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촌지역 외국인 노동자를 만나다

이대역 부근에서 루이스(37)씨가 악세서리를 팔고 있다.

 “뭡니카, 이게! 싸장님 나파요~”
7년 전, 한 개그프로그램에서 ‘블랑카’는 이주노동자의 현실을 꼬집었다. ‘코리안 드림’을 꿈꿨을 그들은 고된 노동과 차별을 견뎌내야만 했다. 그렇다면 요즘 우리대학교 주변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는 이주노동자들의 현실은 어떨까? 그들은 한국에 왜 왔고 어떻게 일하고 있을까?

이대역 부근, 포장마차와 노점상들 사이에 어딘가 ‘남미스러운’ 액세서리가 진열된 노점상이 눈에 띈다. 루이스(37)씨는 'made in Mexico'라는 팻말이 붙은 작은 노점상에서 멕시코의 친구들이 만든 반지와 팔찌를 팔고 있다. 루이스씨는 2년 전 “장사하러” 가족들과 함께 한국에 왔다. 그는 “나, 2년, 여기 맨날 있어”라며 웃어 보인다. 한국말을 따로 배운 것은 아니지만, 이미 한국에서 일하고 있었던 멕시코 친구의 도움으로 장사를 하는 데 지장이 없을 정도의 의사소통은 가능하다. 인터뷰 중 한 손님이 팔찌에 관심을 보이자 “이건 5천원이에요. 이것도 예뻐요”라며 제법 능숙하게 장사를 한다.

노점상 단속이 힘들 법도 한데, 주변 다른 노점상들이 철수할 때 같이 ‘도망’을 가면 된다고. 루이스씨는 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 등의 도움을 받지도 않은 채 그저 2년이라는 시간 동안 액세서리 노점상 일로 한국에 적응하고 있었다.

신촌 ㅎ술집에는 한국에 유학을 온 중국인 아르바이트생들이 서빙을 하고 있다. 당문정(UIC·11)씨는 우리대학교로 유학을 왔고, 한 달 전부터 친구의 소개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당씨의 경우 한국어 실력이 완벽하지 못해 “주문을 받을 때 손님에게 재차 물어봐야 하는 것이 힘들다”고 어려움을 털어놨다.

같은 가게에서 4년 동안 일한 신흠(26)씨 역시 처음 일을 시작할 당시에 한국말이 서툴러 실수가 많았다. 신씨는 “손님 주문을 잘못 알아들어 소주를 시켰는데 맥주를 가져다준 적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손님들이 대학생이다 보니 큰 마찰 없이 웃고 넘어가주는 편이다.

한편 신촌 ㄱ양꼬치 식당의 여종업원 세 명은 얼핏 한국인처럼 보인다. 그러나 “뭐 드시겠어요?”하는 말의 억양이 어딘가 어색하다. 이들은 모두 조선족이다. 종업원 ㅅ씨는 3년 전 ‘돈을 벌러’ 남편과 한국에 왔다. 두 자녀는 중국에서 학교에 다니고 있다. 낮 3시부터 12시간 동안 일하면서 저녁 식사도 컵라면으로 때워야 하는 힘든 일상이지만 “딱히 어렵거나 힘든 일도 없다”며 묵묵히 일하고 있다.

조선족 동포들은 외모나 말투 모두 한국인과 다르지 않기 때문에 일을 하면서 겪는 어려움은 크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한국 사회의 조선족에 대한 편견은 그들의 한국 생활에 은근한 부담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우리대학교 주변에서 만난 네 명의 노동자들은 대학가에 위치한 덕분인지 다행히 큰 차별을 겪고 있지는 않았다. 하지만 ㅎ술집 사장 정은숙(63)씨는 “가끔 손님들 중에 말투가 어눌하다고 중국인 종업원들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이어 그는 “중국에서 유학 올 정도면 대부분 부유하고 똑똑한 아이들인데 열심히 일하면서 공부하는 아이들을 무시하는 걸 보고 있으면 기분이 나쁘다”고 말했다.

최근 개봉한 블랙코미디 영화 『방가? 방가!』는 주인공 방태식이 동남아 이주노동자로 위장 취업하는 코믹한 상황을 설정해, 7년 전 ‘블랑카’ 때와 별반 다르지 않은 이주노동자의 차별과 핍박의 현실을 보여주었다. 범죄를 저지르고 문제를 일으키는 일부 이주노동자의 사례만으로 편견을 가지고 이들을 외면하기엔, 밝고 열심히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이 너무도 많았다.

정주원 기자 daramjj@yonsei.ac.kr
사진 박동규 기자
ddonggu777@yonsei.ac.kr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