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 전쟁만큼 치열한 경쟁이 또 하나 있다. 바로 12월 중순부터 2월 초까지 계속되는 편입시험이다. 한해 편입을 준비하는 학원 수강생의 수는 약 2만 명에 이른다. 또한 편입학원에서 비공식적으로 추산하고 있는 잠재적인 수요는 8만 명에 이른다. 우리대학교도 해마다 편입생을 모집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2007년 이후 모집인원은 점점 줄어드는 반면 지원자는 더 늘어나 경쟁률이 높아지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지난 2007년 일반편입 모집인원은 신촌캠만 228명 이었다. 이에 2천 999명이 지원해 13.5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2008년에는 14.03대 1, 2009년에는 20.05:1의 양상을 보였고, 2010년에는 136명을 뽑는데 3천 166명이 지원하여 23.28대 1로 2007년 이후 가장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우리대학교 편입시험은 영어로만 치러지는 대부분의 타 대학들과는 달리 전공 기초 과목의 내용이 출제된다. 외문학부 역시 타 대학과 유사하게 과거에 외국어 능력만을 시험에서 평가해 외국에 거주한 경험이 있는 학생들에게 유리했었다. 그러나 이후 전공 이론 과목이 시험 출제 범위에 포함됐다. 편입한 학생들 대부분이 이에 대해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9년에 외문학부에 입학한 A씨는 “외국어 능력, 문학사 그리고 어학개론이 적절한 비율로 출제됐다”며 “외국어 시험만 있는 것이 아니라서 외국에 오래 거주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에 대한 특혜가 전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A씨는 “편입생은 3학년으로 들어오는 것이므로 전공지식이 우수한 사람을 뽑는 현 제도가 편입생을 위해서도 학과를 위해서도 좋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TO도 모르고 우선 공부만?

 

모집인원을 미리 알 수 있다면 편입을 더 합리적으로 준비할 수 있다. A씨는 “모집인원 공지가 12월 초에 나온다”며 “모집인원이 없을 수도 있는데 무작정 공부해야 한다는게 불안했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입학처 관계자는 “교육과학기술부에서 모집인원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11월 말에 교무처로 발송한다”며 “이 가이드라인과 우리대학교 규정에 맞게 모집인원을 산정한 후 공지하는  것이 그 때”라고 덧붙였다.

또한 학생들은 시험 유형과 범위 구체적으로 공지되지 않는 것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올해 경영대에 편입한 B씨는 “지난 2009년에 시험이 서술형으로 출제돼 서술형 시험에 적합하게 공부했는데 이번에는 객관식으로 40문제가 나왔다”며 “시험 과목 이외에도 시험 유형에 대해서는 미리 공지를 해줘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불만을 표시했다. 이에 대해 경영대 관계자는 “시험을 어떤 교수가 어떻게 문제를 냈는지 미리 알 수 없고 따라서 유형도 비공개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뿐만 아니라 공지된 대로 각 전공의 개론서나 기초지식만 가지고 시험을 보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B씨는 “이번 편입시험의 경우 CPA시험에 출제된 경영학 부분과 유형, 난이도가 비슷하게 나왔다”며 “CPA준비를 해본 사람이 유리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올해 공대에 편입한 C씨도 “제시된 시험범위 외의 전공지식들이 간접적으로 반영됐다”며 “기술고시를 준비한 것이 도움이 됐었다.”고 말했다. 또한 “편입만 바라보고 공지된 과목만 공부했다면 오히려 안 좋은 결과가 있었을 것이다”라고 말을 이었다.

 

“편입생 OT는 관심 없습니다”


편입생에 대한 학교 생활 안내도 부족하다. 2월 중순경에 열리는 합격생을 대상으로 하는 오리엔테이션도 수강신청과 학점인정에 대한 안내밖에 없다. A씨는 “학교생활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았다”고 말하며 “신입생들에게 주는 학교 생활 관련 안내책자를 다른 학생을 통해 받아 혼자 알아봤다”고 했다. 이에 학사지원팀 김영숙 팀장은 학생복지처에 “편입생 OT가 있으니 학사관련 이외의 내용에 대한 설명을 같이 하겠느냐”고 물었으나 “편입생 OT까지 할 여력이 없다”는 답을 들었다고 했다. 학생복지처 관계자는 “약 5천명에 달하는 신입생에 비해 300명도 채 안되는 편입생들에게 신경 쓰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이에 C씨는 “신입생들에게 주는 학교 생활 안내 책자라도 편입생들한테도 제공했었으면 도움이 됐을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 같은 학교의 무성의한 정책은 외국인 편입생에게는 더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말레이시아에서 공부하다 올해 우리대학교에 편입한 량리씬(건축08)씨는 “같은 내용을 물어봐도 과사무실, 입학처에서 하는 얘기가 다 달랐다”고 말했다. 또한 “고려대와 한양대로 편입한 다른 말레이시아 친구들은 입학 이전부터 학교에서 상세한 학교 생활 안내를 받았다”며 “나는 외국인 학생들을 전담하는 국제처가 있다는 사실도 몰랐다”고 말했다.

눈물 쏙 빼는 학점인정


부족한 학점인정도 역시 문제로 지적된다. 3월 한 달 동안 편입생들은 학점인정을 받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여야 한다. 이전 대학교에서 이수한 수업 가운데 우리대학교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것들을 확인해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정학점은 너무 적다. 필수교양과목은 28~30학점까지 인정받을 수 있으나 전공학점은 법과대, 음악대, 교과대를 제외하고 전공에 따라 최소 9학점에서 최대 18학점까지 인정받을 수 있다. A씨는 “편입생들이 편입에 합격하기위해 전공공부를 얼마나 많이 했겠어요?”라고 반문하면서 “그에 비해 인정해주는 전공학점이 터무니없이 적다”고 말했다. 량씨도 “한국 대학에서 많은 학점을 인정받으려고 말레이시아에서 전공만 134학점을 채워 왔는데 여기서는 15학점만 인정받았다”며 “안그래도 ABEEK*까지 이수하기 위해 93학점을 들어야 하는데 들었던 과목을 또 들어야만 해서 정작 배우고 싶었던 다른 수업들을 포기해야만 한다”고 아쉬워했다. 이와 관련하여 김 팀장은 “편입생들이 이전대학에서 어느 정도 공부를 했었는가는 개인의 선택”이라며 “3학년으로 편입하는 것이므로 기존 학생들이 보통 2학년까지 듣는 전공학점만 인정해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학점을 인정받는 절차 또한 쉽지 않다. 인정받으려는 과목의 이름, 학점, 수업계획서의 내용까지 같아야 이수과목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해당과목을 맡은 교수의 비는 시간을 찾아다니면서 확인을 받아야 하는데 어떤 교수를 찾아가느냐에 따라 과정이 순탄하기도 하고 힘들기도 하다. B씨는 “일일이 찾아가도 인정을 안해주려는 교수님들 때문에 난감하다”며 “고려대 같은 경우는 인정받으려는 수업을 제출하면 학교 측에서 일괄적으로 심사하여 인정해주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고려대 학적팀 관계자는 “각 단과대에서 학점인정 과목표를 수집하여 판단한 후 학과장이 일괄적으로 심사하여 인정한다”며 “학생들이 일일이 교수를 찾아다닐 필요가 없다”고 이를 뒷받침했다. C씨도 “구체적으로 수업계획서를 작성하지 않는 교수들도 많은데 수업계획서에 나타난 표면적인 커리큘럼만 고려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같은 전공자로서 인정받을 만한 과목을 다시 수강하고 있는 동료도 있다”고 언급했다.  또한 량씨는 이전 대학교에서 수강했던 교양과목들이 우리대학교의 수업들과 수업계획서까지 비슷함에도 불구하고 학점수가 달라 인정을 하나도 받지 못했다. “이전 대학교의 교양과목은 모두 2학점 씩이었다”며 “연세대는 교양과목이 모두 3학점 씩이라 인정해 줄 수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아직도 제기되는 시험의 공정성


시험 절차에 주관적인 요소가 크게 개입할 수 있다는 것도 문제다. 곽민우(경영05휴학)씨는 “지금은 편입시험이 정형화되었지만 예전에는 편입생들은 빽을 써서 들어온 사람들이라는 인식이 강했던 것으로 안다”며 “면접만 보고 들어왔었는데 어떻게 뽑혔는지 알 턱이 없다는 인식이 팽배했다”고 말했다. 현재 시험은 2단계로 구성돼 있다. 1차 시험에서 전공 시험 점수가 높은 순으로 5배수를 선발한다. 이후 2차 시험에서 전공 시험 50%와 자기소개서, 학업계획서 점수 50%를 합산해 최종적으로 편입생을 선발한다. 곽씨는 “예전에 비해서는 시험 절차가 공정해 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으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자기소개서와 학업계획서를 채점하는 기준은 아직도 주관적인 요소가 많이 개입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의견을 밝혔다. 실제로 편입 준비생들은 자기소개서에서 자신의 역량을 나타내기 위해 어학능력인증서, 고시, 자격증을 따기도 한다. 이에 종로편입아카데미 강남캠퍼스 김태형 강사는 “연세대로 편입할 스펙을 쌓기 위해 영어로 시험을 봐서 들어갈 수 있는 최상의 학교에 입학한 뒤 다시 연대 편입을 준비하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김 강사에 의하면 자기소개서와 학업계획서가 돋보이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전전적대보다 나은 전적대**가 유리하다. 또한 그는 “그 학교에서 지원할 전공과 관련한 여러 가지 활동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했다.

편입준비생들은 시험에 관한 자세한 가이드라인도 없이 최소한의 정보만을 믿고 일년 내내  공부한다. 그러나 시험과 관련된 한정된 정보공개와 오리엔테이션과 학점인정절차에서 보인 학교의 태도는 아쉬움을 남긴다. 편입생은 어렵게 합격한 후에도 신입생으로 분류되지 않고, 그렇다고 재학생에도 자연스레 속할 수 없다.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편입생들이 완전히 연세사회에 녹아들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학교는 편입생들이 학교에 잘 적응 할 수 있도록 도와줄 의무가 있다. 또한 합리적인 입학제도 운영을 통해 편입시험에 대한 신뢰를 얻는데 힘써야 한다.


주혜민 기자 hallo@yonsei.ac.kr
그림 김진목

* ABEEK : 공학인증프로그램, 실제현장에 투입될 준비가 돼있음을 한국공학교육인증원이 보증해주는 제도. 이를 수료하기  위해 06학번 이상 공대생들은 전공과목을 90학점 이상 이수해야 한다.

** 전적대 : 편입한 학교 이전에 수학했던 학교를 지칭하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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