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우리나라가 선진국 대열로 들어서면서 시스템을 업그레이드 하려는 섬세한 정책들이 나오고 있다. 그 일환으로 우리나라 전체의 주소체계는 지번중심에서 도로명 중심 주소체계로 바뀌게 됐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금 현재 우리가 익숙하게 쓰고 있는 지번 주소는 일제 강점기인 1918년에 도입돼 지금까지 10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사용돼 왔다. 해방 이후 도시화와 산업화의 과정을 거치면서 지번 주소 제정 당시 구획의 근간이 됐던 번지의 연속성이 사라졌고, 자동차 중심의 교통 문화가 발달하면서 운전 중 지번을 찾아가기 어려웠다. 이러한 불편함을 해소해 주소를 쉽게 찾을 수 있게 한다는 취지에서 주소체계가 지번 구획 중심이 아니라 도로명과 도로의 건물들을 중심으로 개편된다. 새 주소체계는 2011년에는 지번과 도로명을 병행 사용하다가 2012년부터는 도로명 주소를 본격 사용한다고 한다.

우리대학교 정문 앞을 지나는 큰 길이 성산대교에서 이어지는 동서간의 큰 길이라 3년 전 주소체계 개편 계획 초기에는 우리대학교의 도로명 주소가 ‘성산로’로 분류됐다. 이를 알게 된 후 ‘성산로 연세대학교’가 아닌 ‘연세로 연세대학교’가 되게 하고자 많은 사람들이 다방면에서 노력해왔다. 이런 노력들이 결실을 맺어 우리대학교의 새로운 주소는 ‘서울 서대문구 연세로 50 연세대학교’다. 그동안 익숙하게 써왔던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 134 연세대학교’는 2011년까지만 병행 사용될 것이다. 이는 작은 일로 볼 수도 있겠지만 앞으로 연세인의 고향이 ‘연세로 연세대학교’로 기억될 점을 고려하면 역사에 남을 일이다.

다만 30만평에 이르는 우리 대학의 캠퍼스는 행정적으로 한 덩어리로 구분되어 “연세로50”이 주소가 된다. 우리대학교 캠퍼스 방문자들에게 건물 이름만 가지고 위치를 찾기란 쉽지 않다. 새천년관, 핀슨관, 아펜젤러관 등 우리의 역사를 나타낼 수 있는 건물명의 의미는 좋지만 실제로 방문자들에게 건물명만 가르쳐 주고 찾아오게 하는 것이 쉽지 않다. 백양로에서 정차하고 길을 묻는 운전자의 수도 교세의 확장에 따라 늘어나는 것으로 보인다. 캠퍼스에 큰 행사가 있을 때면 이로 인한 교통 정체까지 나타나는 형편이다.

우리대학교 내부에 백양로를 기준으로 하는 도로명 주소를 부여하면 어떨까 한다. 남→북, 서→동, 왼홀 오른짝의 원칙을 그대로 적용한다면 공학원이 백양로 1, 백주년 기념관이 백양로 2, 학생회관은 백양로 6인가 8인가? 언더우드관을 백양로 몇으로 지정할 수 있을까? 이러한 시도는 단순히 주소를 정하는 의미가 아니라 연세의 역사를 다시 매기는 시발점이 될 것이다.

연세춘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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