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아보이는 물산업의 어두운 이면

인구증가와 기후변화로 인해 물부족과 수질오염이 심화되면서 물의 가치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물의 성격은 공공재에서 ‘블루골드’로 바뀌었다. 블루골드는 ‘가격이 매겨진 사유화된 물’이라는 뜻이다. 물이 사유화되면서 동시에 물산업도 발전했다. 물산업은 수자원 확보, 용수 공급, 오·폐수 정화, 상수도원 관리, 댐 관리, 담수화 등 물과 관련된 산업을 통틀어 일컫는다. 이제 물산업은 20세기의 주요 산업이었던 석유산업의 뒤를 이을 21세기의 미래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세계 물산업 시장 규모는 지난 2009년을 기준으로 약 4천억 달러에 이른다. 그렇다면 과연 물산업의 전망은 이렇게 밝기만 할까?


현재 세계 물산업 시장은 다국적 물기업들이 장악하고 있다. 비방디유니버설과 수에즈는 세계 물산업 시장의 70%를 독점하고 있다. 수에즈는 세계 130여 개 국가에, 비방디유니버설은 90개가 넘는 국가에 진출했다. 이들 다국적 물기업의 성장 동력은 세계 각국의 수도 사업 민영화다. 각국의 수도 사업 민영화는 물산업 시장의 확대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다국적 물기업은 민영화 이후 수도 요금을 인상해 이윤을 창출한다. 모드 발로와 토니 클라크는 『블루골드』에서 “다국적 물기업은 세계무역기구, 세계은행, 국제통화기구 등과 결탁해 지역 연합을 결성하거나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할 때 물산업 시장을 개방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하는 방법으로 세계 각국의 수도 사업 민영화를 주도하고 있다”고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수도 사업 민영화 논란이 있었다. 지난 2008년 정부가 하수도 처리 광역화 사업 계획을 발표하자 광역 하수도의 관리를 민간 기업에게 맡기려는 계획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아직까지는 물산업을 민영화하지 않고 공기업인 수자원공사와 한국환경공단에서 담당하고 있다. 수자원공사는 상·하수도와 다목적댐 관리를 통해 수자원을 확보하고 수량을 조절한다. 한국환경공단은 하천 유역의 오염 물질을 제거하는 등 수질을 개선한다. 특히 한국환경공단은 국내 물산업을 육성하면서 세계 물산업 시장에서 다국적 물기업에 맞설 수 있는 세계적인 물 관리 전문기관을 지향한다.


한국환경공단 상하수도지원처 상하수도지원팀 강경철 과장은 먼저 국내 물산업 육성 방안에 대해 “현재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관리하는 수도 시설을 권역별로 합쳐 앞으로는 한국환경공단이 대신 수도 시설을 설치하고 위탁 관리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환경공단은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보다 체계적으로 물산업에 투자할 수 있다. 또한 세계 물산업 시장 진출을 위한 방안으로는 “물산업 클러스터를 조성할 계획”이며 여기서 축적된 기술을 바탕으로 다국적 물기업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해 “우선은 아프리카에 물 관련 전문 기업으로 진출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다국적 물기업 따라잡기식 물산업 발전 정책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만은 없다. 모드 발로와 토니 클라크는 “물과 같이 소중한 자원은 소비를 부추기고 시장을 팽창시키는 이윤 추구의 논리에 따라서는 안 된다”며 “블루골드는 결국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물에 가격을 책정할 경우 빈곤층은 물 분배로부터 배제돼 물 분배에 관한 기존의 세계적 불평등은 더욱 심화되기 때문이다. 또한 근본적으로 물을 절약하는 데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물부족 문제의 궁극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전세계가 함께 물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을 고민해 봐야하지 않을까?

박소원 기자 parksowon@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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