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와 집] ‘한 달에 100만원씩 100년 저축하면 우리도 집을 살 수 있을까?’

지난 10월부터 일본 ‘후지tv’에서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 『프리터, 집을 사다』가 세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직종을 가리지 않고 아르바이트에 몰두하며, 목돈을 장만하기 위해서 억지로 재테크와 경매에 뛰어드는 주인공 세이지의 모습이 마치 88만원 세대라 불리는 우리나라 청년들의 현실과 겹치기 때문일까.
다소 이른 감이 있긴 하지만, 내집마련의 꿈은 대학생들에게도 예외가 아니다. 집을 구하면서 느끼는 스트레스부터 일상생활에서 겪는 각종 불편들까지, 신촌의 열악한 주거환경을 마주한 경험이 있다면 하늘 아래 내 몸 뉘일 자리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깨달았을 법하다.


지난 10월 12일부터 29일까지 18일 동안 「연세춘추」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 415명의 응답자 가운데 64.3%의 학생들이 미래에 살고 싶은 지역으로 서울을 꼽았다. 경기도를 포함하면 약 79.8%의 학생들이 수도권 지역에 살고 싶다고 응답했다. 이는 문화적인 풍요로움(19.3%)이나 교통의 편리성(16%), 직장과의 접근성(15.6%)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에는 모든 게 다 있는 것 같다”는 성아영(국문·08)씨는 “17세기에 유럽인들이 아메리칸드림을 꿈꿨던 것처럼 지방 학생들에게 서울에 산다는 것은 일종의 꿈이자 특권”이라 말했다.
미래에 거주하고 싶은 집의 형태로는 ‘강남의 고급 빌라’와 ‘교외의 전원주택’이 각각 23.6%와 21.7%의 응답률로 1, 2위를 차지했다. 이에 대해 ‘R&D부동산연구소’ 최진순 소장은 “둘 다 소득 수준 상위 0.1%에게만 열려있는 주거 형태”라고 말해 학생들이 드러낸 희망의 실현 가능성을 낮게 점쳤다. 또한 내집마련의 시기로는 30대가 적절하다고 답한 비율이 85.4%로 지배적이었다. 최초로 거주할 집의 규모는 20~30평 정도가 적당하다는 응답이 64.1%로 가장 높았다.
그렇다면 연세인이 살고싶은 집, 과연 현실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꿈일까? 서초동에 위치한 ‘우리부동산’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강남 지역에 위치한 26평 크기의 고급아파트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대략 8~9억의 비용이 필요하다. 이마저도 실평수는 18평밖에 되지 않는다. 실평수가 25평정도 되는 34평 아파트는 매매가가 10억을 훌쩍 넘는다. 일반적으로 졸업하는 나이를 27세로 볼 때, 저축만으로 30대에 집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졸업 후 매년 1억씩 저축해야 한다는 비현실적인 결과가 나온다. 하지만 응답자 가운데 현재 주택 마련과 관련된 재테크를 하고 있다고 답한 비율은 18.7%에 그쳤다. 그나마도 응답자 중 40.3%는 본인이 아닌 가족이 그 비용을 부담하고 있었다. 최 소장은 “부모로부터 집을 상속받지 않는 이상 현실적으로 샐러리맨이 저축을 통해 주택을 마련하는 것은 한국 사회에서 거의 불가능하다”며 “정말로 집을 사고 싶다면 대학교 때부터 부동산 공부에 몰두해야 한다”고 현 시대를 진단했다.
우리대학교 북문 인근에서 자취하고 있는 장하니(경영·09)씨는 “지방에서 올라와 월세로 사는 것도 이렇기 힘든데 후에 가정을 꾸려 내집을 마련하려면 금전적·정신적 부담이 얼마나 클지 상상이 안 된다”며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했다. 장씨는 “사는 데 필요한 가장 기본적인 요소를 얻는 것이 비현실적인 희망으로 여겨진다는 것이 모순적”이라 지적하기도 했다. 
한편 한정된 자산이 있다면 집을 우선적으로 장만할 생각이냐는 물음에 응답자의 59.7%는 ‘그렇다’, 40.3%는 ‘아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러나 ‘아니다’라고 답한 학생들 역시 집을 사는 대신 재테크나 다른 실물자산 구매를 하겠다고 답함으로써, 지금의 대학생들에게 주택을 구매한다는 것은 삶의 필수요소라기보다 일종의 투자로 여겨짐을 보여줬다. 실제로 ‘집을 투자대상이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서도 85.3%의 학생들이 그렇다는 입장을 취했다.

이수현 기자 not_alone@yonsei.ac.kr
사진 김민경 기자 penny9109@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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