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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갔다왔더니 반이 사라졌어요!” -(2)2010 학과제 전환, 학내 자치공동체를 돌아보다 / 문과대·사과대·상경대
  • 이수현 기자
  • 승인 2010.10.10 23:39
  • 호수 129
  • 댓글 0

<“군대갔다왔더니 반이 사라졌어요!” -(1)>에서 이어집니다.


5.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문과대 과반연계, 이제는 공동체에 관한 생산적 논의가 필요해
6. 과학생회를 필두로 학과제 정착에 앞장선 사과대
7. 성공적으로 자리잡은 상경대 마이너리티 응통과
(단과대 이름을 클릭하면 해당 단락으로 넘어갑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문과대 과반연계, 이제는 공동체에 관한 생산적 논의가 필요해



문과대의 경우 그 규모가 큰 만큼 반과 과의 숫자도 많아 과반연계에 있어 적지 않은 마찰이 있었다. 문과대는 현재 10개 학과로 구성돼 있고, 작년까지 11개 반이 운영되고 있었다. 지난 2008년 학과제 전환 발표 이후, 문과대 내에서 과체제 전환에 대한 논의가 일기 시작했다. 당시 문과대 내에서 단일한 자치공동체를 꾸릴 만한 역량이 있었던 과는 사학과, 심리학과, 영문과* 정도였다. 나머지 학과들은 대표자도 모호한 데다 활동이 전공생 소모임 정도에 그쳐 하나의 자치공동체로 독립하기에는 한계가 많았다.

* 사학과와 심리학과는 각각 정기 답사와 수련회를 통해 전공생 간 교류가 활발했고, 영문과는 교수·동문회와의 네트워크가 탄탄해 타과에 비해 학과의 정체성이 견고했다.

따라서 당시 문과대 학생회는 수차례의 과반연석회의를 통해 과와 반을 연계하는 방안을 공고히 하고, 각 반이 어느 과와 연계할 것인가를 결정했다. 처음에는 모든 반이 95년 반 신설 당시 기반했던 과와 연계하자는 안이 제기됐다. 하지만 당시 문과대 소속이던 사회학과가 지금은 사회과학대 소속으로 바뀌는 바람에 반과 과의 수가 일치하지 않아 무산됐다. 이후 선택된 방법은 각 반과 과의 성향이나 분위기, 인원수, 대내 행사 주기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이를 고려해 과·반 양 측에서 어떤 과·반과 연계할 것을 희망하는지 조사한 뒤 서로 희망하는 과와 반을 연계하는 안이었다. 그러나 워낙 수가 많다보니 모든 과·반이 원하는 과·반과 연계될 수 없었고, 이 같은 방안도 별다른 수확을 거두지 못했다. 게다가 당시 공동체 활동의 주체였던 07, 08학번 입장에서는 2년 뒤의 일을 논의한다는 것이 딱히 절실히 와닿지 않아, 당시 학생들이 과반연계 과정에 그다지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한편 문과대운영위원회(아래 문운위)에서는 지난 2009년을 과반연계의 과도기로 삼기로 합의한 뒤, 전공이 배정된 2009학년도 수시합격생을 각 전공과 연계된 반으로 배정한다. 전공 없이 계열로 입학한 신입생들은 11개 반에 인문·외문계열의 구분만 둔 채 임의로 배정됐다. 이러한 정책은 2010년 과운영에 도움을 주기 위한 방법으로, 해당 공동체와 과·반 모두 일치하는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과·반의 융합을 주도할 것을 기대하며 시행했다. 그러나 이 방법 역시 철학과+날날2반, 사학과+철8반 등의 일부 공동체에서만 성과를 보였을 뿐 대부분의 반에서는 실효가 없었다. 게다가 과반연계의 과도기 역할을 해야 했던 2009년 한 해 동안 연계될 과·반의 교류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은 점 역시 한계로 작용했다. 2009학년도 2학기 문운위에서 비로소 과·반 연합학생회의 모델이 제시됐고 대부분의 과·반 대표들은 2009년 12월에서야 만나 차기 공동체 구성에 대해 논의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논의 과정에도 일부 과·반 대표만 참여했을 뿐 공동체 구성원 간의 만남은 이뤄지지 못했다. 이처럼 말뿐인 ‘연합공동체’ 속에서 반 세력과 과 세력은 아카라카나 연고전과 같은 큰 행사 때나 잠깐 함께할 뿐이었다. 이를 극복하고자 2010학년도 문과대 학생회는 올 초 공동체 자치규약을 정비하고 전공진입생 OT를 대규모로 실시하는 등의 노력을 벌이기도 했다.
문과대 학생회장 신희식(사학·07)씨는 “개강·종강 총회 등을 공동으로 개최하고 과운위와 반운위에 함께 참여하는 등 사업을 함께 하고 구성원 간의 교류가 필요했다”며 “이러한 교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갑자기 연합 공동체를 이끌어 나가는 것이 모두에게 힘들었을 것”이라 말했다.

▲ 외솔관 4.5층에 자리한 문과대 자치공간


이렇듯 결과적으로 말하면 문과대 과반연계는 실패했다. 과에서는 전공진입생을 적극적으로 포용하지 못했고, 전공을 받은 09학번 역시 공동체 구성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지 못했다. 학과 선배들의 무관심 또한 과·반의 융합에 걸림돌로 작용했다. 게다가 문과대 연합공동체들에는 ‘상대 과·반에게 주도권을 빼앗기면 안 된다’는 태도가 지배적으로 작용했고, 세력이 강한 특정 과·반이 상대 반·과를 잠식하는 결과를 낳았다. 이 과정에서 신입생들은 공동체에 적응하지 못하고 떠나거나, 자치공동체 활동에 회의를 느끼기도 했다. 김광욱(영문·10)씨는 “영문과로 입학했음에도 불구하고 입학 당시 과선배를 만나기가 힘들었다”며 입학 당시의 의아함을 드러냈다. 반의 정체성을 어떻게든 유지시키고 싶어하는 반대표들과 과의 정체성을 강화하고 싶어하는 과대표들의 마찰을 지켜보며 신입생들 또한 생산적인 대학문화를 접하지 못하고 하나 둘 공동체에서 멀어져갔다. 이렇게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과·반에 존재하던 학회와 소모임들 또한 무너져갔다.
이처럼 공동체의 안정적인 정착이 불투명한 상태를 현재의 문과대 상황을 앞에 두고, 국문과+불꽃5반 연합학생회장 이예림(국문·08)씨는 “과·반의 경계에 있던 09학번이 자치활동에서 물러나게 되는 만큼 10학번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지금의 과도기적 상태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향후 문과대 자치공동체의 미래가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바람직한 학과공동체가 정착하기 위해서는 현재 반의 좋은 문화를 잘 승계하고, 과 특성에 맞는 행사를 기획하며 학회와 소모임을 다시 부흥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신씨는 “현재의 과활동이 전공 설명회와 표면적인 멘토링 행사 등의 취업준비 과정에 국한돼 있음을 반성할 필요가 있다”며 “학문·생활 공동체로서 누구나 편하게 찾을 수 있는 과공동체를 건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과학생회를 필두로 학과제 정착에 앞장선 사과대


사과대는 지난 2009년까지 5개 학과와 6개 반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그러나 사과대 역시 학과별로 인원수가 5배까지 차이나기 때문에 자치공동체는 자체적으로 분리·통합해서 운영하고 있다. 현재 10학번의 경우 모두가 소속 학과에 따라 활동하고 있다. 다만 문화인류학과의 경우 인원이 워낙 소수라 사회학과와 연합했고, 정치외교학과와 행정학과의 경우 인원수가 많기 때문에 편의를 위해 각각 3개, 2개의 분반으로 나뉜다.
사과대의 경우 지난 2008년부터 희망전공분반제도를 통해 비교적 꾸준하게 과반연계를 준비해 왔다. 연계 반은 당시 사과대운영위원회에서 반대표들과 과대표들이 각 공동체 내부 의견을 수렴, 합의해 결정했다. 한편 문과대만큼은 아니지만 사과대 역시 인기학과 쏠림현상이 나타나 정치외교학과와 행정학과 연계반의 경우 희망인원이 수용인원을 초과하게 된다. 여기서 어쩔 수 없이 희망전공분반에 소속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발생했다. 이지현(행정·09)씨는 “학교를 다니며 맘이 바뀌어 실제 전공이 희망전공과 달라지는 경우도 있다”며 “그런 경우 과에 나가기도, 반에 나가기도 애매한 상황이 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사과대의 과반연계사업에서도 역시 소속을 잃은 09학번들이 문제가 됐다. 다만 희망전공분반제도가 잘 이뤄진 덕분에 타 단과대와 비교했을 때 그 숫자가 적은 편이었다.


▲ 연희관 지하에 위치한 사과대 자치공간


한편 정치외교학과와 행정학과의 경우, 인원이 많은 만큼 과학생회가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었다. 6개 반방*이 자치공간으로 운영되는 동시에 정외·행정학과 과방 또한 그 구실을 다하고 있었다. 이처럼 과학생회가 자체적으로 공동체를 꾸릴 역량을 가지고 있었기에 제도 개편 이후에도 학생들은 학과의 지휘 하에 자치활동을 펼쳐나갈 수 있었다. 나머지 학과들 역시 반과의 연계가 원활히 이뤄졌고, 자치공간도 충분히 제공받았다.
이렇듯 사과대의 경우 올해 들어 과를 주축으로 한 자치공동체가 비교적 공고히 자리잡았다. 지난 해까지 과학생회와 따로 존재하던 반학생회 역시 2010년을 맞이하며 과학생회로 흡수·연합되어 그 역량을 이전했다. 사과대 학생회장 이연상(사회·07)씨는 “사과대의 경우 과체제로의 전환과 반의 미래에 대해 오래 준비해왔기에 혼란이 적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씨는 “대학사회 내에서 학생들이 주체적 문화를 만들어 나갈 수 있는 기반이 바로 학과공동체”라고 강조하며 “더불어 학회와 소모임 등도 풍성해졌으면 한다”고 앞으로 과가 만들어갈 공동체 문화에 대한 기대감을 표했다.

*현재 사과대 반방 6개는 사회학과가 2개, 문화인류학과, 사회복지학과, 사과대동아리연합회가 각각 1개씩 사용하고 있으며, 나머지 하나는 세미나실로 사용중이다.


성공적으로 자리잡은 상경대 마이너리티 응통과

*상경대의 1반~5반은 독립 전 경영대 반에 해당한다.


상경대의 경우 내부에 2개 학과가 존재하는데, 규모가 큰 경제학과가 포함돼 총 5개 반으로 나뉘어 운영되던 상태였다. 지난 2008년까지는 학생들을 임의로 5개 반에 배정했다. 그러나 학과제 개편이 예고된 후 2009년 신입생을 받을 당시에 약간의 변화를 줬다. 향후 응통과와의 연계를 수월하게 하기위해 당시 응통과로 전공을 배정받은 수시생들을 6·7반에 각각 배정한 것이다. 그러나 이후 계속된 과반연계 논의에서 대부분의 반학생회가 응통과와의 연계를 원하지 않아 문제가 됐다. 대부분의 공동체 인원이 경제학과인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소수과에 속하는 응통과와 연계하는 것이 반가울 리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다행히도 응통과는 과학생회가 비교적 탄탄하게 서있던 상황이었다. 그래서 기존 반과 응통과를 연계하는 대신, 11반을 신설해 응통과 학생회를 중심으로 공동체를 운영하기로 협의했다. 응통과학생회 구성원들과 뜻있는 각 반 응통과 학생들이 모여 11반 집행부를 구성했다.
반이 신설되자 자치공간 또한 필요해졌다. 마침 상대본관 1층에 있던 응통과 학과장 사무실을 사용해도 된다는 허가가 났고, 이 공간이 응통과 과방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수진(응통·10)씨는 “과방도 넓고, 신설 반이라고 해서 딱히 불편한 점은 없다”며 현재의 공동체 운영체계에 만족을 표했다. 한편 11반의 경우 상경대 여타 반에 비해서 학회나 소모임이 부족했던 것이 문제로 지적됐으나 현재는 09, 10학번이 주축이 되어 학회와 소모임을 꾸려가고 있다.
상경대 학생회장 승현석(응통·08)씨는 “학과제 개편은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며 “상경대의 경우 각 반대표들의 의견을 모두 수렴해 어떤 반도 불만이 없도록 처리하려 노력했다”고 밝혔다.
한편 6~10반 소속 응통과 학생들과 응통과 새내기와의 교류가 부족한 점은 여전히 문제로 남는다. 또한 응통반의 신설로 기존 6~10반의 인원이 70여 명에서 45명으로 줄어 반의 유지가 힘들다는 말이 많다. 이에 승씨는 “반의 통합은 차차 고려해보겠다”고 전했다.


학과공동체가 만들어 갈 또 하나의 길

대학이라는 하나의 사회. 이 안에서 자치공동체가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터전이 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또한 각자 다른 사정과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 하나의 공동체를 운영하는 것 역시 쉽지 않다. 급작스러운 체제 변화에 공동체의 미래를 걱정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공동체가 뭐 그리 중요하냐며 냉소하는 사람도 있다. 과·반 공동체는 이들 모두의 생각이 만날 수 있는 장이 돼야 한다. 우리는 학과제 전환과 함께 공동체의 전환을 맞이하고, 이를 통해 지금껏 학부제 아래에서 생겨난 공동체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어야 한다. 이에 학문과 생활이 일치하는 학과공동체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올해의 경험을 발판 삼아 이제는 ‘개인주의’로 유명한 우리대학교에서도 소중한 대학의 추억을 만들어줄 수 있는 생산적인 자치공동체 문화가 자리잡기를 바라본다.


이수현 기자 not_alone@yonsei.ac.kr
사진 이다은 기자 winner@yonsei.ac.kr

그림 김진목

이수현 기자  not_alone@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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