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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 세상을 흔드는 여자, 전여옥
  • 이민주 기자
  • 승인 2011.03.14 16:46
  • 호수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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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 이슈를 만드는 정치인이 있다. 솔직 담백함이 양날의 검처럼 그를 지지하는 이들의 원동력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그의 살을 도려내는 칼날이 되기도 한다. 뚜렷한 정치적 논조 때문에 논란의 중심이 되는 국회의원, 그가 바로 전여옥이다.
기성 정치인 중에서 몇 안 되는 강한 팬클럽(전지모*)을 지녔지만, 그의 ‘안티’ 역시 대한민국 내에서 손에 꼽힌다. 정치적 외연을 줄여가면서까지 강하게 외치는 그의 말, 그리고 그 속에 담긴 보수라는 가치는 그가 살았던 삶의 결론이었다.

학생회랑 친했는데 어떻게 보수가 됐지?

“제가 가장 열심히 기자생활 한 건 이화여대 학보사 때였어요.” 전여옥 의원에게 ‘신촌 단상’을 묻자 가장 먼저 돌아온 말이었다. 대학 생활에 있어 가장 큰 부분을 차지했던 건 그가 3학년 말까지 몸담았던 「이대학보」에서의 시간이었다. 스스로 1천2백개의 설문지를 만들어 직접 조사한 기억을 떠올렸다. “저는 일이 정말 쉬웠거든요, 그런데 선배들은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냐며 놀라워했죠.” 그때는 일에 열정이 있기에 힘든 줄 몰랐던 시절이었다. 그가 대학 생활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는 목소리마저 그 당시로 돌아간 듯 했다. “오히려 KBS 기자 할 때보다, 그 당시 성취감을 더 많이 느꼈던 것 같아요.”
전 의원은 그 당시를 ‘청춘의 빛이자 덫’이라고 표현했다. 기자 시절 그는 동료들과 함께 신촌 기차역 인근시장에서 소주잔을 기울이며 나랏일을 걱정했다. 때로는 시력에 가까운 학점을 맞아 어머니한테 옷걸이로 맞을 만큼 신문사 생활은 고됐다. 유신 말기, 학보사 활동을 통해 반정부적 기사를 실어 주간 교수에게 괴롭힘을 당했던 기억도 있을 만큼 그는 나름대로 그 시절 대학 생활의 최전선에 섰다.
그런 그가 ‘보수 중 보수’의 길을 택한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과거 전 의원은 여성문제에 관심을 뒀다. 게다가 학보사 활동을 하던 시절 자유를 추구하는 학생회 활동에 밀접하게 관여하기도 했던 그다. 그럼에도 그는 “보수, 우파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과거 유신 시절 우수한 자신의 동료들이 공장으로, 몸소 체험하기 위해 농촌으로 들어간 것을 상기시켰다. 강한 보수 논객으로 유명한 조갑제 역시 5·18 광주민주화운동를 취재하다 「국제신문」에서 강제해직 당했던 적이 있었다는 사실도 덧붙였다. 다만 당시 그는 우리사회를 민주화하는 데 있어 민중속으로 들어가는 방법만이 능사가 아니라고 여긴 것이다.
그는 오늘날 대학생들을 향해 ‘지식에 대한 기득권’에 대해 이야기를 꺼냈다. “대학에는 왜 들어갔어요?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이 배워서 더 나아지려 하는 인간의 본능이 아닌가요? 지식에 대한 기득권을 지키겠다는 거죠. 그런 점에서 여러분들도 보수 우파에 더 가깝다고 생각해요.” 전 의원은 진보에 대한 이야기도 덧붙였다. “진정한 진보를 꿈꾸는 사람들은 하방**을 해야죠. 안경 벗어 던져가면서.” 덧붙여 그는 과거 ‘호의호식’하던 사람들이 지금 ‘민주화 투사’인양 이야기 하는 것에 대해서 안타까워했다.

‘말’ 그리고 ‘반응’

정치인은 ‘말’로 일하는 직업이다. 전 의원 역시 말로 정국을 뒤흔드는 핵심 정치인 중 하나다. 그가 생각하는 말은 어떤 걸까. 그는 “말은 그 사람의 세계”라고 말했다. 어떤 언어를 구사하느냐는 곧 그 사람의 경험을 반영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말은 그 사람의 경험을 벗어나지는 못하죠. 가난해보지 않고서는 가난함을 모르는 것이잖아요. 언어는 곧 그 사람이죠.”
이어 전 의원은 ‘윈스턴 처칠’을 닮고 싶다고 말했다. 처칠은 어려운 성장 과정을 겪고, 열등생이었으며, 그의 정치 인생도 고난의 연속이었다. ‘절대로,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다’, ‘지금 내가 가는 길이 지옥이라 하더라도 나는 나아갈 것이다’ 등 처칠이 했던 말은 전 의원에게 힘을 주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처칠을 존경하는 이유는 그 역시 ‘언어’를 잘 구사하는 정치인이라는 것이다.
거침없는 행보나 당당함에 대해 좋아하는 사람도 있지만, 싫어하는 사람도 생기기 마련이다. “누구에게나 좋은 소리를 들으며 사는 사람이 있고, 설사 죽는다 하더라도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는 사람이 있어요. 저는 후자죠.” 그는 죽음을 각오해서 임해왔다고 전했다. “언어나 단어 자체는 그 사람들을 아프게 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아프게 했던 것은 아플 곳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지금 제가 몸담는 한나라당도 마찬가지고요.”
故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정국 이후, 그는 위기에 놓여있던 한나라당 ‘천막당사’ 시절에 대변인을 역임했다. 이후 줄곧 직설적인 의사 표현으로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인터넷 상에는 그를 희화화한 각종 패러디물이 올라왔고, 정치적인 비판도 많았다. “제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이 고통 받은 사람 중에 하나죠. 비판에는 보수나 진보가 없는 것 같아요.” 그는 자신에게 가하는 비판을 사회적인 맥락에서 누군가가 눈에 띌 때, 그것을 파괴하고 싶은 ‘공격 본능’이라고 봤다. “그분들의 비판에는 충분히 이유가 있겠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걸요.” 전 의원은 쇄도하는 비판 속에서 자신들을 지지하는 사람들에 대한 믿음으로 힘을 낸다고 했다. 또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확신이 있기 때문에 자신의 생각을 굽히지 않는다고 전했다. 다른 정치인처럼 편하게 정치할 생각이 없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전 의원은 확고했다. “편한 정치할 유혹이 없는 것은 아니에요. 그래도 해야 할 말은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그의 대응 방식은 어떨까. 꽤 적극적이다. 실제 ‘디시인사이드(아래 디시) 정치·사회 갤러리’에서 전 의원에 대한 각종 패러디가 올라오던 시절이 있었다. 디시 특유의 익명성과 직설적인 어법으로 비난의 뭇매를 맞던 그때, 전 의원은 유저들을 초대해 생맥주를 나누며 ‘담판’을 지었다는 이야기로 유명하다. 훗날 그들은 그야말로 전여옥 의원의 팬이 됐다고 한다.
전 의원은 여론과 안티의 뭇매 속에서 자신의 신념을 지키는 것을 서영은의 소설 『먼 그대』의 한 부분을 통해 비유했다. “소설의 여주인공은 ‘낙타’를 자신에게 일치시켜요. 여주인공의 모든 것을 앗아가죠. 아이도, 돈도. 그럼에도 사막의 낙타처럼 이 고통을 감내하면서 가죠.” 전 의원은 자신의 생각이 있고, 나름의 담금질을 통해 얻은 결론에 확신이 있다고 밝혔다. 그래서 자신의 안티들의 비난도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고 겸허하게 그의 태도를 드러냈다.

편견없는 대학생이 됐으면

인터뷰 중 그는 요즘 대학생에게 충격을 받은 일에 대해 이야기해줬다. 정치학 석·박사 과정을 밟던 시절, 종강 뒷풀이를 하면서 벌어진 일이었다. “정치를 하고 싶다는 학생이 있었어요. 그런데 특정 지역 출신이라 특정 정당에 들어갈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전 의원은 사회과학을 공부하는 학생이 벌써부터 그런 편견에 사로잡혀 있다면, 과연 지식인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답답했다고 당시 심경을 토로했다.
“이런 생각을 가진 친구들이 어떻게 사회의 변화와 개혁을 이끌 수 있을까요?” 그는 오히려 과거 시절을 떠올리며, 오히려 과거보다 이런 편견이 고착화 된 것 같아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전 의원은 지역 편견과 같은 사회의 갈등 구조와 편견을 버리고, 자유롭고 미래지향적인 대학생이 됐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물론 전 의원의 주장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뚜렷할 수밖에 없다. 그의 주장에는 숨김이 없기 때문에, 또 누군가에게는 아픈 곳을 자극하는 날카로운 화살 같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 의원이 말했듯, ‘말’은 곧 그 사람의 인생이다. 그의 주장을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많다. 다만 세상에 자신만의 신념으로 부딪히는 그의 모습은 비판 속에서도 묵묵히 걸어가는 우직한 외골수다.

* 전지모: 전여옥을 지지하는 모임.
** 하방 : 중국에서 1957년부터 현재까지 대학생들을 광산과 공장, 농장으로 파견해 엘리트들의 관료화를 막기 위한 운동.

이민주 기자 mstylestar@yonsei.ac.kr
사진 이다은 기자 winner@yonsei.ac.kr

이민주 기자  mstylestar@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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