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복이 새로운 한류의 주역으로 떠올랐다. 파리 패션쇼에 한복 디자이너가 진출하는가 하면 지난 2003년 드라마 ‘대장금’을 필두로 사극들이 해외로 수출되면서 한복의 문화 콘텐츠로서의 가치가 제고되고 있다. 한복산업마케팅연구소 박현주 소장은 “한복을 포함한 전통문화의 가치 상승은 글로벌 경쟁시대의 산물”이라며 “최근 전통에 상상력을 덧댄 사극과 함께 한복은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국외에서의 한복에 대한 관심은 점차 늘어나고 있는 반면, 정작 국내에서 한복과 대중과의 거리는 멀기만 하다.

줄어드는 관심에 멀어지는 한복

산업화로 인해 서양 복식이 대량으로 유입되기 시작하면서 젊은이들 사이에 한복은 초라하고 불편하다는 인식이 자리 잡았다. 이는 불과 1세기 전만해도 ‘일상복’이었던 한복이 ‘특별복’으로 변모하게 되는 결과를 낳았다. 한국한복협회 권정희 회장은 “한복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점점 줄어들어 한복 한 벌조차 제대로 갖추고 있지 않은 사람들이 많다”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전통한복업계 종사자들이 한복을 재해석하지 못하고, 있는 그대로를 답습하려 한 점 역시 한복이 대중으로부터 멀어지는 배경이 됐다. 한복은 속옷에서부터 두루마기로 대표되는 겉옷류, 저고리와 마고자를 포함하는 상의류와 반비, 답호와 같은 조끼류, 바지류 등 수많은 종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대적으로 변형된 형태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해에서 길을 찾다

그렇다면 한복이 발전하고 대중화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이화여대 의류학과 신혜성 강사는 “우리 것을 남에게 알리기에 앞서 우리부터가 한복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며 올바른 한복 인식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우리 스스로가 한복의 아름다움에 대해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지속적인 가치 창출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설경 디자인연구소 백영자 소장은 “보석과 화려한 장식이 없다는 이유로 한복이 초라하다고 하는 것은 한복의 상징미를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한복은 입은 사람의 내면을 드러내는 표현미와 편리한 동선을 가능케 하는 기능미를 동시에 지녔다”고 말했다. 한복의 수수한 색감에는 선비 정신이 투영되어 있으며, 아담한 문양에는 다산을 비는 조선 시대 여인들의 염원이 담겨있다. 또한 고구려 시대에는 한복바지, 저고리를 입고 말을 타면서 맹수를 잡았을 정도로 한복은 편리한 기능을 지닌 옷이기도 하다.
한복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 변화를 위해서 지속적인 교육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백 소장은 “한복 관련 과목을 개설한 대학을 거의 찾을 수 없다”며 “대학에서조차 한복 과목을 찾을 수 없는데 어디에서 한복을 배울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우리대학교의 경우 지난 2010학년도까지는 ‘동양의 복식 문화와 역사’ 과목이 개설돼 있었으나 지금은 이마저도 폐강됐다. 신 강사 역시 “한복을 멀게 느끼는 것은 익숙함의 문제”라며 “어렸을 때부터 지속적인 교육을 통해 한복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두가지 길로 나아가는 디자인

한복의 전통적 가치를 제대로 계승하기 위해서는 한복에 대한 일반 대중들의 인식을 바꾸는 것만큼이나 디자이너의 노력도 중요하다. 백 소장은 “역사 속에서 영감이 온다”며 “한복의 디자인적 가치를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디자이너가 한복의 역사와 그 안에 담긴 사상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가 선행되지 않은 디자인은 오히려 한복의 전통미를 왜곡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한복의 올바른 재해석도 디자이너의 몫이다. 최근에는 특히 일반 서양 복식에 동양적인 요소를 도입한 디자인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신 교수는 “전통적인 가치를 그대로 계승하는 것과 단순히 한국미가 첨가된 브랜드를 새로 개발하는 것은 분명 구별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복을 현대 생활에 맞게 개량한 것과 양장에 한국적인 느낌을 차용한 디자인은 전혀 별개라는 것이다. 두 디자인이 분명하게 다른 성격을 지니고 있는 만큼 각각의 개별적인 발전이 요구된다.
우리나라 고유의 전통의상인 한복이 21세기에 다시금 그 가치를 재조명받고 있다. 그러나 국민들에게 외면 받는 전통문화는 세계 시장에서도 결코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 남들에게만 우리 것이 우수하다고 말할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가 우리 문화를 소중하게 여기는 자세가 필요하다. 날씨 좋은 봄날, 옷장 속에 묵혀놓았던 한복을 곱게 차려 입고 길을 나서보는 것은 어떨까.

 

 

 


최혜원 기자 hellofriday@yonsei.ac.kr
사진 유승오 기자 steven103@
자료사진 한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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