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의 돌파구 찾아 살아나고 있는 우리 시장들

런던의 포트벨로 마켓, 뉴욕의 첼시 마켓, 홍콩의 스탠리 마켓…….
이번 겨울 방학에 해외여행을 준비하고 있는 당신이라면, 여행지에서 빼놓지 않고 꼭 들러야할 곳은 바로 ‘시장’이다. 많은 여행 전문 서적들이 시장을 찾아야 그 지역의 진면목을 느낄 수 있다고 강조하면서 시장에 대한 관심이 날로 커져가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으면서 고루하기만 했던 시장의 이미지가 변화하고 있다.

동대문 시장, 신진 디자이너들의 둥지

원단, 부자재에서부터 완제품까지 취급하는 동대문 시장은 ‘패션의 메카’라고 불려왔지만 그곳에서 판매되는 옷들에 대한 평가는 그다지 좋지 않았다. 싼 가격에 디자인은 트렌디하지만 질은 기대할 수 없어 ‘한 철 입는 옷’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최근 그 인식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변화의 계기는 바로 국내 신진 디자이너들의 진입이었다.

이전부터 동대문 시장에는 자신이 디자인해 옷을 판매하는 젊은 디자이너들이 많았고 그 중 몇몇은 유명 디자이너로 성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장’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기대하는 가격대가 높지 않아, 제작 공정상 가격대가 좀 더 비쌀 수밖에 없는 ‘디자이너 브랜드’로 성장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많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그들을 키우려는 노력이 늘어나고 있다. 젊은 세대가 자주 찾는 쇼핑몰 중 하나인 두산타워 지하 1층에는 36개의 신진 디자이너 매장이 입점해 있다. (주)두산타워 마케팅 팀의 김준철 씨는 “지난 1999년부터 매년 개최하는 두타 벤처 디자이너 컨퍼런스에서 수상하는 디자이너들에게 지하 1층의 두타첼린지존(Dooche Zone)으로의 입점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라며 “국내 신진 디자이너들을 응원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지난 2009년 리뉴얼 후부터는 두산타워 1층에 국내 유명 디자이너 브랜드들이 입점하기 시작했다. 김명민(의류환경·09)씨는 “모든 옷이 동대문을 거치고 동대문 없이는 패션시장이 돌지 않는데도 싼 옷의 이미지가 강한 것이 사실”이라며 “웬만큼 자리 잡은 국내 디자이너들이 동대문에 활발하게 진출하는 것은 이미지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 말했다.

살아나는 벼룩시장

동대문 시장 같은 큰 도·소매 시장이나 동네 재래시장 말고도 ‘시장’하면 중고시장을 빼놓을 수 없다. 최근 중고시장은 황학동, 동묘앞 등 ‘전통적인’ 벼룩시장과 젊은이들의 참여가 두드러지는 플리마켓으로 나뉘고 있다. 벼룩시장을 영어로 번역한 것이 플리마켓이지만 이름 따라 분위기도 다르다. 전통 벼룩시장들은 예전에는 중·노년층이나 골동품 수집가들이 많이 찾았지만 빈티지가 하나의 트렌드가 되면서 젊은 세대도 이러한 전통 벼룩시장을 찾고 있다. 황학동의 한 상인은 “주말이 되면 장도 많이 서고 사람들이 엄청 몰려든다”며 “요즘 동묘앞은 길을 막고 좌판을 벌일 정도로 활성화된 모습을 볼 수 있다”고 전했다.

나아가 젊은 세대들은 이런 벼룩시장들을 찾아다니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자신들이 직접 참여하는 모습 또한 보이고 있다. 허서정(영문·09)씨는 “멀쩡한 물건들인데 내가 쓰지는 않는 물건들, 특히 안 입는 옷들이 아까워서 플리마켓에 참여해볼까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최근 플리마켓은 그 수가 증가함에 따라 참여하는 사람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개성 넘치는 플리마켓

특히 독특한 컨셉을 내세운 플리마켓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신인 작가들이 모여 예술 창작품을 판매하는 홍대의 프리마켓부터, 바를 설치해 주류를 판매하고 전문 DJ가 디제잉을 하는 등 클럽분위기를 내는 논현동 플래툰 쿤스트할레의 ‘블링 플래툰 나이트 플리마켓’, 캠핑장의 느낌을 살려 텐트 안에서 물건을 파는 남산N타워의 ‘에코 잼버리 플리마켓’까지 다양한 컨셉의 플리마켓들이 사람들의 이목을 끌어 모으고 있다.

‘에코 잼버리 플리마켓’을 주최하는 스트리트 패션 잡지 『크래커 유어 워드로브』의 편집장 장석종씨는 “다양한 패션관련 종사자들이 판매자로 참여하고 있어서 보다 유니크한 물건들이 많이 판매되고 있다”며 “총 40팀의 판매자를 뽑는데 200여 팀이 지원할 정도”라고 플리마켓의 인기를 전했다. ‘블링 플래툰 나이트 플리마켓’에서 만난 이화여대 양슬아(불문·09)씨는 “싸고 예쁜 물건들을 찾아내어 흥정하는 재미와 활기찬 분위기가 플리마켓의 매력”이라며 “중고품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줄어들어 플리마켓에 좀 더 많은 사람이 참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겨울에 입을 옷도 없는데 우리 장이나 보러갈까?” 시장은 이제 저녁거리를 사러가는 시장에 그치지 않는다. 이번 주말, 패션은 물론 예술과 문화를 주고받는 우리 시장에 나들이를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이재은 기자  jenjenna@yonsei.ac.kr
사진 박동규 기자  ddonggu777@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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