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론의 ‘열렬한 추종자’ 기하서 교수를 만나다

영화 『박사가 사랑한 수식』에 등장하는 아키라 박사는 80분밖에 유지되지 않는 기억을 잊지 않기 위해 언제나 칠판에 무언가를 끄적인다. 칠판은 항상 그의 모든 것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우리대학교 연구실에도 한 사람의 모든 생각을 칠판 위에 옮기는 곳이 있다. 바로 과학관 2층에 자리 잡은 수학과 교수들의 연구실이다. 기하서 교수(이과대·해석적정수론 및 해석학)의 연구실에는 한쪽 벽을 가득 채운 칠판과 책상 한 켠 높이 쌓인 책들로 가득하다.


기 교수는 현재 우리대학교에서 정수론을 연구하며 가르치고 있다. 그는 스스로 ‘정수론이 자기 인생의 전부’라고 할 정도로 이를 연구한다는 자부심이 대단했다. “정수론은 소수를 비롯한 정수의 모든 것을 다루는 학문”이라며 정수론에 대한 설명을 시작한 그는 “널리 알려진 골드 바하 예상*이나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가 바로 정수론에 관한 문제”라고 말했다. 이에 덧붙여 “정수론은 다른 수학적 방법을 평가할 수 있는 중요한 척도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정수론의 학문적 중요성을 강조했다.

기 교수는 특히 리만 가설에 관심을 갖고 연구하고 있다. 이는 1859년 독일의 수학자 리만이 제기한 것으로 소수의 분포에 대해 설명을 시도하는 방법이다. 리만 가설이 수학 7대 난제 중 하나로 꼽히기 때문에, 기 교수가 리만 가설을 연구한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상당히 유명하다. 정수론에 대한 자부심과 애정을 보였던 그도 리만 가설을 연구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고 한다. 그는 “공부하는 양에 비해 보람을 느끼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언젠가 느낄 짜릿한 수학의 맛을 알기에 계속 수학을 할 수밖에 없다”며 “리만 가설과 관련된 연구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캘리포니아 공과대학(아래 칼텍)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기 교수는 칼텍에서 봤던 학생들과 우리대학교 학생들을 비교하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칼텍에는 분명히 뛰어난 학생들이 모여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우리대학교에도 충분히 그럴 능력을 갖춘 학생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대학교 학생들에게는 칼텍 학생들에게서 봤던 끈기가 없다”며 아쉬움을 표한 그는 “수학에 투자하는 시간과 노력을 늘린다면 충분히 그들과 경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바람을 드러냈다.


수학이라는 학문은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짧게는 6개월에서 길게는 1년이 넘는 시간이 필요한 경우가 허다하다. 그렇기 때문에 연구 성과가 크게 눈에 띄지 않기도 하다. 그러나 기 교수는 “다른 사람들의 말에 신경 쓰지 않고 스스로의 길을 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가 강조한 노력과 의지를 보이며 오늘도 계속 수학이라는 길을 꿋꿋이 걸어 나간다.

*골드 바하 예상 : 4 이상의 모든 짝수는 두 개의 소수의 합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가설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 고차 다항방정식의 일반적 정리로 페르마가 “나는 이 명제에 관해 놀라운 증명을 찾아냈으나 여백이 부족해 적지 않는다”고 말해 유명해진 정리. 지난 1994년 영국의 수학자 앤드루 와일스가 증명을 찾았다.

 

 

이재호 기자 20thc.boys@yonsei.ac.kr
사진 김민경 기자 penny9109@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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