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기간에는 자리 때문에 스트레스 받아서 학교에 오지 않고 집 근처에서 시험공부를 한다”는 최원재(응통·07)씨처럼 우리대학교 학생들은 조모임 철과 시험기간이면 좌석 배정기 앞에서 긴 시간을 보낸다.

‘2010년도 대학도서관 평가’에서 1위를 차지한 우리대학교 도서관은 수준 높은 시설로 수많은 국내·외 방문객들의 견학코스 1순위로 꼽힌다. 하지만 방문객들이 모르는 문제가 있다. 매 시험기간마다 발생하는 자리부족 현상이다. 특히 이번 학기 실시되는 중앙도서관 리모델링 계획에 따라 일반열람실의 좌석수가 감소하는 것이 최근 학생들 사이에서 큰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리모델링 기간 동안 일반열람실은 기존의 1/3로, 리모델링이 끝난 후에도 4/5밖에 남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학술정보원 경영관리팀 이대형 차장은 “자료 제공이라는 도서관의 본 목적에 따르면 일반 열람실의 우선순위는 가장 아래”라며 “이번 리모델링은 도서관의 장기적인 방향을 염두에 두고 계획했다”고 전했다.

공부할 자리가 줄어든다 한들 여전히 책만 놓고 도서관 밖을 돌아다니는 학생들은 넘쳐난다. 단과대 도서관의 좌석수 역시 턱없이 부족하기만 하다. 시험기간 벌어질 자리선점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

리모델링으로 인해 14일(월)부터 중앙도서관이 일부 폐쇄되면서 이번 학기 이용할 수 있는 좌석이 대폭 줄게 된다. 중앙도서관 일반열람실 2천4백 여석이 이용 불가함에 따라 학술정보관 일반열람실에 있는 1천 여석만이 남는다. 한 학생은 “이번 학기 시험기간은 학교에서 공부하기를 포기했다”며 한숨을 쉬었다. 학술정보원 경영관리팀 이대형 차장은 “공지한 바와 같이 대안으로 학술정보관을 연장운영 한다”며 “도서관 개선을 위한 것인 만큼 학생들의 이해를 바란다”고 밝혔다.

리모델링만 끝나면 괜찮은가?

리모델링이 끝난다고 해서 자리선점 경쟁이 덜 해지는 것은 아니다. 리모델링으로 일반열람실 좌석이 6백 여석 줄어 기존의 81%만이 남게 되기 때문이다. 일반열람실의 경우 시험기간을 제외하고는 좌석 이용률이 낮아 공간을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하자는 의도다. 이 차장은 “1년 열두 달 중 한 달 정도에 불과한 시험기간을 위해 현재의 일반열람실 모두를 유지하는 것은 낭비”라며 “지난 2010년 5월 도서관 이용자들의 대상으로 실시한 리모델링 개선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많은 학생들이 조모임을 할 수 있는 공간을 원했다”고 전했다. 이로써 일반열람실 좌석간의 통로가 넓어지고 세미나실, 커뮤니티 공간 등 다목적실 좌석은 3백 여석이 증가하게 된다.

그러나 이런 변화에 실제로 학생들의 의견이 반영됐는지는 의문이다. 학술정보원이 공개한 설문조사에서 ‘일반열람실 일부를 커뮤니티 등의 다른 공간으로 용도변경’에 참여자의 64.6%가 반대했다. 게다가 ‘중앙도서관 건물의 문제점’을 묻는 질문에 ‘환기시설’과 ‘자리부족’이라는 답변이 ‘조모임 공간 부족’보다 월등히 많았다.

학술정보원 측은 이번 리모델링을 계획하는데 학부 총학생회(아래 총학), 총여학생회, 대학원 총학생회, 자치회 책갈피와 지속적으로 의견교환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총학 사무국장 장시원(사복·08)씨는 “48대 총학이 당선됐을 때는 이미 대부분의 사안이 확정돼 공간운용에 대한 부분은 총학에서 개입할 수 없었다”며 “현재 좌석 및 사물함의 운용방안, 기타 부수적인 사안만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캠퍼스 안 시험공부 할 곳은 없다

중앙도서관의 자리가 줄어든 만큼 학생들은 자연스레 각 단과대 도서관으로 향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단과대 도서관에는 학생들이 충분히 이용할 만큼 좌석이 확보돼 있지 않다.  △의과대 4백 여석 △공과대 3백 여석 △법과대 2백 여석을 비롯해 각 단과대 도서관의 좌석수를 모두 합쳐도 1천8백 여석밖에 되지 않는다. 이에 리모델링 후 도서관 일반열람실 좌석수 2천8백여석을 더한다 해도 재학중인 신촌캠 학부생과 대학원생의 19%밖에 수용하지 못한다. 이런 자리부족 문제에 대해 각 단과대는 마땅한 대안이 없다. 시험기간에 강의실을 빌려 공부할 수 있는 공간을 일부 확보하고 사석화 단속을 강화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유일한 대책이다. 그러나 이 또한 근본적인 대응책은 아니다.

이 자리는 내가 ‘찜’!

 

도서관 좌석 부족은 이용자들의 이용태도 또한 하나의 원인이다. 학교 전체적으로 여유 공간이 턱없이 부족한 가운데 학생들이 한정된 공간을 효율적으로 이용할 필요가 있다. 사석화는 여러 차례 문제로 지적됨에 따라 많이 개선됐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학생들이 좌석을 이용한 후 정상적으로 반납하지 않는 것도 문제다. 이에 따라 「연세춘추」는 중앙도서관과 학술정보관에 있는 일반열람실 좌석에 대한 이용자의 좌석 △지정 △연장 △이동 △반납 데이터를 학술정보원으로부터 제공받아 이용자의 반납률을 분석해봤다. 그 결과 시험기간이 아닌 지난 2010년 11월 25일에는 11.7%가, 시험기간이었던 12월 15일에는 9.9%만이 좌석 이용 후 정상적으로 반납했다. 시험기간 도서관에 연장·반납을 위한 좌석 배정기가 따로 설치됐음에도 오히려 시험기간의 반납률은 떨어진 것이다. 반납의 필요성이 비교적 적은 밤 10시 이후 만료시간인 이용자를 제외해도 시험기간 반납률은 불과 15.8%에 그친다. 이는 다른 이용자를 배려하지 않는 학생들의 이기주의가 그대로 반영된 결과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데 여러 가지 방안이 제시된다. △중앙대 △세종대 △공주대 등 몇몇 학교에서 실시하고 있는 ‘좌석 반납제’가 그 중 하나다. 좌석 반납제는 좌석 이용 후 좌석을 반납하지 않고 나갔을 시에 패널티를 부과하는 제도다. 중앙대와 세종대의 경우 3회 좌석 미반납 후 도서관을 나갈 시 각각 10일, 5일간 좌석 발급이 중지된다.

‘좌석 자동반납 시간’을 줄이는 방안도 있다. 현재 우리대학교는 시험기간에 일반열람실의 경우 이용자가 도서관을 나가 140분이 지났을 경우 좌석이 자동으로 반납된다. 이를 통해 좌석의 회전율을 증대시켜 실질적인 좌석 이용률을 높이려는 것이다. 이것을 학기 중에도 실시하는 것이 자리부족을 해결하는 한 가지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이에 대해 이 차장은 “도서관에서 이런 것들을 당장이라도 실시할 시스템은 다 구축돼 있다”며 “우리대학교가 다른 학교에 비해 좌석수가 많고 이런 제도들을 실시할 만한 상황이 도래한 적이 없었기에 차차 생각해 볼 문제”라고 전했다.

한정된 공간을 모든 사람들이 만족할 수 있도록 운영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 다양한 사람들이 이용하는 만큼 다양한 의견들이 상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공간의 전체적인 목적은 이용자들의 생각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한다. 최근 학생들의 학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학기 중에는 과제에, 시험기간에는 시험공부에 매달리는 생활패턴이 충분히 고려돼야 한다. 또한 이용자들도 지극히 이기주의적인 행동을 지양하고 한정된 공간을 함께 공유하고 있다는 인식 전환 역시 필요하다.

서동준 기자 bios@yonsei.ac.kr
자료사진 연세춘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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