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촌캠>

실제 신촌캠 정문 앞으로 펼쳐진 연세로에 위치한 대부분의 병원은 학생들의 일상 질병과는 거리가 멀다. 정문부터 신촌로터리까지 약 6백15m의 연세로에는 외과, 내과, 가정의학과와 같은 일상의 보건과 관련 있는 병원은 거의 찾을 수 없다. 자주 눈에 띄는 병원은 연세로에 네 개 정도 보이는 치과다. 그 다음은 두 개 정도 있는 한의원이다. ‘의원’이라고 쓰인 몇몇 병원도 보이지만 모두 탈모 전문 병원, 피부과, 산부인과 등이다. 그나마 네 개의 약국이 모인 창천교회 앞 ‘약국 허브’가 연세인의 건강을 책임져 주고 있는 듯 하다.

아픈 몸을 부여잡고 신촌전철역까지 나온다고 해도 사정은 크게 나아지지 않는다. 조사 결과 신촌전철역 반경 2백m 주변에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병원은 18곳으로 조사된 치과다. 이외에 각각 △한의원 16곳 △피부과 13곳 △성형외과 5곳 정도다. 그러나 일상과 밀접한 병원은 △가정의학과 1곳 △외과(신경외과 포함) 2곳△내과 2곳에 불과하다.

역설적이게도 신촌에는 국내 4대 병원으로 불리는 우리대학교 신촌세브란스병원이 있다. 그러나 웬만해서 3차 의료기관인 신촌세브란스병원을 이용하기는 불가능하다. 이곳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전 단계 의료기관의 ‘진료 의뢰서’가 필요하다.

<원주캠>

“병원이요? 아플 때 병원 가는 건 사치에요. 그냥 상비약으로 해결하죠.” 올해 2년차 학교를 다니는 박수민(작업치료·10)씨의 한탄이다. 하지만 이는 박씨뿐만 아니라 원주캠 학생들이 공통으로 가지는 생각이다. 

중·고등학교 시절 질병사유로 인한 수업결석을 한번쯤 꿈꿨을 것이다. 하지만 대학생이 된 지금, 원주캠 학생들에게 아픈 것은 달갑지 않다. ‘병원을 가야하나?’라는 또 다른 고민이 생기기 때문이다. 

원주캠에서 가장 가까운 병원을 가기 위해선 버스를 타고 흥업리까지 나가야 한다. 버스를 타면 10분정도가 소요되지만 도보로는 30분 이상 걸려 대다수의 학생들은 버스를 타야만 병원에 갈 수 있다. 다시 말해, 현재로선 원주캠에서 도보로 갈 수 있는 병원은 존재하지 않는다. 거리상의 문제로 다수의 아픈 학생들은 박씨처럼 상비약으로 해결하거나 아픔을 참는다.

현재 흥업리에 위치한 병원만으로 모든 질병으로부터 학생들의 건강은 보장받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흥업리에 있는 병원은 ‘원주연세의원’과 ‘서울인성치과’ 두 곳 뿐이다. ‘원주연세의원’에는 내과, 정형외과, 이비인후과 등 다양한 진료과목이 있지만 보다 특성화된 병원에서 치료하려면 일산동으로 가야한다. 일산동에는 의과대학 및 원주기독병원과 함께 전문병원이 밀집해 있다. 하지만 일산동까지 버스로 40분정도 걸려 학기 중 종합병원, 전문병원에 가기에는 부담스럽다.      

<국제캠>

김씨는 평소와 다름없이 강의를 들으러 기숙사 문을 나서는 순간 갑작스러운 어지러움과 복통을 느낀다, 눈앞이 하얘진다. 학내 건강센터도 없는 상황에서 김씨는 급하게 병원을 찾는다. 하지만 국제캠 주변에 보이는 것이라고는 한창 공사 중인 건물들 뿐, 김씨는 아픈 배를 잡고 당황할 수밖에 없다.

국제캠 반경 8백m 이내에는 제대로 된 편의시설이 없다. 아직 대부분의 공간이 공사 중이다. 아픈 학생들이 진료를 받을만한 병원도 눈에 띄지 않는다. 국제캠에서 가장 가까운 병원은 송도의 아파트 단지 내 상가에 위치한 의원이다. 이곳까지 약 35분을 걸어야만 한다. 그러나 병원을 찾는 학생은 몸이 아픈 환자라는 것을 감안하면 도보로 35분은 무리다.

대중교통의 이용은 더욱 힘들다. 국제캠 정면에 위치한 도로에는 10여 분간 단 한 대의 택시도 지나가지 않았다. 도로 위를 달리는 차량들은 대부분 공사장으로 향하는 건설 차량들이다. 몸이 아파 병원을 가기 위해 택시를 타는 것도 쉽지 않다. 국제캠에서 버스를 타는 것은 택시를 타는 것 보다 더욱 어렵다. 국제캠에서 가장 가까운 버스정류장으로 가기 위해서는 국제캠에서 캠퍼스타운역 방향으로 약 15분간 걸어 가야한다. 버스정류장에서 다시 두 정거장 정도 버스를 타고 가야만 의원이 나온다.

만약 심각한 상태의 응급환자가 학내에서 발생할 경우 국제캠에서 가장 가까운 가천의대 길병원에 이송될 확률이 높다. 평일 낮 12시경, 국제캠에서 택시를 타고 가천의대 길병원으로 향했다. 차가 전혀 막히지 않는 상황이었음에도 도착까지 26분이 소요됐다. 만약 차가 밀리는 출·퇴근 시간이었다면 소요시간은 더욱 길어졌을 것이다.

연세춘추 공동취재단 chunchu@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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