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탄생은 엄청난 우연의 일치일까? 아니면 ‘위대한 설계’의 일부분일까. 사실 우주 전체로 본다면 일개 행성의 탄생은 그리 큰 사건이 될 수 없다. 하지만 ‘우주 전체에서 생명이 살 수 있는 행성이 얼마나 되느냐’를 생각해 본다면 지구의 탄생은 매우 중요한 사건이 된다. 이는 지금까지 불균형적 모습을 보였던 우주와 달리 지구는 굉장히 균형 잡힌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완벽하다고 밖에 할 수 없는 공전궤도와 구성 비율, 그리고 태양계에서의 위치는 지구에 생명이 살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런 모습만 살펴본다면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는 마치 다시 일어날 수 없는 기적에 의해 만들어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위대한 설계』의 저자 스티븐 호킹은 이와 같은 우주 탄생의 한 부분조차 ‘기적’이나 ‘조물주의 창조’라고 부르지 않는다. 신의 설계를 부인하고 우연을 가장한 자연의 ‘위대한 설계’라고 말한다. 호킹은 “철학은 이제 죽었다” 라는 과감한 발언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우주 탄생의 설계도를 설명하기 위해 이 책은 과거 뉴튼이 제안한 우주 모형부터 양자역학의 우주 모형 그리고 대통합이론인 M-이론이 설명하는 우주 모형까지, 지금까지 나온 우주모형을 총망라한다.

양자역학이나 상대성이론에 익숙한지는 상관이 없다. 호킹이라는 과학자는 최신의 과학이론에 문외한 우리에게도 우주의 ‘위대한 설계’에 흥미를 느끼게 할 충분한 언변이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2010/10/10 출간, 정가 18,000원

이재호 기자 20thc.boys@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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