.

이해인 기자 olleh@yonsei.ac.kr
그림 김진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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