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인년 한 해가 끝을 향해 치닫고 있다. 올해 우리사회의 화두로 부각된 것 중 하나로 ‘공정사회’와 ‘소통’을 들 수 있다. 이것은 현 정권 출범이후 보여주었던 밀어붙이는 듯 보이는 강한 정책 추진에 대한 우려와 함께 지난 6월 제5회 전국지방선거가 보여주었던 적지 않은 폐단 등을 보면서 우리 사회의 정의 구현을 위해서 그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캠퍼스 벽보가 어지럽혀지고 있다. 해마다 이 때쯤이면 학교 곳곳이 벽보와 현수막 등으로 치장되고, 정치권을 방불케 하는 유세를 통해 많은 공약들이 남발되곤 한다. 캠퍼스 내 선거에서도 기성정치에서 볼 수 있는 공약의 제조 비법이 그대로 나타난다. 과거 정치참여 일색이었던 시절과 비교해 보면 대학생만의 차별화된 공약들, 구체적으로 대학 발전의 내실화와 학생들의 복지 증진 등 번뜩이는 아이디어들을 실현 가능한 공약으로 내놓고 있다. 그러나 적지 않은 공약들은 실현 가능성을 의심케 하거나 현실과는 동떨어진 공약이다. 그런데 그 실현 가능성을 검증하기 어렵고 거대 담론에 기초한 공약일수록 매력 있어 보여 유권자인 학생들은 혹하게 된다. 후보들이 내세운 공약(公約)들 중 일부는 공약(空約)으로 끝날 것이 명확함에도 불구하고 배짱 좋게 유권자인 학생들의 관심을 빼앗게 포장하는 것은 기성 정치의 마술(?)을 본떴을 것이다. 이 뿐만 아니라 캠퍼스 내 선거에서 기성 선거에서 볼 수 있는 비리들과 흑색선전들을 찾아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동시에 선거 때면 나타나는 또 다른 병폐, 즉 선거 자체에 대한 유권자들의 무관심과 방임은 학생들에게도 그대로 드러난다.

강의실 밖 배움터인 캠퍼스 내 선거라는 장에서 후보자들은 대학의 발전과 대학생의 권익을 위해 실천할 수 있는 공약을 찾아 내 세우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한편 유권자들은 후보자들의 면면과 공약들을 세심히 살펴, 건강한 상식과 이성에 기초해 투표참여의 권리를 행사해야 한다. 

민주주의의 꽃은 선거라고들 한다. 그러나 그 역도 성립한다. 선거에 참여해서 좋은 후보를 선출하는 것만으로 민주주의가 완성되고 정의가 실현되는 것이 아니다. 선거 참여 후 무관심과 방임의 자세로 일관한다면 반(反)민주주의를 묵인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선거 참여는 정의로운 민주주의 구현의 출발일 뿐이다. 선거 참여로부터 시작된 관심이 그 공약들을 현실로 옮기는 과정에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동참으로 이어질 때 비로소 우리 캠퍼스의 희망찬 미래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연세춘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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