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받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예산이 부족해 어쩔 수 없이 받고있는 유혹, 스폰

학생회 예산은 학생회비 1만 원에서 특별공동예산을 제외하고 남은 돈을 총학생회(아래 총학)와 각 단과대에 분배하는 방식으로 정해진다. 분배된 예산은 단과대 크기에 따라 적게는 1백50만 원에서 6백만 원까지 배정된 다. 그러나 단과대 회장들은 학교로부터 받는 돈으로만학생회를 운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 2010년 사과대 학생회장을 맡았던 총학 대외협력국장 이연상(사회·07)씨는 “학생회가 과거의 정치적인 성격에서 요즘은 서비스센터의 성격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의 입맛에 맞는 복지사업들이증가하다보니 필요한 예산도 더욱 늘어났다는 것이다.

지난 2004년부터 2006년까지는 대외협력처에서 공식적으로 기업으로부터 광고형식의 스폰을 받아서 각 단과대 학생회와 총학에게 일정 부분을 분배해주기도 했다. 대외협력팀 엄태진 차장은 “업무시스템을 개편하면서 스폰업무가 여러 부처로 분담됐다”며 “더이상 대외협력처에서 스폰업무를 대행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한 엄 차장은 “학교에서는 공식적으로 스폰을 받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학생들이 동문들에게 과도하게 이메일을 보내면서 벌어진 불미스러운 일들과 불필요한 오해들이 생겼기 때문이다. 엄 차장은 “명분이 있는 지원과 후원을 받자는 쪽으로 학교의 방침이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공식적 스폰 중단, 부족한 학생회 예산

학생회비가 쓰이는 곳은 대체적으로 △공약이행 △새내기 새로 배움터(아래 새터) △단과대 축제 △간식사업, 우산대여 같은 복지사업 △A4용지, 잉크토너 같은 유지비품이다. 공과대 학생회장 장상석(컴퓨터·09)씨는 “단과대 축제를 위해 무대와 음향설치를 하는 데만 약 3백만 원이 든다”며 “이는 한 학기 받는 학생회 예산의 절반이 넘어가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또한 장씨는 “공과대 도서관에 작년부터 설치된 키오스크의 유지비도 학생회비로 충당해야 하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상경대 학생회장 김동민(경영·09)씨도 “봄과 가을에 하는 상록제와 공약을 이행하기 위한 비용에 예산이 가장 많이 필요하다”면서 “해가 지날수록 학생들의 요구사항이 점점 늘어나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문과대는 예산이 부족해 비품도 바꾸지 못하는 실정이다. 문과대 학생회장 윤애숙(국문·08)씨는 “학생회실 안의 컴퓨터가 고장난 지 오래됐는데 예산도 없고 지원도 되지 않아 학생회 구성원들의 사비로 샀다”며 “우산대여도 체육비품대여사업도 도구들을 보충할 수 없어 유지하기 어렵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윤씨는 “상황이 이렇다보니 복지 관련 공약은 내지도 못한다”고 털어놨다.


전문인력 동원해 스폰 구하기

이에 총학 대외협력국장 이씨는 “스폰비가 없다면 학생회는 원활히 운영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학생들이 직접 발로 뛰어 광고를 받아내기란 어렵다. 공과대 학생회장 장씨는 “스폰을 받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실무가 뒤따른다”며 “학생회가 처음부터 시작하려고 해도 지금 하고 있는 업무가 너무 많아서 엄두를 못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단과대들은 스폰업무를 전담하는 광고대행사와 계약을 맺는 형태로 위와 같은 문제를 해결한다. 광고대행사와의 계약은 단과대별로 상이하게 이뤄진다.

상경대 학생회장 김씨는 “새터, 대동제, 상록제, 연고전 자료집에 들어가는 광고로 일정 금액의 스폰을 받는다”며 “들어온 광고비의 40%를 스폰으로 받고 60%는 회사가 가져가는 형식”이라고 말했다. 공대는 면수에 따라 계약하는 방식을 취한다. 공과대 학생회장 장씨는 “자료집에 6면을 광고로 채워주는 대신 2백50만 원에서 3백만 원을 받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연고전 같이광고가 많이 들어올 경우 당초 계약인 6면이 넘어가면 다른 분배방식이 적용된다.

새터 자료집에 실린 광고. 대부분의 단과대에서는 이와 같은 광고를 통해 일정 금액의 스폰을 받아 부족한 예산을 충당한다.

마냥 믿을 수만은 없는 광고대행사

스폰을 효율적으로 받기 위해 외부회사를 고용하지만 회사 때문에 문제가 발생되기도 한다. 생명대 학생회장 구승현(생물·09)씨는 “광고대행사에서 1백50만 원 중 80만 원은 선불로 받았다”며 “하지만 나머지 70만원은 회사가 망해 언제 받을 수 있을지 기약이 없다”고 말했다. 구씨는 이어 “같은 회사와 계약한 사과대와 이과대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공과대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공과대 학생회장 장씨는 “새터비용으로 받아야할 스폰비 4백만 원을 회사가 어려워져 아직 못 받았다”며 “어떻게든 마련해 주겠다고는 하지만 기약이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문과대는 광고대행사와 계약을 맺는 것조차 여의치 않다. 문과대 학생회장 윤씨는 “광고대행사에서 계약 자체를 거부한다”며 “문과대를 위한 스폰은 얻기가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총학도 예산이 부족하기 때문에 스폰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총학은 광고대행사와 계약을 하지 않는 대신 스폰업무를 전담하는 직원을 두고 있다. 총학 대외협력국장 이씨는 “모든 진행 사항을 총학이 검토할 수 있는 점이 외부회사와 계약하는 것 보다 더 낫다”는 의견을 밝혔다.

아직은 공개하기 어려운 스폰 예결산

단과대 학생회와 총학은 현재까지 스폰에 대한 예결산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에 상경대 학생회장 김씨는
“학생회에 상업적인 이미지가 생길 수 있고 아무리 투명하게 공개해도 재정에 대한 신뢰를 잃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공과대는 현재 스폰 예결산의 공개를 논의중이다. 공과대 학생회장 장씨는 “그러나 아직은 밝히는 것에 회의적인 분위기”라며 “학생회가 학생들의 신뢰를 얻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죠…”라고 말끝을 흐렸다.

학생회비는 동일한데 학생회의 규모는 점점 커지고 있다. 학생회비를 올리거나 학생들의 기대를 낮춰야 하
는데 모두 여의치 않다. 낮은 학생회 예산으로 높은 학생들의 요구를 맞추기 위해 각 단과대 학생회는 어려움에 처해 있다. 총학 대외협력국장 이씨는 “학생회의 사업규모는 점점 커질 것”이라며 “올해 당선된 학생회들의 규모가 지금까지 가장 크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이계속된다면 예산에서 스폰이 차지하는 비중이 더욱 더 커질 수도 있다. 현실에서 스폰을 거부할 수는 없다. 따라서 스폰을 공개하고 그 필요성을 학생들에게 설득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주혜민 기자
hallo@yonsei.ac.kr
자료사진 연세춘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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