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의 지식에 반기를 들다, 천문우주학과 이영욱 교수

“주변에서 저한테 연구 안하냐고 물어봐요, 인터뷰를 안해서”

우리대학교 천문우주학과 이영욱 교수(이과대·항성진화)의 말이다. 언론에 노출되는 것보다 연구라는 본연의 일에 충실하고 싶다는 이 교수는 자외선 우주 연구단(아래 연구단)의 책임자다. 그러나 이 신비주의의 연구단이 지난 97년부터 13년간 NASA와 공동 연구하여 내놓은 결과물들은 기존의 천문학계를 흔들었다.

5살의 우리은하를, 오메가 센터우리

‘우리 은하에서 가장 크고 밝은 구상성단.’ 이것은 오메가 센터우리(NGC5139, Omega Centauri)의 사전적 정의다. 하지만 이 성단을 단순히 구상성단*으로 보는 정의는 이제 충분치 않다. 현재 우리은하를 성인에 비유한다면, 이 오메가 센터우리는 우리은하의 5살 때 모습이라는 것이 지난 1999년 『네이처』지의 한 논문에서 처음으로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 은하의 기원을 밝히는 단서가 될 수 있기에 큰 주목을 받았다.

이 논문에 참여했던 이 교수는 “성단은 화학적 구성과 질량의 변화가 없지만  오메가 센터우리에서는 그 변화가 포착됐다”고 말했다. 이런 변화는 별들이 화학적으로 진화하는 은하에서만 발견되는 특성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논문은 오메가 센터우리가 단순한 구상성단이 아니라 우리은하가 형성되는 초기의 왜소은하**일 것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별들은 아직 태어나고 있다

별에 대한 패러다임의 동요에 그치지 않고 연구단은 또 하나의 파동을 일으켰다. 기존의 자연과학 패러다임에서는 빅뱅과 함께 별들이 생성되고 이후에는 별들이 진화할 뿐, 새로운 별들이 생성되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지난 2003년 연구단이 NASA와 함께 띄운 갈랙스라는 자외선 우주망원경의 자료를 분석했을 때 나온 결론은 달랐다. 일부 타원은하에서 별들의 생성초기에나 볼 수 있는 양의 자외선이 방출는 것이 계측됐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이만한 양의 자외선은 별들의 생성초기와 진화의 마지막 단계에서 관측된다”며 “결국 이 둘을 어떻게 구분하느냐가 관건이었다”고 전했다. 이 구분은 자외선의 빛의 세기와 가시광선의 빛의 세기를 비교하는 연구단의 노하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새로 태어나는 별들만 모인 은하에서는 자외선과 가시광선의 세기가 같다. 그러나 진화가 어느 정도 된 타원은하에서는 자외선의 세기가 가시광선의 것보다 1/10 내지는 1/50 정도 밖에 안된다. 그런데  타원은하에서 갑자기 그 이상의 자외선이 측정된다면 그 은하 안에서 별들이 생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이런 구분은 외국에서도 쉽지 않기 때문에 매주 외국 연구진이 이 기술을 익히기 위해 방문한다”고 말했다.

“천문학은 선진국들의 학문이다”라고 이 교수는 말한다. 천문학을 연구하기 위해서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천문학 연구에 투자를 소홀히 해 아직 천문학 연구에 꼭 필요한 망원경조차 변변하게 구비된 것이 없다. 오메가 센터우리의 변화를 측정할 때도 아마추어용에 가까운 1구경 망원경을 사용해 100장 이상의 사진을 찍어야 했다. 이 교수는 “이렇게 열악한 상황에서도 기존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던 것은 연구단과 대학원생들의 아이디어와 근면함 덕분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교수는 더이상 연구팀과 대학원생들의 노고에만 의지하지 않겠다고 말한다. 이번 한국연구재단 주도로 이뤄지는 선도연구센터 육성사업에서 이 교수의 노력으로 연구단이 선정돼 재단은 연구단에게 최장 10년간 1년에 10억 원씩 연구비를 지원키로 약속했다. 연구단은 이제 은하진화 연구 센터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출범한다. 이 지원을 통해 앞으로 올 10년 동안 연구단은 다시 한 번 천문학계를 흔들 수 있을까.

*구상성단: 은하 속에 대칭이며 둥그스름한 모양으로 빽빽하게 모여 있는 늙은 별들의 큰 무리

**왜소은하: 우리 은하수에 있는 2,000~4,000 억 개의 별에 비해 적은 숫자인 몇 십억 개의 별로 구성된 은하. 왜소은하가 모여 우리은하가 이루어졌을 것이라고 추정

 

 

임서연 기자 guiyoomi@yonsei.ac.kr
자료사진 이영욱 교수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