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하지도 않는 대학생이라면, 글쎄요

2010년, 주거문제가 우리대학교를 뜨겁게 달궜다. 달팽이도 집이 있는데 20대 대학생들은 ‘집문제’에서 외면 받고 있다는 뜻으로 벌인 ‘달팽이 퍼포먼스’ 등을 보면서 많은 학생들은 생각했을 것이다. “학교 안에서 이럴 것이 아니라 밖에서도 현실적 논의를 진행해야 하는 게 아닌가?” 그래서 들어봤다. “서대문구청장님, 대학생 주거문제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어렵습니다”

“대학생 주거문제는 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죠.” 문석진 서대문구청장은 대학생복지보다 노령인구, 장애인, 아동복지에 주력하고 있다. 8개 대학이 있는 서대문구는 외부 시선으로 볼 때 ‘교육구’라는 이미지를 주지만 구청장 입장에서 보면 우리대학교 등 서대문구 소재 대학교의 학생들은 서대문구 주민이 아니기에 복지를 제공할 의무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대학생들의 문제가 서대문구의 주요 관심 사안이 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더구나 대학생 주거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대학생 임대주택을 짓거나 기숙사를 신·증축하려면 돈이 많이 드는데, 문 구청장에 따르면 그 비용은 서대문구에서 쓸 수 있는 재정 범위를 훌쩍 뛰어 넘는다. 서대문구에 우리대학교를 제외하고도 많은 대학교가 있는 것도 불리하게 작용한다. “서대문구에는 8개 대학이 있는데 연세대에만 기숙사를 지어줄 수도 없지 않겠어요?”

주거, 의제는 던져졌다

서대문구가 대학생을 위한 임대주택 공급을 위해 편성한 예산은 채 10억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를 적신호로 볼 수만은 없다. 이정도 예산으로는 두 세대 정도만 공급할 수 있지만 관련 예산을 ‘처음으로’ 편성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지역사회에서 대학생 주거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청신호를 예고하는 예비등이 켜진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단, 대학생 임대주택 마련을 위한 예산이 심의를 통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문 구청장은 “연세대 총학생회와 지난 7월 만났는데, 그때 대학생 주거문제 개선에 대해 요구받았다”며 “그것이 대학생 주거와 관련한 예산을 편성하는 데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이를 볼 때, 우리대학교가 지역사회에 ‘대학생 주거’에 관한 의제를 던졌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받을 만하다. 그러나 그 후 추가적인 논의는 없었고, 총학에서는 ‘대학생 임대주택’ 관련 예산 편성에 대해 모르고 있었다. 좀 더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논의가 오갔어야 했다는 것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서대문구 도움 받으려면? 투표하세요!

지역사회가 대학생 주거를 위한 구체적 방안을 마련하게 하는 청신호는 어떻게 켤 수 있을까. “서대문구에 행사할 수 있는 투표권을 다량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죠.” 문 구청장은 주저 없이 이렇게 말했다. 서대문구청장은 서대문구 주민을 위한 정책을 펼 의무를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대학생이 구청에 뭔가를 요구하기 위해서는 대학생 스스로 요구할 수 있는 정당한 권리를 가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주거실천단장 권지웅(기계·07)씨는 “기숙사에 입사하는 학생들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주민등록을 이전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등의 방안을 통해 투표권을 다량 확보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2010년, ‘대학생 주거’ 논의는 분명히 던져졌다. 지난 학기 서명운동과 이번 학기에 만들어진 비석으로 대학관계자들과 학생들은 이에 대해 분명히 인식했을 것이다. 이제 구조적이고 현실적인 논의를 계속하길 기대해본다.

 임우석 김정현 기자 iruntoyou@yonsei.ac.kr
사진 정석현 기자 remijung@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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