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의학전문대학원은 결국 실패작으로 끝이 났다.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역시 같은 행로를 걷는 중이다. 이번에 정부가 계획하고 있는 것은 교육전문대학원(아래 교전)의 도입이다. 기존의 교대와 사범대를 통폐합해 대학원 수준의 교육을 받은 이들이 교직에 진출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교전이 의학전문대학원, 법학전문대학원과 같이 기존 체제에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교전의 가장 큰 문제점은 구체적인 상이 없다는 데 있다. 교전 구조의 구상을 살펴봐도, 학부 4년 과정을 마친 후 대학원에 진학해 석사 2년 과정을 밟는 ‘4+2모형’부터 대학 1학년 과정부터 6년 동안 교사양성교육을 시키는 ‘6년제 모형’ 등 다양한 방안이 존재한다. 여기에 기존 교원양성체제를 폐지하고 교전 체제로 일원화할 것인지, 현재 분리돼 있는 초·중등 과정을 통합할 것인지 등을 고려하면 모형은 더욱 복잡해진다.
더욱이 문제는 교전을 통해 양성하고자 하는 교사의 상도 불분명하다. 지식기반사회라는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교사에게 어떤 역량이 필요한지, 학교 현장에서는 어떤 능력을 갖춘 교사를 요구하는지 명확히 해명하지 못한 채 외국의 추세만 좇고 있다.

정부는 ▲교원양성과정의 전문성 향상 ▲교육과정의 내용 증가 ▲교육현장과 연계한 체제 마련 ▲창의적이고 다양성을 갖춘 교사 확보 ▲교원의 사회적 지위 향상 등을 교전 체제의 필요성으로 꼽는다.(김병찬, 2010)
그러나 개편에 앞서 현재의 체제에서 위와 같은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가를 타진해 봐야 한다. 교원의 질을 높이고 전문성을 강화하는 것은 현 체제에서도 가장 중요한 목표다. 창의적이고 다양한 교육과정이나 부족한 교육실습에 대한 요구 역시 오늘 내일의 문제가 아니다.
이렇듯 현 체제가 가진 문제의 원인을 추적하다보면 결국 한 가지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그것은 바로 교원의 과잉 양성에 따른 ‘임용 경쟁의 과열’이다. 최근에는 교원이 되고자 하는 모든 이들이 4년간 임용시험 준비에만 매달리고, 합격하지 못한 학생들은 졸업 후에도 ‘고시생’으로 노량진 학원가를 맴도는 것이 보편화됐다. 이런 상황에서 학부과정에서 다양하고 창의적인 교육과정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학교 측도 당장 코앞의 취업준비에 열중인 학생들의 눈을 돌리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닌 것이다.

따라서 무엇보다 교원 임용제도부터 바꿔야 한다. 의과대나 법과대가 전문대학원 체제로 전환됐다고 해서 기존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것처럼, 교전 도입 역시 기존의 과도한 임용시험 경쟁이 교전 입학을 위한 경쟁으로 옮겨가는 꼴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현 시대의 대학 졸업생은 절반이 비정규직에 취업하고 나머지 정규직 취업자도 고용불안에 시달린다. 안정적이고 수익이 높은 직장에 가기 원하는 대학생들에게 대학은 ‘취업준비기관’으로 전락한 것이다. 이때 무엇보다 교사 양성체제 개편의 초점은 ‘어떤’ 교사를 양성할 것인가이다. 전문성이나 현장 적응력이 뛰어난 사람도 중요하지만 아이들을 교육하는데 필요한 것은 교사로서의 사명감과 ‘열정’이다. 교원양성기관은 교직이 꿈인 학생들에게 ‘아이들과 함께 배우며 꾸는 꿈’은 어떤 것인지, 그 꿈을 향해 한걸음씩 나아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끌어주는 곳이어야 한다. 학생들의 숨은 열정을 찾는데 도움을 줘야 하는 것이다.

열정있는 교사를 체계적으로 양성하고, 이들이 학교 현장에서 자신의 꿈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 이것이 바로 우리 교육을 살리는 지름길일 것이다.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최민선 상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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