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US 이수에서 열린 핑크영화제

“이번 상품은 콘돔 한 박스네요”


‘헉’ 했다면 여기서 당신은 ‘애.송.이.’. “와우~!” 사람들은 환호했다. 올해로 4회를 맞은 핑크영화제 풍경이다.


핑크영화는 50여 년 역사를 가진 일본의 에로 독립영화다. 제작비 300만 엔, 베드신 4~5회 등의 룰을 지키기만 하면 될 뿐 감독의 자유로운 창작을 제재하지 않기 때문에 실험정신과 개성이 강하다. 핑크영화제에서는 이런 핑크영화가 상영된다.


이런 특성 때문에 핑크영화는 우리나라의 19금 영화보다 더 적나라하다. 섹스나 사디즘, 마조히즘 등을 숨기지 않고 그대로 드러낸다. 대놓고 보여주니까, 관객들도 대놓고 받아들인다. 일본에도 우리나라의 핑크영화제 격인 행사가 있는데 표가 매진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영화를 홍보할 때도 숨기지 않고 포스터를 만들기 때문에 ‘부끄러운 영화’를 본다는 의식 없이 당당히 즐긴다”고 죠조 히데오 핑크영화 감독은 말했다.


하지만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 에로영화시장은 활성화 돼 있지 않다. “에로영화는 인간의 본성인 성욕을 채워주기 때문에 사람들은 에로영화 제작을 멈추기 힘들다”고 히데오 감독은 말했다. 그렇다면 왜 우리나라 에로영화시장은 죽었을까? 마광수 교수(문과대·국문학)는 “우리나라가 갖는 이중성 때문에 에로영화가 만들어지기 힘들다”고 했다. “밤엔 야동 보면서 낮에는 마광수를 욕하잖아.” 즉, ‘19금딱지’가 붙은 작품은 남의 시선을 의식해 쉽게 보지 않는다는 점이 에로영화를 죽게 한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영화제작 환경 역시 우리나라의 ‘명품 에로영화 탄생’을 막는다. 우리나라는 일본과 달리 영화창작시 규제가 심하기 때문에 ‘야동만큼 야한’ 에로영화가 만들어지기 힘들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미 야동에 익숙하기 때문에 덜 자극적인 에로영화를 볼 동기를 잃게 되므로 악순환이 계속된다.


3D 에로영화로 센세이션을 일으킬 줄 알았던 영화 『나탈리』가 슬쩍 자취를 감춘 것도 이런 구조적인 원인에 기인한다. “성에 대해 직접 거론하지 않고 돌려 말한다는 것, ‘있는 척’한다는 게 문제라고 생각해요.” 섹스코미디 『페스티발』의 이해영 감독은 말했다.


“감독과 배우는 경험하지 않은 장면을 연출하는 것이 어렵다는데, 실제 경험이 영화화된 게 아닌가요?” 『S&M 헌터』를 연출한 감독 타카오카 슈지와 배우 시모모토 시로가 관객들과 가진 대화에서 관객들이 던진 질문은 자유로웠다. 어떤 질문이 나오든 참가자들은 웃으며 그 자체를 즐겼다. 감독 역시 “저 역시 변태이기 때문에 영화 속 성행위 방식을 해본 적이 있다”며 자유롭게 답했다. 그 자리에 있던 관객들은 이미 스스로 성문화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즐길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듯했다. 앞으로 에로영화를 만들 감독들이 이런 분위기를 잘 읽을 수 있다면, 그리고 이를 반영해 규제가 완화된다면 우리나라에서도 멋진 ‘제2의 핑크영화’가 탄생하리라. "Coming Soon."

김정현 기자 iruntoyoui@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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