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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도샘, 청춘을 말하다“끝없이 부딪히고 아파하며 자신을 찾아가라”
  • 김민경 기자
  • 승인 2011.03.26 18:47
  • 호수 1657
  • 댓글 0

요즘 서점가에서는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책이 화제다. 흔히 볼 수 있는 자기계발 서적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저자가 하는 얘기가 좀 남다르다. 목표를 위해 돌진하라고 말하지 않으며, 시간을 칼같이 쪼개 쓰라고 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더 많이 흔들리고, 불안하고, 아파보라고. 그것이 청춘이라고 말한다. 이 특이한 조언의 주인공인 김난도 교수를 만나 진정한 청춘의 의미에 대해 물었다. 누구나 해줄 수 있는 ‘덕담’을 피하고 싶어, 청춘 중에서도 대학생, 콕 찝어 새내기들이 가질 수 있는 고민에 대해.

그대, 대학에 왜 왔는가?

Q. 치열한 입시과정을 거쳐 대학에 들어왔지만 정작 왜 대학에 가야하는지에 대해 고민해본 학생은 많지 않다. ‘대학’에서 우리가 가져가야 할 것은 무엇인가.
대학의 본질이 무엇인지에 대해 되돌아볼 시점이다. 13세기에 학문공동체로 시작한 대학은 자유롭고 비판적인 지성을 양성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도구적 지식이 아닌 근원적 지식을 모색해야 한다는 뜻이다. 한 걸음 떨어져 사회를 비판할 수 있는 교수와 비교적 자유로운 대학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학생들은 근원적 지식을 탐해야 한다. 가끔 회사 CEO들 중에 ‘신입사원들이 업무에 필요한 지식이 부족하다며 대학이 무얼 가르치느냐’ 묻는 사람들이 있다. 난 그런 질문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스티브 잡스를 예로 들어보자. iPod을 만든 것은 그 사람의 철학이지 ‘MP3를 잘 만드는 강좌’를 수강한 결과가 아니다.

Q. 그럼 근원적 지식을 모색하기 위해 학생들은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가.
폭넓은 강의와 독서를 들 수 있다. 강의는 어디에서도 얻을 수 없는 지적 자극을 제공한다. 학생들은 대학 안에서 이것저것 골라가며 강의를 듣고 지식을 얻을 수 있다. 이렇게 좋은 환경을 두고도 학생들은 학점 잘주는 강의, 재밌는 강의, 취업에 도움되는 강의만을 선택한다. 나는 학생들이 자신의 지성을 기를 수 있는 강의를 수강하기를 바란다. 자유롭고 폭넓은 독서 역시 비판적인 사고를 확장하는데 도움을 준다.

Q. 좋은 환경이 갖추어졌다고 하지만 근원적 지식을 키우기 위한 노력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
운동권이 큰 흐름이였던 과거 대학에서는 학생사회 안에서 지식의 교류가 가능했다. 안타깝게도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 결국은 개인의 주체성이 요구된다. 요즘 학생들은 공부는 잘하지만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미숙하다. 적극적으로 노력하지 않으니 스스로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도 모르는 것이다. 꿈과 목표는 찾아내는게 아니라 조금씩 쌓아올리는 것이다. 다양한 시도를 통해 자신의 관심에 대해 탐색하고 역량을 키우다 보면 자기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영역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꿈이 실현될 때가 있다. 학생들은 빨리 자기의 꿈을 확정하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해야한다고 믿는 경향이 있는데 그렇지 않다. 다양한 경험과 모색을 통해 꿈을 만들어 가는 것이 대학생이 할 일이다.

Q. 좋은 얘기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대학생들은 쫓기는 기분을 느끼며 살지 않는가.
학생들은 빨리 무언가를 이루지 못하면 ‘루저’가 될지도 모른다는 공포를 갖고 있다. 그 점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불안을 거두었으면 좋겠다. 다른 사람 눈에 나는 성공가도만 달려온 교수로 보일 것이다. 하지만 나도 35살이 될 때까지 밥벌이도 못하는 가장이었다. 학생들에게 나 같은 삶을 권유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이런 삶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고 불안해 하지 말라고 위로하고 싶다. 하지만 당장 대학생들에게 내 위로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깨달음은 항상 조금 늦게 오는 법이다. 재밌는 사실은 내 책에 가장 폭팔적인 반응을 보이는 연령층은 20대가 아니라 30대라는 점이다. 30대 독자들은 자신들이 20대였던 시절에 이런 책을 만났더라면 좋았을 것이라 말한다. 하지만 그들도 20대일때 내 책을 만났더라면 지금의 대학생들처럼 불안해 했을 것이다. 나도 그랬다. 미국에서 유학할 때 하루빨리 학위를 받고 귀국해서 교수가 되는 생각만을 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니 그때 내가 좀 덜 서두르고 여러 가지 경험을 더 많이 했다면 아마 지금쯤 훨씬 좋은 교수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대, 그리고 전공

Q. 대학에 전공을 통해 진로를 설정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스스로에게 너무 맞지 않는 전공이라면 과감하게 바꿀 것을 권한다. 하지만 가끔 자신에 대한 진지한 탐구 없이 단순히 더 이름있는 학교, 인기있는 학과로 옮기려는 학생들을 본다. 그런 방법을 통해 더 좋은 직장을 구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데 정작 중요한 것은 자신의 전공과 무엇을 연결시키면 더 ‘유니크’한 인재가 될 수 있을지 생각하는 것이다. 내가 아는 교수 중에 프랑스에서 한국어교육을 전공해 전 세계를 돌며 강의하는 분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한국어교육과를 나오면 국어선생님이 되는 것이라 생각하지만 지금 그 분은 ‘외국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방법’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국어교육학적 지식과 외국어 실력이 결합돼 독창적인 인재가 된 것이다.

그대, 그리고 그대의 사람들

Q.대학에 오니 인간관계의 폭이 다양하다. 과 동기부터 동아리 선배에 이르기까지 대학에서 인간관계를 잘 만드는 방법은 무엇인가.
요즘 학생들에게 부족한 것 중 하나가 사람을 대하는 기술이다. 과거와 달리 형제자매가 적은 환경에서 자라고 학원에서 친구를 사귄다. 단언하는데, 인간관계도 연습하고 배워나가는 것이다. 나도 수차례 좌절하고 부단히 연습하면서 좋은 인간관계를 만들어 나가는 법을 배웠다. 내가 이만큼 줬는데 넌 왜 그렇게 못하냐고 생각하기 시작하면 관계는 지속될 수 없다. 상대가 너무 이기적이면 그 관계를 끝낼 필요도 있다. 하지만 좋은 관계를 만들고 싶다면 서로가 잘해준 점을 기억하고 마음을 투자해야 한다.

Q. 좋은 관계를 위한 연습은 사람을 만나는 것을 의미하는가.
만나서 부딪히는 방법밖에 없다. 요즘 학생중에는 오히려 혼자가 편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세상은 혼자 사는 곳이 아니다. 자신이 아무리 능력있다고 해도 사람들의 마음을 살 수 없으면 외롭다. 그래서 끝없이 부딪히며 배워야 한다. 어울림과 멘토가 되는 것은 다르다. 몇 년 터울의 선배 보다는 한 분야에 깊게 알고 있고 다양한 방법을 제시할 수 있는 교수에게 적극적으로 찾아가 조언을 구하라. 나는 교수들이 성심 성의껏 답해줄 것이라 의심치 않는다.

진리는 단순하지만 그 실천은 어렵다. 김 교수의 이야기는 단순했다. 진로에 대한 고민에는 “정말 니가 하고 싶은 일을 해라”는 답이 돌아왔고 사람에 대한 고민에는 “어쩔 수 없다. 부딪히고 넘어지며 배워라”고 말했다. 누구나 자신만의 고민을 안고 살아간다. 내가 이만큼 아프다고 투정부릴 때 너무 쉽게 ‘원래 그런거다’라는 답은 말은 좀 야속하게 느껴질 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김 교수의 말이 많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그 답 속에 김 교수의 지난 고민이 묻어있고 청춘을 걱정하는 따듯한 시선이 담겨있기 때문일 것이다.



김민경 기자 penny9109@yonsei.ac.kr
사진 박동규 기자 ddonggu777@yonsei.ac.kr

김민경 기자  penny9109@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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