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정미, 블루 프로젝트 - 정훈이와 정훈이의 파란색 물건들, 2008

윤정미, 핑크 프로젝트 - 지유와 지유의 핑크색 물건들, 2007

“핑크색 입는 남자들도 많은 것 같은데요?” 윤형섭(경제·05)씨는 말했다. 하지만 유아복 시장에서 핑크는 아직 여자색이다. “핑크색 유아복은 99% 이상은 여자 아기들 옷이라고 보면 돼요.” 분당 2001아울렛에서 유아복 매장을 경영하는 정영애씨는 이렇게 말했다. 정씨는 “노란색, 초록색 옷도 간혹 나오지만 팔리는 건 핑크색, 파란색이 전부”라며 “핑크색은 여자 아기, 파란색은 남자 아기용이라고 보면 정확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색의 비밀』에서 노무라 준이치는 “추상적인 빨강, 파랑에 대한 선호도는 남자와 여자가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즉, 여자와 남자가 색의 선호 차이를 보일 때는 색깔이 옷 등의 물건에 입혀졌을 때다. 색에 대한 느낌 자체에는 성별차가 없지만 어려서부터 문화에 따라 성별에 맞는 색깔을 학습했다고 볼 수 있다. 더구나 “성별에 따른 색깔에 대한 호감은 잠깐 동안에 일어나는 ‘별거 아닌’ 일일 수도 있다”고 『여자의 탄생』에서 나임윤경씨는 말했다. 실제로 유아는 노란색을 가장 좋아하고, 18~20세 젊은이들은 검정 등 어두운 색을 선호한다. 핑크색은 차라리 여자색이 아니라 ‘노인색’에 가깝다.

그렇다면 대체 왜 아기들은 왜 성별에 따라 정해지는 색깔의 옷을 입어야했을까? 이 기원에 대해 알기는 어렵다. 다만 색깔을 성별에 따라 구분하기 시작한 시기만 기록돼 있다.『색의 유혹』을 쓴 에바 헬러는 “남자아이에게는 파랑, 여자아이에게는 핑크색 옷을 입히는 습관은 1920년대에 생겼다”고 말한다. 그러나 고대와 중세에는 파랑색이 붉은색의 반대라는 생각조차 없었다. 태초부터 정해져있을 것만 같은 ‘성별색’은 근대의 산물이다. 이는 동양의 색채관과 일치하지 않을뿐더러 전통적인 서양의 색채상징과도 모순된다. 예로부터 파랑색은 여성적인 색깔에 가까웠다. 파랑색은 수동적이며 조용한 색으로 인식됐기 때문에 전통적으로 여성의 특성으로 인식됐다. 지역마다 성별이 상징하는 색깔도 다르다. 벨기에에서는 남자아이가 핑크색 옷을 입고 여자아이가 파란 옷을 입는다.


그런데, 성인이 돼가면서 성별이 상징하는 색을 선호하는 경향도 줄어든다. 결국 ‘성별색’을 엄격히 지키는 것은 대부분 아기들이다. 주체적으로 관습을 거부할 수 있게 된 성인이 아기에게 다시 관습을 입히는 관습은 언제 없어질까?

김정현 기자 iruntoyou@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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