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수봉 노래는 다 좋아. 그「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있잖아”

7080 노래를 이처럼 애타게 찾는 주인공은 우리대학교 노성훈 교수(의과대·외과학)다. 위암 수술 전문의인 노 교수는 인터뷰를 하기 전에도 암으로 얼룩진 위를 자르고 왔다. 노 교수는 수술실이 조용한 것을 참지 못한다. 그가 수술실에 가면 간호사는 이미 김수희, 송창식, 그리고 심수봉 등 추억의 노래를 준비하고 있단다.

수술실과 뽕짝이라. 이거 뭔가 ‘야매’스럽다. 기자의 의구심을 더 증폭시키는 것은 노 교수가 쓰지 않는다는 세 가지를 들을 때였다. “나는 메스(수술용 칼)하고 콧줄, 심지를 안 써.” 수술을 하는데 칼을 쓰지 않고, 코와 위를 잇는 콧줄, 그리고 복부 안에 출혈이나 염증을 확인하기 위해 쓰는 심지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소리이다.

그렇다면 이 ‘야매’ 의사는 무엇으로 수술하시나. 노 교수는 웃으면서 대답한다“환자가 편한 걸로 수술하지.” 메스를 사용하면 환자의 복부를 난도질하는 것과 같다. 그렇기 때문에 회복기간도 더뎌지고, 피가 튀어 수술시야가 좋지 않아 수술시간도 길어진다. 대신, 조직을 자르거나 지혈을 할 때는 전기소작기*를 쓴다. 콧줄이나 심지 또한 위암 환자들이 수술 중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과감하게 뺐다.

이런 노 교수의 방식은 지난 1996년 12월 그리스 학회 비디오 프레젠테이션에서 발표되고 전세계적으로 많은 반향을 일으켰다. 이후 위암 분야에서 가장 앞서나가는 일본 의사들 또한 수술법을 배우러 우리나라로 찾아오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금 약 70%의 의사들이 이 방법을 선호하고 있다. 또한 콧줄과 심지를 사용하지 않는 의사들도 30~40%에 이른다. 콧줄과 심지를 떼지 못한 나머지 의사들에 대해 물어보니, 노 교수는 호탕하게 “기우지, 기우”하고 웃는다.

한국에서 가장 위암 수술을 많이 하는 의사라는 타이틀을 가진 노 교수는 1년에 5백여 건의 수술을 한다. 그의 손을 거친환자들의 완치율은 70%를 웃돌고 있다. 하지만 이런 수치적 성과보다도 눈에 띄는 것은 의사 자신보다도 타인을 배려하는 자세다. 뽕짝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기자에게 노 교수는 “가끔 수술 중에 손발이 안맞는 조수를 때리는 의사가 있는데 그건 자기 실력에 확신이 없기 때문이야”라고 말한다. 그렇기에 교수는 쓸데없는 꾸짖음을 하지 않는다.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가 그의 수술실에서 울려퍼지는 이유다.

*전기소작기: 금속 캡이나 철사를 장착한 기구에 전기를 이용하여 고온으로 달구어 혈관의 지혈이나 조직의 절단에 사용한다.

 

임서연 기자 guiyoomi@yonsei.ac.kr
사진 이다은 기자 winner@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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