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도 사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기초과목 개설과 튜터링 프로그램 개선이 필요

 

 

김정현(대기10)씨는 인터넷 강의(아래 인강)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대학 입학 후에도 김씨가 인강을 떠올리는 이유는 다름 아닌 대학 수업 때문이다. 이과대에서 처음 들은 ‘일반화학’은 김씨에게는 처음 듣는 어휘로만 가득한 수업이었다. 일반화학은 화학1,2에 대한 지식이 있다는 전제로 열리는 기초 과목이다. 수능에서 화학을 선택하지 않은 김씨가 따라갈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교수도 다른 학생들은 학교에서 마련하고 있는 튜터링이나 인강을 이용한다고 넌지시 일러줬다. 그래서 그는 친구에게 묻기도 하고, 학교 튜터링 제도를 이용해 봤지만 별 도움이 되질 않았다. 지식이 거의 전무한 과목에 대해 자신이 따로 준비하지 않고 학교 수업을 따라가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한편 과학고를 졸업한 친구들은 대학교 수업인 ‘일반물리’와 일반화학을 미리 배우고 오기 때문에 물리나 화학을 선택하지 않은 학생들에 비해 수준이 월등히 높았다. 실제로 일반화학에서 치렀던 시험 중에 평균이 51점인데 100점을 받은 학생도 있었다.

 

 

“부족한 학생은 개인적으로 공부해야”


이과대는 ‘미분적분학과 벡터수학’, 일반물리, 일반화학을 기초 과목으로 정해놓고 있다. 하지만 필수 과목이라기엔 그 수준이 매우 높다. 미리 배우고 오지 않은 학생들은 뒤처질 수밖에 없다. 미분적분학은 이과생이라면 고등학교 때 배우는 과목이다. 그리고 학교 측에서도 이공계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학 시험을 치르고 수준에 따라 분반해 배정하기 때문에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문제는 물리와 화학이다. 이과생들은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이 각각 1,2로 나뉘는 총 8과목 중에 4과목을 선택해 수능을 치른다. 그렇기 때문에 물리와 화학은 모든 학생들이 배우고 오는 과목이 아니다.

또한 일반고 학생들과 과학고 학생들 간의 편차가 심해 수학과 같은 수준별 학습이 시급하다. 공과대는 일반물리와 일반화학보다 쉬운 ‘핵심물리학’와 ‘핵심화학’을 개설해두고 있다. 이에 대해 우미혜 학사지도 교수(학부대이과계열)는 “공과대에 비해 이과대는 단위가 작기 때문에 세분화해 수업을 개설하기에는 어려움 있다”며 “부족한 학생 스스로가 개인적으로 공부를 해서 일정 수준까지 실력을 끌어올리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초급생이 택할 수밖에 없는 ‘중급’과목

문과대에서는 외문학부 학생들이 어려움을 겪는다. 조현희(노문10)씨는 1학기 때 ‘러시아어(1)’을 수강했다. 그는 “러시아어라는 자체가 생소한 언어이기 때문에 겨우 진도를 따라가는 수준이였다”고 밝혔다. 이어 “여름방학 때 러시아어 학원에 다녀보니 학교 수업을 이해하는 데에 있어서 확실히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며 “학기 중에는 다니기 어려운 점이 있지만 그 차이가 크기 때문에 다음 주부터 다시 다닐 예정”이라고 말했다.

중어중문학과(아래 중문과)는 더욱 심각하다. 민경화(중문08)씨는 학부제로 입학했기 때문에 어느 과에 배정받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전공과목을 미리 준비하기 어려웠다. 지난 2009학년도 2학기에 과를 배정받고 ‘초급 중국어 말하기’ 수업에 들어갔지만 초급임에도 중국인과 중국에서 살다온 학생들이 많았다. 그래서 해당 과목을 철회했는데 그 이후로 초급이 열리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민씨는 “어쩔 수 없이 방학 때를 이용해 학원을 다니고 있다”며 “하루에 4시간씩 매일 다니는 강좌로 비용은 한 달에 4~50만원 된다”고 말했다.

김아무개(중문09)씨 또한 학부제로 들어와 올해 중문과를 배정 받았다. 하지만 초급이 열리지 않아 전공 수업을 듣는 데 난항을 겪었다. 김씨는 “중급이 가장 낮은 단계라서 어쩔 수 없이 듣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주말을 이용해 중국어 학원을 다니고 있다. 김씨는 “학부제에서 준비도 없이 학과를 배정받게 돼 문제가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중문과 학과장 김현철 교수(문과대중국어법학)는 “학과제로 바뀌면서 중문과 1학년 학생들로 하여금 교양과목 ‘중국어(1),(2),(3)’ 중에 두 과목을 1학년 때 반드시 수강하도록 했다”며 “이것이 중국어 초급이 되는 셈이므로 전공과목에서 굳이 초급을 개설할 필요가 없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초급은 학부대에서 이수하고 2학년은 중급을, 3학년은 고급을 그리고 4학년은 더 심화된 내용을 이수하게 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며 “앞으로 몇 년간은 초급과목을 개설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민씨는 “교양 중국어 같은 경우에 전공 학점으로 교차승인이 되지 않는다”며 “전공학점 57학점을 채우기도 빠듯해 어쩔 수 없이 사교육을 통해 기초를 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중문과에 실력이 좋은 학생들이 많은 것도 사교육을 부추기는 원인 중 하나다. 민씨는 “전공 수업에서 중국인을 종종 볼 수 있다”며 “아무래도 중국어를 잘 하지 못하는 학생이 중국인을 따라잡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여겨져 열심히 해야겠다는 동기가 차단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인이나 중국어 특기자로 학교에 들어온 학생들과 일반 학생들을 분리할 수 있는 장치가 있다면 좋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그들도 우리 학교에서 받은 학생이므로 그들에게 강제적으로 특정 수업을 못 듣게 할 수는 없다”며 “오히려 학생들이 그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존재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교육이 사교육을, 악순환을 낳다

.경영대에는 CPA를 준비하는 학생들이 많기 때문에 학교에서 회계 수업을 들을 때도 학원 수업과 병행해 심화수업을 받는 학생들이 많다. 하지만 이것이 CPA를 준비할 생각이 없는 학생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아무개(경영08)씨는 “CPA를 준비하는 학생들이 회계학원을 다니면서 수업에 임하는 경우가 많다”며 “CPA를 준비할 생각이 없음에도 학점을 따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인강을 들었다”고 말했다.

한편 경제학과에서는 ‘경제수학’이 학생들에게 부담을 주고 있다. 원인선(경제10)씨는 “인문계열 학생들은 수1까지 배우고 입학하는데 전공기초과목인 경제수학은 수2는 물론이고 미적분까지 다루고 있다”며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인강을 듣는 학생들이 꽤 많다”고 말했다.

 

 

우리말로도 어려운 전공 내용, 영어로 들으라구요?

 

공과대에도 수업을 따라가기 위해 사교육을 받는 학생들이 있다. 박상욱(컴퓨터정보공학부10)씨는 지난 여름 방학 때 컴퓨터 학원에서 C언어 강좌를 수강했다. 공대생이라면 필수로 들어야 하는 공학정보처리 과목 때문이다. 그는 “C언어라는 프로그램이 어렵기도 하고 과학고 출신 학생들은 미리 배워오기 때문에 뒤처질 수 없어 방학 때 미리 학원을 통해 배웠다”며 “1주일에 5번 세 시간씩 수강했고 과정을 이수하는 데에 30만원 가량이 비용이 들었다”고 말했다.

또한 공과대에 영어 수업 비율이 높은 것이 학생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실제로 지난 학기에 공과대에 개설된 전공과목 중 40%가 영어 강의였다. 이번 학기에는 2% 늘어난 42%가 영어 강의로 진행되고 있다. 그리고 그 비율은 고학년으로 갈수록 높아진다. 서아무개(정보산업06)씨는 “처음 접하는 전공분야의 지식이라서 한 번에 이해하기도 어려운데 영어로 듣고 이해하려니 더 어려운 면이 있다”며 “교수님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부분이나 어려운 부분은 녹음해 놓고 다시 듣곤 한다”고 말했다.

인문계열 학생들에 비해 영어와 같은 언어 학습 빈도가 적었던 이공계열 학생들은 영어 강의에 대한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학교 측에서 제공하는 영어는 1학년 때 필수로 듣게 하는 대학영어1,2 두 과목이 전부다. 그래서 영어에 자신 없는 공과대 학생들은 영어로 진행되는 전공과목들 때문에 학원을 찾을 수밖에 없다. 서씨는 “수업이 어려워 학기 중에 영어회화 코스를 등록한 적도 있지만 요즘에는 방학을 이용해 다닌다”며 “학교 측에서 영어가 부족한 학생들을 위한 기초 연계 강의를 개설해주고 영어강의에는 한글 보충 자료를 제공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몰라서 이용 못하는 ‘튜터링’

학교는 수업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위해 2003년부터 튜터링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 튜터링인 독수리 튜터링은 매주 1회 이상 정기적으로 만나서 진행되는 프로그램이다. 해당 과목에서 A-이상의 성적을 받은 학생이 튜터가 된다. 그리고 튜터 1인당 튜티2~3명으로 구성된다.  조태흠(독문06)씨는 “아는 선배가 튜터링을 하자고 제안해 하게 됐다”며 “튜터가 준비를 잘 해와서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교육개발지원센터에서 실시한 만족도 설문조사에서도 튜터의 57.8%가 튜티의 48.5%가 만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지난 학기에 독수리 튜터링과 학과 단위 튜터링을 이용한 학생은 약 100여명으로  매우 미미한 숫자다. 정현미(경영10)씨는 “학교에 튜터링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는지도 몰랐다”며 “알고 있었다면 신청해 이용했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또한 교육개발지원센터에서 제공하고 있는 TCC튜터링도 있다. 우수 튜터나 교수가 제작한 동영상을 와이섹을 통해 제공하는 튜터링이다. 하지만 동영상 시스템이 편리하지 않고 대개 강의를 대학원생이 진행하기 때문에 질적인 면에서도 문제가 있다.

제한된 과목만을 개설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현재 TCC 튜터링은 ‘공학생물학 및 실험’, ‘금융공학의 이해(1),(2)’, ‘미시경제학’, ‘수리통계학’ 등 공과대 및 상경대 위주의 11개의 강의만을 개설해두고 있다. 이에 대해 교육개발지원센터 이혜원 교육전문연구원은 “한 학기에 촬영할 수 있는 강의 수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확대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며 “하지만 축소할 계획은 없고 계속해서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비싼 등록금 모두에게 제구실 해야

대학생이 돼서도 학교 밖으로 학원을 찾아 다니는 것은 분명 심각한 문제다. 학교는 잘 하지 못하는 학생들도 배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외문학부는 초급과목을 개설하고 교양과목 이수 시 전공 학점으로 인정해주는 교차승인 제도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또한 수준별 수업으로 학습 효율의 극대화를 모색해야 한다. 학교에서 현재 마련하고 있는 튜터링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홍보 및 TCC 튜터링 개설과목 확대 등의 노력이 요구된다. 학교 측 뿐만이 아니다. 학생들도 사교육에만 의존하려고 하지 말고 스스로가 학교 내의 프로그램에 관심을 갖고 교수님에게 적극적으로 질문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해인 기자 olleh@yonsei.ac.kr
사진  김민경 기자 penny9109@yonsei.ac.kr
그림 김진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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