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롬, 프로이트, 그리고 쇼펜하우어가 말해주는 사랑이야기

새로운 학기의 시작처럼 사랑은 설렌다. 영화 『4월 이야기』에서 좋아하는 선배를 따라 온 대학에서, 그 선배에게 말 한마디 못 붙여보고 주변을 맴도는 여주인공의 설렘은 말없이 사랑의 감정을 우리에게 전달한다.

사랑은 달콤하고 따뜻하게 사람을 변화시킨다. 사랑의 과정은 나 자신이 아닌 다른 존재를 나만큼, 혹은 나보다 더 아끼게 만든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여태껏 너무나도 다른 삶을 살아왔던 두 사람 사이에는 균열이 생긴다. 그 균열이 커져가면서 두 사람 사이의 사랑도 식어간다. 인간은 사랑하면서 생겨나는 문제들을 잘 해결하지 못한다. 그리고 같은 실수를 또 반복하고 반복한다.

사랑도 기술, 배워야 한다

에리히 프롬은 『사랑의 기술』을 통해 “사랑도 배워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사랑이 진지하게 배워야 할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데, 이러한 태도는 사랑에 실패하는 원인이 된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사랑을 할 대상이 없다고, 혹은 내가 사랑받을 만한 사람이 되지 못하기 때문에 자신들이 사랑을 잘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개팅을 하고, 외모를 치장하는데 시간을 보낸다.

프롬은 사랑이 이런 접근을 통해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사랑에도 기술이 필요하며, 이 기술은 ‘훈련’과 ‘인내’의 산물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나’라는 존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 먼저 견고해질 수 있어야 타인을 진정으로 배려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한 자기 안에 내재돼 있는 사랑에 대한 환상을 극복하라는 이야기를 통해 그는 사랑을 통해 환상을 실현하려 하는 것이 아닌, 상대를 그대로 인정해 줄 수 있는 현실적인 사랑을 할 것을 주문했다.

사랑에도 이성이 필요해

반면 프롬과는 반대 입장의 심리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사랑을 다른 관점에서 보았다. 『정신분석입문』에서 프로이트는 사랑은 과거가 현재에 덧입혀지는 전이 현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어머니에 대한 아들의 사랑(또는 아버지에 대한 딸의 사랑)을 말하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또는 엘렉트라 콤플렉스)가 첫 번째 사랑이며, 이 첫 사랑과 그 이후의 사랑에 대한 기억을 반영해 현재의 사랑이 탄생한다고 설명했다. 무의식 속 지난 기억에 대한 집착이 사랑을 낳는다는 얘기다.

한국정신분석연구회 정도언 회장은 “프로이트는 사랑을 ‘미친 짓’이라고 말했다”며 “현실을 객관적으로 받아들이는 능력이 고장을 일으킨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연령, 환경, 학력의 차이를 무릅쓰면서 상대방을 갈구한다는 것이다. 열정적인 사랑은 시간이 지날수록 차갑게 식어가고 관계가 소원해지면서 금단현상까지 일으킨다. 프로이트는 이런 열정적인 사랑을 ‘중독’이라 부르며 불안정하다고 말했다. 그러므로 사랑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열정이 아닌 이성이 사랑을 주도해야 한다고 처방했다.

사랑은 생존 본능이다

심리학자였던 두 사람과 달리 철학자인 쇼펜하우어는 그의 인생론 에세이 『사랑은 없다』에서 “세상 모든 사랑은 ‘성욕’을 근거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사랑이 자기 보존을 위한 본능이며, 이는 남자들이 나이가 들수록 얼굴보다는 몸매에 더 관심이 많아지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사랑은 인류의 생존을 위해 생기는 것이며, 사랑이 없었다면 인류는 진작 멸망했을 것이라는 이론이다. 그는 사랑이 가져다주는 즐거움과 성적 쾌락은 모두 인류의 번식을 위한 미끼라며, 인류의 보존을 위한 사랑의 역할을 긍정했다.

사상가들은 이렇게 ‘사랑’이라는 주제에 대해 고민하고 답을 내렸다. 그러나 모든 사상가들이 공통적으로 읊었던 사랑 문제에 대한 해결책에는 항상 ‘자기 존중’이 있었다. 소설가 김형경씨는 에세이 『사람 풍경』에서 “자기 존중감은 스스로 가치 있는 존재임을 느끼고, 스스로 행복해질 수 있다고 믿는 감정”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자기 존중감이 기반이 되어야 진정한 사랑도 가능하다.

새싹들과 함께 사랑이 꽃피는 시기인 3월에는 누구나 ‘사랑’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솔로건, 사랑을 갓 시작했건, 오랜 커플이건 한번쯤 자신의 사랑을 되돌아보는 것은 어떨까. 비록 오랜 시간이 지나 빛을 바랬을지 모르나, 선배들의 조언이 가진 사랑의 본질을 들여다보는 능력은 당신의 사랑을 견고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김유진 기자  lcholic@yonsei.ac.kr
그림 김진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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