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이라 매일 늦게 일어나던 연돌이는 웬일인지 아침 7시부터 일어나 컴퓨터 앞에 앉는다. 바로 수강신청 날이기 때문이다. 미리 짜놓은 시간표를 바탕으로 포탈에 들어가 희망과목을 담기 시작한다. 하지만 계획했던 과목이 한 자리도 열리지 않아 부랴부랴 타임테이블에 들어가 시간표를 다시 짠다. 연두 강의평가는 이미 많은 학생들로 인해 재접속 요청만을 할 뿐이다. 어느덧 9시가 다가오고 연돌이는 UTCk*를 다운받아 실행시켜 놓고 시계만 뚫어져라 쳐다본다. 58,59,00 다다다다닥!


내용도 없는 수강편람,  왜이리 늦는지

이번 학기 우리대학교 수강편람은 지난 1월 26일에 공개됐다. 수강신청이 채 3주도 남지 않은 시점이었다. 총학생회 정책국장 황서연(경영/사회·08)씨는 “불과 2~3년 전만 해도 기말고사 쯤에 편람이 공개됐는데 최근 들어 계속 늦어지고 있다”며 “교무처와 두 차례의 면담을 통해 1월 다섯째 주에 공개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학사지원팀 김영숙 팀장은 “국제캠퍼스(송도) 교수 배정 결정이 늦어져 편람 공개도 늦어졌다”며 “특히 수학,  화학, 물리 등 기초 과목이 결정되지 않아 이와 관련된 이과대, 공과대, 의과대 등이 모두 지연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편람이 공개된 이후에도 학생들은 실망감을 드러냈다. 수업계획서가 텅텅 비어있는 것이 많았기 때문이다. 온상헌(철학·10)씨는 “수업계획서를 보고 어떤 수업을 들을지 결정을 하는데 내용이 없어 수업내용을 짐작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황씨는 “자기 수업을 선택할 학생들에게 기본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것에 대한 교직원들의 의식의 제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학년도 시각도 고려하지 않는 수강정원?!

이번 학기 정치외교학과 수강신청에는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다. 전체 수강신청일에 대부분의 전공과목의 수강가능정원(아래 TO)이 0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아침 9시 30분경에 갑자기 자리가 열렸고 그때까지 포탈에 접속해 있던 학생들은 전공을 넣었다. 정치외교학과 행정조교 심재두(컴퓨터교육·석사5학기)씨는 “지난 17일 밤에 정원을 세팅해놓고 저장을 눌렀는데 아침에 보니 저장이 되어있지 않아 급하게 열어버렸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다. 아침 9시 30분까지 과사무실에 전화를 걸어 항의를 했던 학생들에게는 이를 미리 알려준 것이다. 이로인해 발생한 피해자는 현재까지 20여명으로 파악되며 그 중 9명은 전공과목을 아예 넣지 못했다. 심씨는 “전공을 넣지 못한 피해자들을 위해 학과 차원의 회의를 거쳐 정원을 조금 더 열기로 했다”고 전했다.

상경대 수강신청에서도 문제가 발생했다. ‘경제수학’은 보통 신입생들이 1학기에 듣는 전공기초과목이다. 하지만 정작 TO는 전체 학년에 비슷하게 열리면서 수강신청에서 우선순위를 점하는 고학년이 자리를 먼저 가져갔다. 결국 상경대 신입생 2백20명 중 1백10명 정도만이 해당 과목을 넣을 수 있었다. 이에 상경대 수강신청을 주관하는 경제대학원·상경대학 행정팀 김도엽 과장은 “경제수학 과목에 대해서는 실수를 인정한다”며 “현재 상경·경영대 학생회장을 통해 경제수학의 수강 현황을 파악해 분반을 하나 더 만들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편 경제학과 3,4천 단위 과목이 3,4학년 보다 2학년에게 더 열리기도 했다. 신진(경제·08)씨는 “법경제학, 재정학 등의 과목은 3학년 수강신청일에 20명 전후로 열렸는데 2학년 수강신청일에는 30명, 많게는 40명까지 열린 것으로 알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김 과장은 “초기 학년별 정원 세팅 자료는 남아있지 않다”며 “현재까지 해당 과목들은 3,4학년의 비율이 1,2학년의 비율보다 높다”고 말했다. 하지만 애당초 학년별 수강신청일에 정원 조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에 대해 학생들의 불만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응용통계학과도 수강신청이 수월치 않았다. 상경·경영대 학생회장 김동민(경영·09)씨는 “응용통계학과는 선수-후수 과목이 많은데 4학년 수강신청일에 3,4천 단위 과목의 정원이 모두 열려 선수과목을 넣지 못해 피해를 본 3학년 학생들이 많다”고 전했다. 이에 학생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응용통계학과 사무실에서는 사과문과 함께 당일 낮 2시에 수강인원을 재조정해서 다시 열겠다는 공지를 올렸다. 하지만 아침 11시경에 갑자기 TO가 열려 학생들에게 혼란만 더 가중시켰다. 응용통계학과 사무실 관계자는 “상경대 수강신청 담당자가 지난 2010년 10월경에 부임해 미숙한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며 “변경기간에 대부분의 과목들에 대해 추가적으로 정원을 열 예정”이라고 말했다.

선착순 방법이 최선이 아닐지도

현재 우리대학교 수강신청은 선착순으로 이뤄지고 있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대학에서 이 방법을 선택하고 있지만 다른 방법으로 수강신청을 받는 학교들도 있다. 카이스트는 학생들이 수강신청을 하면 추첨을 통해 학생들을 거른다. 추첨에서 떨어진 학생들은 변경기간에 추가로 열리는 과목에 선착순으로 들어가거나 교수님께 양해를 구해 수강한다.

숙명여대는 학생들이 1차로 수강신청 리스트를 작성하면 학교에서 학년, 직전학기 이수학점, 성적 등을 고려해 학생들을 거른다. 이를 통해 탈락된 학생은 2차에서 선착순으로 수강신청을 하고 있다.
우리대학교 원주캠과 경기대는 대기번호제를 이용하고 있다. 정원을 초과해서 클릭하는 학생들에게 대기번호를 부여하는 방법이다. 자리가 나면 대기번호 순으로 자동으로 수강신청이 되기 때문에 학생들의 불편을 덜어주고 있다.

코인 배팅제도 있다. 이 방법은 학생들에게 일정의 코인을 지급하고 자신이 듣고 싶은 과목에 가중치를 부여해 배팅을 하도록 하는 방법이다. 각 과목에 배팅을 많이 한 학생 순으로 해당 과목을 수강할 수 있다. 한순구 교수(상경대·이론경제학)는 “경제학적인 입장에서 볼 때 바람직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매학기 학생들은 한바탕 수강신청 전쟁을 치른다. 비싼 등록금을 내고도 자신이 원하는 수업을 듣지 못해 아우성치는 학생들도 매학기 넘쳐난다. 학교는 ‘알찬’ 수강편람을 빠른 시기에 공개해야 한다. 또한 학년을 고려해 합리적으로 정원을 배정하고 무분별하게 정원을 여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한번의 클릭으로 한 학기가 결정되는 방법 이외에 더 합리적인 방법을 강구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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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서 나온 표준시각동기화 프로그램

이해인 기자 olleh@yonsei.ac.kr
그림 김진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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