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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게이머 김구현을 만나다!게임으로 세상을 정복하고자 하는 사나이
  • 이가영 기자
  • 승인 2010.12.04 18:52
  • 호수 1651
  • 댓글 0

“하나 둘 셋, 김구현 파이팅”

지난 1일 문래동 LOOX 히어로센터를 가득 메운 관객들이 한 사람을 바라보며 응원 구호를 외친다. 관객들의 눈길을 따라 간 그곳에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모니터를 응시하며 빠른 손놀림으로 마우스를 움직이고 있는 스타크래프트(아래 스타) 프로게이머 김구현 선수(21)가 있다.

그와 경기하는 상대는 13연승을 기록 중이었다. 김 선수의 손에 팀의 승패가 달린 마지막 경기, 기자는 그에게 가중된 부담감을 상상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승리에는 문제가 없다는 듯, 김 선수는 경기 내내 표정의 변화가 없었다. 그의 셔틀이 리버*를 태우고 적진으로 향할 때도, 상대선수의 마지막 공격을 막아낸 뒤 승리가 눈앞에 성큼 다가온 그 순간에도, 김 선수는 재빨리 키보드를 누를 뿐이었다. 상대편의 'GG**'를 받아낸 뒤에서야 그는 환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승리로 장식된 경기가 끝난 뒤, 'STX Soul'팀 연습실에서 김구현 선수를 만났다. 그는 경기 중의 날카로운 눈빛은 오간데 없이, 21살의 청년만이 낼 수 있는 환한 미소를 띠며 기자들을 반겼다. 승리 소감을 묻자 그는 약간의 경상도 사투리가 섞인 억양으로 “팀원들의 노력이 물거품 되지 않도록 해주고 싶었어요. 저의 승리를 통해 팀원들의 노력이 빛을 발할 수 있어서 다행이에요”라고 대답했다. 그는 개인의 승리보다도 팀의 승리를 기뻐하는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김구현, 이영호를 이겨라!

현재 그는 3대 스타리그에 모두 참여하고 있다. 김 선수는 그 중 가장 큰 대회인 온게임넷에서 주최하는 스타리그에서 16강 대진 발표를 기다리고 있었다. 16강에서 만나고 싶은 상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예전 같았으면 잘하는 선수를 피하고 싶었을 거예요. 그런데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기 위해선 결국 피하고 싶었던 선수를 이겨내야 하더라구요”라고 답했다.

구체적인 선수 이름을 요구하자 그는 머뭇거림 없이 “이영호 선수를 만나고 싶어요. 잘하는 선수를 만나면 연습의 마음가짐부터 달라지고, 이기고 싶은 욕구도 강해지더라구요”라고 말했다. 스타리그 4회 우승에 도전하는 등 명실공히 최고의 프로게이머 이영호 선수와 만나고 싶다는 그를 본 순간! 인터뷰 시작 전 한없이 착하고 순수해 보이던 청년의 내면에 ‘승부사 기질’이 숨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승부사는 ‘어떤 일의 고비에서 용기와 결단력을 내어 과감하게 일을 결행하는 사람’을 뜻한다. 김 선수는 그런 사람이었다. 현재 그는 최고의 프로게이머로 나아가는 고비에 서있다. 그리고 강한 상대를 피하는 것이 아니라 마주봄을 택하는 결단력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온게임넷 스타리그 16강 대진이 발표된 지난 3일, 결국 김 선수는 그의 바람대로 이영호 선수와 첫 경기를 펼치게 됐다. 16강 대진이 결정된 후 이뤄진 전화통화에서, 그는 “어려운 상대지만 열심히 연습해 이기도록 하겠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는 사전에 제시된 또 다른 승부사의 뜻 ‘어떤 승부에서 늘 이기는 확률이 높은 사람’이 되기 위해 끊임없이 연습하고 있었다.

수많은 연습, 찾아오는 슬럼프 그리고 승리!

프로게이머는 하루에 얼마나 연습할까? 그는 연습 스케줄이 낮 12시에 시작해 새벽 2시에 끝난다고 말했다. 중간에 쉬는 시간이 포함돼 있긴 해도 평균 10시간 정도 게임 연습을 한다. 긴 연습시간에 대해 불평을 털어 놓을 만도 하지만 그는 “어린 시절 성공하려고 저뿐만 아니라 다른 프로게이머들도 열심히 연습하고 있어요. 누군가 연습을 시키지 않더라도 열심히 해요. 지금의 자리에서 뒤처질 수 없으니까요”라고 말했다. 그는 연습을 하다가 힘들어 질 때면 같은 팀 동료 김윤환 선수를 본다. “팀 내에서 에이스 경쟁을 함께하는 윤환이 형은 연습시간 관리를 철저히 해요. 윤환이 형이 잘하면 저도 잘해야 할 것 같아서 더 열심히 연습해요.” 평범한 우리 또래의 친구라는 생각도 잠깐, 성공을 위해 묵묵히 연습하는 그의 모습이 그려졌다.

수많은 연습에도 패배와 슬럼프의 그림자는 찾아온다. 김구현 선수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난 2006년 그는 17살의 나이에 첫 공식전을 가졌다. “첫 공식전은 기억하고 싶지 않아요. 모든 것이 처음이라 긴장했던 기억밖에 없네요. 게다가 경기도 져서 선배들에게 구박도 많이 받았어요”라고 그때를 회상했다. 패배로 시작한 공식전이었지만 프로게이머로서의 그의 인생은 승리로 가득 차 있었다. 데뷔년도에 신인왕을 수상하고 2008년 또 다른 3대 스타리그 중 하나인 ‘곰TV MSL 시즌4’에서 준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그러나 올 여름 그에게도 슬럼프가 찾아왔다. 스타 개인리그에서도 줄줄이 탈락하고 팀별 리그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김 선수는 이 시기를 되돌아보며 “쉴 틈 없이 일주일에 서너번 경기를 진행하다보면 몸과 마음이 모두 힘들어져요. 슬럼프 당시 쉬고 싶다는 생각을 계속 했어요. 하지만 슬럼프가 왔을 때 걱정하실 부모님을 생각하며 자랑스러운 아들이 되기 위해 더 열심히 노력 했어요”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체력적 한계로 인해 슬럼프에 빠졌다고 판단하고 체력을 기르기 위해 헬스를 했다고 밝혔다. 결국 그는 ‘월드 사이버 게임즈 대회’(아래 WCG 대회)에서 준우승을 하면서 깊어만 보였던 슬럼프를 마침내 극복했다.

좋아하는 일을 향해 달려라!

평생을 살며 한 분야에서 독보적 위치에 서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김 선수는 21살 때 WCG 대회에서 은메달을 따는 등 스타라는 한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문득 나이 어린 그가 한 분야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이유가 궁금해졌다. 그는 “저는 아직 많이 부족해요. 하지만 좋아하는 스타를 하다 보니 준프로 자격증을 땄고,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이 게임이라고 생각해 프로게이머가 됐어요. 놀고 싶은 것을 포기하더라도 자기가 진정 하고 싶은 일을 찾아 열심히 하다보면 최고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라고 말했다. 그는 놀고 싶은 욕구만 포기한 것이 아니었다. 최고가 되기 위해 자유와 청춘, 그리고 학창시절 추억들까지 포기했다. 그는 “프로게이머 선수 생활을 하느라 고등학교 학창시절을 보내지 못했기에 친구 관계가 많이 협소해졌어요. 특히 이성친구들이 주변에 없네요”라며 장난스런 웃음을 띠고 말했다. 그러나 김 선수는 단호히 프로게이머란 선택에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그의 단호한 한마디에, 타인에 의해 설정된 대학이라는 목표를 향해 무작정 달려온 평범한 학생들, 그리고 타인이 설정해준 목표를 이루고 난 뒤 방황하는 대학생들의 모습이 겹쳐졌다. 그가 지금의 위치에 설 수 있었던 이유는, 어쩌면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일을 그 누구보다 일찍 찾았고 매진했기 때문이 아닐까?

김구현, 그의 꿈!

김 선수는 이번 시즌 개인리그 목표에 대해 묻는 기자의 질문에 “다른 시즌보다 이번 시즌은 특히 욕심이 많이 나요. 반드시 우승 하고 싶어요!”라고 답했다. 아직 개인리그 우승 기록이 없는 그는 좀 더 사람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 했다. 지금도 충분히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있는 프로게이머가 아니냐고 기자가 반문하자, 그는 “지금보다 더 인정받고 싶어요. 1등이 되는 그날까지 노력할겁니다!”라고 말했다.

1시간가량의 인터뷰 내내 우승에 대한 그의 끊임없는 갈망과 노력을 엿볼 수 있었다. 조만간 김구현 선수의 우승 소식이 들려오기를 기대해본다.

* 셔틀, 리버: 스타크래프트의 유닛
**GG: 'Good Game'의 약자, 경기에서 졌음을 인정하는 게임 상의 용어

이가영 기자 bluestar@yonsei.ac.kr
사진 김민경 기자 penny9109@yonsei.ac.kr

이가영 기자  bluestar@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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