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대학교 보건환경은 대한민국 내에서도 우수한 편에 속한다. 그러나 보다 선진적이고 혁신적인 보건 시스템을 운영하는 대학들이 있다.

서울대: 국가 예산으로 10개 과목, 26명 의사 확보해

관악구 대학동에 위치한 서울대 보건진료소(아래 진료소)에서 운영하고 있는 진료 과목은 10개다. 의사는 26명이며 이들은 모두 정부에서 직접 급료를 받는다. 이들은 독립법인인 서울대병원 소속으로, 정부기관인 서울대에 파견됐다. 의사들이 상주하는 진료 과목에는 △내과 △외과 △치과 등 기본적인 과목과 △신경정신과가 있다. 특히 치과는 스켈링, 보존과 치주 질환은 물론 간단한 교정까지도 볼 수 있다. 이 외에도 로테이션으로 △정형외과 △이비인후과 △피부과 △부인과를 운영하고 있다. 만성질환자를 위해 서울대병원에 화상으로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원격진료실까지도 갖췄다. 이를 통해 명실상부 ‘보건소’로서의 면모를 갖췄다.

특이한 것은 서울대 학생은 보건비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우리대학교처럼 건강공제회비는 따로 내지만, 보건비와 진료비도 무료다. 다만 보험혜택이 되지 않아서 약값은 다소 비싸다. 이에 따라 보험혜택을 학내 구성원에게 줄 수 있도록 현재 진료소는 ‘직장부속의원’으로 변경을 추진 중이다. 사실 면밀한 의미에서 직장부속의원은 교수와 교직원을 위한 병원이다. 그러나 서울대는 학생까지 의료 혜택 구성원으로 포함·확대해 운영할 계획이다. 그러나 직장부속의원은 양날의 검이다. 현재 우리대학교나 서울대, 이화여대 등은 보건기관이다. 보건기관의 1차적 의무는 학교보건법에 따라 학생들의 건강을 관리하고 예방하는 것이다. 그러나 직장부속의원으로 전환되면 의료기관이 된다. 그렇게 되면 커지는 비용 부담은 물론, 학교 보건 기관의 기본적인 역할에 대한 재원마련이 어렵다. 실제 직장부속병원인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는 보건 예산에 대한 문제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한편 서울대 진료소에서는 신입생과 재학생 전원을 대상으로 하는 건강검진도 무료로 실시한다. 뿐만 아니라 진료소에서는 매주 수요일에 금연클리닉을 진행한다. 진료소 내에 모유 수유실을 운영하는 것은 물론, 일반인들을 위해 심폐 소생술 교육을 실시하기도 하며 신청자를 받아 체중관리 프로그램까지도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대학교가 서울대와 같은 시설을 갖추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전적으로 보건비에 의존하는 우리대학교의 보건센터 예산과는 달리 서울대는 거의 대부분을 국고에서 조달받고 있다. 진료소 총괄수간호사 최재현 간호주사는 “관악캠퍼스의 지리적 고립으로 정부에서 배려를 받는 서울대와 연세대를 동일한 선상에서 비교해서는 곤란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최 간호주사는 “연세대가 본교 구성원을 위해 서울대처럼 직장부속의원을 추진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며 “서울대병원처럼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1차 의료기관을 연다면 사립학교 입장에서 더 현실적일 것”이라고 주문했다.

이화여대 : 공제회비를 통해 무료 진료 시행, 맞춤식 상담 운영도

이화여대 대학건강센터(아래 건강센터)는 우리대학교와 성산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위치해 있기 때문에 보건환경과 학생들의 여건이 비슷하다. 건강센터 역시 우리대학교와 마찬가지로 학교본부 소속의 보건기관이다. 그러나 몇가지 부분에서 우리대학교와는 다른 특색을 지니고 있다.

건강센터는 치료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건강관리와 보건교육을 진행한다. 건강검사 역시 전교생을 대상으로 진행한다. 특히 1학년은 건강센터가 행하는 건강검진을 하지 않는 경우 2학기 수강신청에 불이익이 주어진다. 건강센터는 건강검진을 위한 시설을 넓고 쾌적한 공간에 배치해 제대로 활용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건강센터 역시 보건비와 건강공제회비로 운영된다. 이는 우리대학교와는 달리 분리 고지된다. 따라서 건강센터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건강공제회비를 반드시 지불해야 한다. 그러나 건강공제회비를 낸 학생은 일부 검사를 제외하고는 부담 없이 무료로 진료를 받을 수 있고 약값 역시 무료다.

환자 진료는 우리대학교와 비슷하게 진행된다. 진료실에 상주 의사가 근무하고 필요시 이대목동병원에 의뢰해 치료를 받도록 한다. 다만 처방전 발행이 되지 않으며 타 병원의 처방전을 가지고는 약을 구입할 수 없다. 치과 진료 역시 간단한 충치치료나 처치도 가능하며, 치아 교정과 임플란트에 대해 상담하고 이대목동병원에 의뢰한다.

상담클리닉 역시 돋보인다. 의사는 2명이 상주 근무하지만, 학생들의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상주의사 이외에 이대목동병원 소속의 △피부과 △산부인과 △정신과 상담 의사가 로테이션으로 담당한다. 이화여대 건강센터 김주영 보건교육사는 “의료기관이 아닌 학교보건법에 따른 보건기관으로서 관리 사업을 최고로 가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보건교육사는 “지역병원과의 연계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의료기관’으로의 전환이 아니라 학교 보건기관의 역할 본연에 충실해야 한다는 의미다.

사립대인 우리대학교가 현실적으로 100% 완벽한 ‘의료혜택’을 제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학교 보건기관이 치료를 전담하는 의료기관으로 바뀌면 도리어 가장 기본적인 예방이나 건강 관리에 대한 의무를 소홀히 할 수도 있다.

서울대와 이화여대의 사례에서 보듯 학생들에게 보다 나은 보건혜택을 제공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대학부속의료원의 의지다. 본교 학생들에게 의료 혜택을 제공하려는 의료원의 ‘통 큰’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1차 의료기관 : 의원, 조산소, 보건소, 진료소처럼 의료수요자가 맨 처음 접할 때 기본적 의료를 제공하는 기관. 인구가 2천 명 정도가 모여도 생기는 흔한 질환을 주로 담당함.

연세춘추 공동취재단 chunchu@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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