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망설임 없이 에베레스트산이라고 대답한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정답이 아니다. 중요한 한 가지 전제가 빠졌기 때문이다. 바로 무엇을 기준으로 측정했냐는 것인데 우리가 아는 대로 해수면을 기준으로 측정한다면 에베레스트산이 8천8백48m로 세계 최고봉이다. 그러나 해수면이 아닌 지구 중심점을 기준으로 하면 남아메리카의 침보라소산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이 된다. 또한 주변 해저표면으로부터 높이를 재기 시작하면 하와이의 마우나로아산이 9천m로 세계에서 가장 높다.

이렇게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사실도 어디를 기준으로 하느냐에 따라서 전혀 다르게 보인다. 특히 위의 이야기에서도 보았다시피 이런 기준의 중요성은 산의 높이나 사물의 위치를 정하는 지리에 있어서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바로 이에 국토지리정보원에서는 위치와 표고 등 측량에 중요한 10가지를 우리나라 국가기준점으로 정해 관리하고 있다.

10가지의 국가기준점은 △경위도 원점 △수준 원점 △절대중력 원점 △중력 기준점 △중력 보조 기준점 △삼각점 △수준점 △자기점 △통합 기준점 △GPS(Global Positioning System)다. 이들 국가기준점은 각종 개발을 위한 지도 제작 또는 공사용 도면 작성이나 측량에 뼈대로 사용된다. 이 중 실생활에서 많이 쓰이는 수준원점과 GPS 기준점에 대해 알아보자.


수준원점은 우리나라 국토 높이를 측정하는 출발점으로 이 수준원점으로부터 잰 높이를 해발 고도라고 한다. 수준원점 덕분에 우리는 멀리 떨어져 있는 두 산의 높이 비교가 가능해졌다. 이전에는 생각할 수도 없었던 서울 북한산과 제주도 한라산의 높이 비교가 가능하게 된 것이다. 해발고도는 평균해수면을 0m로 하여 높이를 측정한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1913년부터 1916년까지 인천 앞 바다에서 잰 평균 수면을 기준으로 사용한다. 하지만 해수면은 높이가 일정하지 않기 때문에 평균 해수면으로부터 일정한 표고를 가진 육지 위에 수준원점을 설치하였다. 수준원점은 해발 26.6871m 인천시 남구 용현동 인하공업전문대학교 구내에 위치하고 있다.



GPS 기준은 GPS 시스템을 보다 수월하게 이용하기 위해 설치된 기준점이다. GPS 신호를 보낼 수 있는 위성과 이를 수신하는 수신기가 있다면 GPS 시스템을 사용할 수 있다. 지구 궤도를 도는 24개의 위성 중 4개 이상의 위성신호로 위성과 수신기 사이의 거리가 계산 돼는데, 이를 바탕으로 수신자의 위치를 알 수 있다. 우리가 쉽게 볼 수 있는 차량용 네비게이션도 이와 같은 원리를 이용한다. GPS 기준점을 이용하면 지리상 좌표와 거리를 산출할 수 있다. 이외에도 GPS 기준은 정밀한 시간 조정이나 지각변동 연구 등에 사용된다. 우리나라는 서울시립대학교, 부산대학교 등 전국 45개의 GPS 기준점을 설치해 관리하고 있다. GPS 기준은 날씨나 시간에 관계없이 정밀한 측량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더욱 신뢰성 있는 지리적 기준으로 평가된다.

위에 설명한 두 가지의 국가기준점 이외에도 여덟 가지의 기준점은 우리에게 정확한 지리 정보를 제공한다. 그 덕분에 좁게는 산의 높이를 비교하고 토지의 정확한 면적을 측량하는 데서부터 넓게는 정밀한 지도를 제작하는 데까지 우리가 편리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 됐다.

이재호 기자 20thc.boys@yonsei.ac.kr
자료사진 국토지리정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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