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 문학상-시분야 당선소감

 

정 상 혁(국문·05)

 

때로 좋은 수묵화를 보면 감탄이 나옵니다. 도도히 흐르는 강을 보면 또한 그러합니다. 좋은 수묵화는 묵과 종이가 서로 친합니다. 멋들어진 강도 물과 흙이 두 성분의 간극을 뛰어넘어 거의 일심동체의 화해를 이룩합니다.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한 폭의 좋은 그림을 위해 닥나무는 껍질째 뜯기고, 삶기고, 부서지고, 잿물을 감수하고, 수천회의 몽둥이질을 견디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 말입니다. 강은 말할 것도 없겠지요. 땅과 물이 만나 오롯한 하나의 생태를 만들기까지 까마득한 세월이 필요했을 것입니다.

말과 글을 배워 부려 쓴지 벌써 스물다섯해가 되었습니다. 아직 제가 보기에도 아름다운 풍경을 이룩하지 못했으니, 늘 곁에 있으면서도 깊이 친해지지 못한 모양입니다. 급히 서둘러 관계를 망치지 않으려 합니다. 대신, 굵고 정갈한 한 획을 위해 필요한 지난한 시간을 견뎌보겠다는 다짐을 전합니다.
제게 소중한 지면을 허락하신 연세춘추와 심사위원께 감사의 말씀 더불어 전합니다.

 

 

 

박영준 문학상-소설분야 당선소감

 

김 연 지(경제·06)

 

제가 네 살 때, 거실에서 옹알대는 소리가 나서 엄마께서 나가 보시니 띄엄띄엄 신문을 읽는 당신의 딸이 있었습니다. 글자를 정식으로 가르쳐 준 적이 없는데 읽기를 시작하는 것을 보고 이 아이는 문(文)에 뛰어나겠구나 생각했다고 하셨습니다. 아이가 부모에게 기대감을 안겨주는 일은 많지만, 부모님께서 들려주신 이 이야기는 스스로에게 사명을 부여하게 했습니다. 지금 이곳으로 저를 이끌었습니다.
 
거리엔 음악이 흐르고’는 사실 제 사랑이야기입니다. 저는 열세 살에 힙합을 만났습니다. 열여섯에 첫 가사를 썼습니다. 열일곱에 지금도 함께 힙합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덕분에 불안정할 수 있는 사춘기를 건강하게 보냈습니다.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가사를 쓰고 공연을 했습니다. 프리스타일을 하며 서로 고민을 이야기하고 위로해주며 풀었습니다. 남들보다 세 배는 많은 말을 내뱉으며 살아왔습니다.

제게도 말을 잃어버린 시기가 있었습니다. 젊은 혈기에 무작정 떠나고 싶었습니다. 우연히 갱스터랩이 처음 생긴 도시에 가서 마켓 점원 일을 했습니다. 여전한 갱스터 동네라 무서운 손님들의 외양에 처음에는 오후이면 온 몸의 근육이 아플 정도로 긴장되어 있었지만, 단골이 되니 매일 궐련을 사가고, 허리춤에 총을 차고 다니는 친구들도 결국 똑같은 사람이었습니다. 퇴근길에 지하철역으로 걸어가고 있으면 보는 풀밭에 쭈그리고 앉아서 대마초를 피우고 있는 친구들에게 짧은 영어로도 “너희 뭐하니, 경찰 부른다.”라고 농을 걸 정도로 반가운 사이가 되었습니다. 정작 갱스터는 가게 주인이었습니다. 노동력을 착취하고 나중에는 돈을 떼어먹으려고 저를 도둑으로 몰았습니다. 그 때까지 안전한 그물망에서 좋은 사람들만 만나고 살아온 저에게는 큰 충격이었고 말을 잃었습니다. 잃어버린 말들을 되찾고 싶어서 한국에 돌아와서 ‘스포큰워드’라는 모임을 만들었습니다. 말이란 역시 어색해서 우리는 글만 열심히 쓰고 있지만 곧 말도 할 수 있게 될 거라 믿습니다. 성미언니, 유경이, 금보, 동건이, 은지와 함께한 이 모임 덕에 많은 치유가 되었습니다. 또, 계속 제 안과 마주설 수 있는 강인함이 생겼습니다.

제가 발견한 것은, 중요한 것은 ‘언어 너머에’ 있다는 믿음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믿음을 잃지 않아야 꾸준히 쓸 수 있다는 것. 아직 부족한 저의 글을 좋게 봐 주신 연세춘추와 심사위원 성석제 선생님께서도 제 글 너머에 있는, 더 좋은 글을 쓰고 싶어하는 마음을 보아 주신 것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분발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제 첫 글자와의 만남을 발견해주시고, 꾸준한 믿음으로 저를 지켜봐주시는 부모님, 이모들, 할머니, 동생, 힙합을 더 사랑하게 해 준 메타와 키비, 캡스톤, 크루 Duckstone 멤버들. ‘넌 소설을 써야해’라고 단호하게 말해주었던 아성이, 수지, 선아. 또 늘 저를 든든하고 뿌듯하게 해주는 제 주변의 좋은 사람들, 매 수업 신문에 언제 실리냐고 물어보아주신 임용기 선생님, 동은 씨, 상경논총 사람들, 브롱스에서 멋진 음악을 만들고 있는 민철이에게 이 지면을 통해 감사의 인사를 바칩니다. 사랑합니다. 열심히 쓰겠습니다.

 

 

 

오화섭 문학상-희곡분야 당선소감

 

구 성 미(국문·06)

 

오랫동안 쓰지 못했습니다. 「라면 먹는 두 사람」은 아주 오랜만에 쓴 글입니다.

이렇게밖에 못 쓰면서 이렇게나 즐겁다니. 괴롭고 행복했습니다.

부족한 글을 읽어주신 심사위원 선생님, 고맙습니다. 지칠 때마다 유진 오닐의 『지평선 너머』를 펼쳐봤습니다. 오화섭 선생님 번역이었습니다. 영광입니다.

다시 쓸 용기를 준 ‘스포큰 워드Spoken Word’의 두 친구. 유경이, 연지. 너희 덕분이야.

임나와 성림언니. 그냥, 전부 고마워.

내 글쓰기의 시작, 이만희 선생님. 부지런히 쓰겠습니다.

아빠, 엄마, 오빠야, 바네싸, 래희. 소중한 사람들. 쑥스럽지만 안 쓸 수 없잖아.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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