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여섯살 때, 이 책을 읽고 자살을 심각하게 고민했어요.” 한순구 교수(상경대·미시경제학)는 『이기적 유전자』를 딱 한 번 읽어봤을 뿐이지만 그에게 있어 이 책은 충격적이었다.

리처드 도킨스가 쓴 『이기적 유전자』의 핵심 내용은 우리 삶의 목적이 ‘유전자 생존’이라는 것이다. 유전자들은 자연선택에서 살아남기 위해 경쟁해야 하며, 이 경쟁을 유리하게 하기 위해 동물이나 식물을 숙주로 삼는다.

결국 이 책은 인간이 유전자 생존을 위한 숙주에 불과하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한 교수는 이 책을 읽으며 평소 종교 활동도 하지 않고 실존에 대한 질문도 던져본 적 없이 자신의 길을 달려오기만 했던 그의 삶을 되돌아보게 됐다. 온전히 스스로의 것인 줄 알았던 삶이 결국은 유전자 숙주 역할에 불과했다는 것이 그를 허무하게 했다. 자살충동까지 느끼게 할 만큼, 이 책의 논리는 강력했고 반박하기 어려웠다. 이 책을 추천한 지도교수를 찾아가 ‘인생이 허무해졌다’라고 불평하자, 교수는 ‘인간이 비록 유전자의 숙주지만, 숙주 중 가장 정교하므로 다른 존재보다는 살만한 가치가 있을것’이라는 대답을 했다.

순진하던 젊은 시절, 이 책으로 인해 한 교수의 인생철학은 바뀌었다. “내 40여 년의 인생 동안 가장 충격적인 책이었다”는 『이기적 유전자』와 함께 ‘나’를 진지하게 마주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김유진 기자 lcholic@yonsei.ac.kr
자료사진 을유문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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