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 미디어에 등장 빈도는 늘었지만 대중들의 인식 변화는 미미해

 

 

지난 2000년 방송인 홍석천 씨는 “아무도 묻지 않았을 뿐 숨기려던 것은 아니었다”며 공개적으로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밝혔다. 그의 행동에 대한 반응은 싸늘했다. 인터넷에서는 동성애 찬반논쟁이 거세게 일어났고 방송사로부터 출연정지 처분을 받았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 그는 자신의 성정체성을 숨기지 않고도 자연스럽게 방송출연을 하고 있다. 지난 10년의 세월동안  한국 사회에 어떤 변화가 일어난 것일까?

실제로 동성애 소재 자체가 금기시되다시피 했던 과거와 달리 현재는 동성애 가 흥행코드라 할 만큼 영상 매체에서 동성애 관련 소재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 2006년에는 동성애 코드를 차용한 영화 『왕의 남자』가 이례적으로 천만 관객을 동원해 화제가 됐다. 본격적인 퀴어 영화는 아니었지만 동성애를 소재로 한 영화가 천만 관객을 모았다는 것은 그만큼 동성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변화했음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대중문화 쪽에서 동성애에 대한 소재가 많아지고 과감해지는 것은 사실”이라며 “대표적인 것이 TV 드라마 속에 등장하는 동성애”라고 말했다.

2007년 『커피 프린스 1호점』, 2008년 『바람의 화원』, 2010년 『성균관스캔들』 등 드라마 속의 동성애는 남장여자 코드를 활용한 것이 대부분이었으나 김수현 작가의 『인생은 아름다워』는 직접적으로 동성애자를 등장시키고 있다는 것이 눈에 띈다. 정 평론가는 “TV가 여느 매체 보다 일상적인 매체라는 점에서 동성애 소재가 그 속으로 들어오는 것은 의미 있게 바라볼 수밖에 없다”며 “특히 『인생은 아름다워』의 경우 가족이라는 범주 속에서 그 구성원으로 동성애자를 동등하게 다루고 있는데, 이는 그 자체로 획기적인 시각 변화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영상매체에 동성애가 과거에 비해 과감하게 등장한다고 해서 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획기적으로 변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남장여자 코드의 경우 시청자들은 주인공의 성별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동성애의 범주에 넣기 어렵고, 동성애를 전면적으로 다룬 『인생은 아름다워』는 끊임없이 사회적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성소수자 인권단체 ‘친구사이’ 박기호 사무국장은 “동성애가 공론화되면서 종교단체 같은 적극적인 혐오세력의 등장했다는 점에서는 상황이 더 나빠졌다고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일반적인 인식은 나아진 반면 절대적인 타자화가 동시에 이뤄지고 있다는 점 역시 지적된다. 대중문화를 통해 동성애를 접하는 빈도가 늘어나면서  동성애가 다른 ‘누군가’의 문제일 때는 상관하지 않지만, 여전히 자신의 문제가 됐을 때는 극렬한 거부감을 드러내는 것이다. 정대성(기계·09)씨는 “동성애도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것일 뿐이라고 여기지만 실제로 동성애자들을 보면 부정적인 생각이 먼저 든다”고 말했다. 윤정서(사회과학부·10)씨 또한 “막상 내 주위에서 동성애자를 마주치면 거부감이 들 것 같다”고 했다. 박 사무국장은 “여전히 성적소수자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사회적 편견, 사실에 기반하지 않은 혐오와 오해를 그대로 가지고 있는 것”이라 평했다.

대중문화와 대중은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다. 대중문화는 대중의 취향과 기호를 읽어 그것을 콘텐츠에 녹여내고 대중들은 그 콘텐츠를 통해 공감을 얻으면서 변화해 간다. 정 평론가는 “기성세대는 변하기 힘들겠지만 이런 대중문화를 보고 자란 세대는 점차 더욱 포용적으로 변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10년 후의 대중문화 속 동성애는 또 어떤 모습일까?

남혜윤 기자  elly@yonsei.ac.kr
일러스트레이션 박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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