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 번째 귀화자 로이 교수

한국 국적을 택한 외국인 귀화자가 10만 명을 넘어섰다. 지난 1957년 첫 번째 귀화자가 나온 이후 54년 만의 일이다. 최근 10년 동안 귀화 외국인은 급격히 증가해 지난 54년 동안 배출된 총 귀화자의 98%에 이른다. 이러한 때를 맞아 「연세춘추」는 외국인 귀화자들을 만나 한국사회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지난 1월 24일 부산외국어대 인도어과 로이 알록 꾸마르 교수는 한국에 온지 31년 만에 대한민국의 10만 번째 귀화자가 됐다. 그러나 로이 교수는 “내가 10만 번째 귀화자라는 것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진짜 중요한 점은 10만 번째 귀화자를 배출하기까지 50여년의 세월이 걸렸다는 것과, 앞으로 10년 동안 한국이 어떻게 변할 것인지이다”고 말했다. 앞으로 10년간 귀화자가 얼마나 늘어날 것인지,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한국이 어떻게 다양성을 포용할 것인지에 따라 한국의 선진화 과정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미래에 대해 로이 교수는 “매우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요즘 많은 한국 사람들의 핸드폰에는 외국인들의 전화번호가 저장돼있고, 가족이나 친구 중 외국에 사는 사람이 늘고 있다. 외국과의 교류가 활발해짐에 따라 한국사회가 점점 다양한 문화를 포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의견이다. 또한 올해부터 시행되는 복수국적, 특별귀화 제도에 대해서 “한국사회가 더욱 개방적으로 변할 수 있는 계기”라고 평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태어난 인도에 비해 한국은 아직까지 다양성과 변화에 대한 일반 사람들의 인식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로이 교수는 “‘4사람이 모이면 반드시 5개의 언어와 5개의 아이디어가 나와야 한다’는 속담처럼 인도사람들은 다양성이 창의적이고 발전적인 생각을 이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사람들도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다양성과 변화를 받아들일 준비를 할 것을 요구했다.

로이 교수는 한국사회가 다문화사회로 바뀌어 가는 데 ‘교육’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했다. 참된 교육은 젊은 사람들의 사고를 자극시켜 새로운 것을 찾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로이 교수는 “이곳의 교육은 그렇지 않다”며 “틀에 맞춘 방식을 강요하지 말고 다양한 생각을 하도록 존중해주는 교육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로이 교수는 자기 자신과 한국사회 모두 성숙해져야 한다고 했다. 자신이 “한국사회의 담을 넘어 마당까지는 들어왔지만 안방에는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며 “안방 열쇠를 갖기 위해서는 더욱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한국사회가 다양함을 포용하기위해 ‘용광로’보다는 ‘샐러드 그릇’이 되기를 요구했다. 녹여져 한 데 섞이는 용광로보다는 다양성을 보존하고 그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샐러드 그릇 같은 사회가 되길 바란다는 뜻이다.

문민씨는 지난 1995년에 우리나라로 귀화했다. 그 당시 귀화시험이 없어 그는 비교적 쉽게 국적을 취득할 수 있었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1998년, 귀화시험제도가 생겼다. 이후 모든 외국인은 귀화하려면 귀화시험을 통과해야만 했다. 문씨는 “이에 따른 부작용으로 한국 사람과 결혼했음에도 불구하고 시험을 볼 여력이 되지 않아 귀화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이 생겨났다”고 비판했다. 이런 상황이 불합리하다고 생각했던 그는 권리를 요구하기 어려웠던 귀화 희망자들을 대신해 적극적인 활동을 벌이기로 결심했다. 그때부터 인터넷에 ‘코리언 맘’이라는 모임을 만들어 귀화시험제도의 불평등함을 알리기 시작했다. 그 성과로 2004년 기존의 귀화제도가 폐지되고 ‘결혼귀화’라는 제도가 생겼다.

문씨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지난 2005년부터는 국제노동협력원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을 교육하는 직업을 갖게 됐다. 그는 “귀화를 원하는 상당수의 외국인 노동자나 동포들이 교육이 부족해 좌절하는 것을 목격했다”며 “그들을 위해 주말마다 자원봉사로 귀화시험 준비를 돕는 강의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5년동안 자원봉사를 하며 그녀가 배출한 귀화시험 합격자는 약 3백20명에 이른다.

이어 지난 2006년부터 문씨는 국가를 상대로 귀화시험 대비 교육을 제공받을 수 있는 권리를 요구하는 운동을 시작했다. 그 결과 2008년부터 법무부에서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귀화시험 교육을 제공하는 ‘사회통합이수제’라는 프로그램이 생겼다.

현재도 문씨는 ‘귀화자들의 국적 취득 후의 정체성 변화’에 관해 활발히 연구 중이다. 아직까지 귀화자를 진정한 국민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사회의 분위기 때문에 귀화자들이 정체성 형성에 문제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귀화한지 16년이 지난 그 역시 누군가 국적을 물을 때면 “중국에서 왔다”고 대답하곤 한다. 문씨는 “헌법의 조항처럼 한국이 귀화자를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똑같이 대해줄 때, 귀화자들도 당당히 ‘나는 대한민국 사람이다’라고 말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혜진 기자 jhjtoki@yonsei.ac.kr
사진 김민경 기자
penny9109@yonsei.ac.kr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