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산부인과학회는 지난 5월 ‘퍼플리본 캠페인’을 시작했다. 올해부터 매년 5월 셋째 주에 진행될 예정인 이 캠페인은 여성암 중 사망률 2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비교적 잘 알려지지 않은 자궁경부암에 대해 알리고 검진율이 낮은 20~30대 여성들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김상운 사무총장은 “많은 여성질환들이 젊을 때부터 정기검진을 하면 예방효과가 크다”며 대학생들도 산부인과 검진을 받을 것을 권했다. 그러나 이러한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많은 여대생들이 병원을 찾기를 꺼린다. 산부인과는 임신한 여성들만 찾는 다는 인식이 미혼 여성들로 하여금 산부인과 문턱을 넘는 일을 어렵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 놓인 여대생들을 대표해 10학번 새내기 기자가 직접 산부인과를 방문해 검진을 받아보기로 했다. 미혼여성을 대상으로 한 가장 기본적인 검진은 초음파 검사와 혈액검사라고 한다. 기자는 인터넷을 통해 신촌의 산부인과를 수소문한 끝에 신촌역 근처 S산부인과로 결정했다. 방문 전 인터넷사이트의 예약 게시판에 평소 생리통이 심했던 기자의 고충을 적고 예약을 완료했다.

예약한 날짜가 다가와 초조한 마음으로 병원을 찾았다. 산부인과와의 인연은 20년 전 태어나며 맺었던 것이 마지막이라 그곳에서 무슨 일이 생길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잠시 기다리자 접수대에서 이름이 호명됐고 전문의와 오늘 받을 검진의 기본적인 사항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혈액검사는 난소암 유무를 가리기 위한 것이고, 초음파 검사는 자궁에 근종이나 난소에 혹이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한 것인데 항문 또는 질을 통해 검사한다고 했다. 검진 받는 여성의 성관계 여부에 따라 추가적인 암 검사가 더해진다. 그렇게 접수를 마치고 이유 모를 공포에 휩싸여 호명되기를 기다렸다. 내 나이 꽃다운 스무살, 산부인과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미 부인과 질병에 걸려버린 느낌이라 불안감은 점점 더 증폭됐다.

먼저 초음파 검사를 받기 위해 탈의실로 가 아래를 모두 벗고 발목까지 오는 긴 치마를 입었다. 두려운 마음으로 검진실 문을 열자 특이한 모양의 의자가 보였다. 치과 의자처럼 생겼는데 다리를 벌려 고정하는 받침대가 추가된 형태였다. 좋지 않은 예감이 든다. 예감적중, 간호사가 의자에 누워 다리를 벌리라고 한다. 겁에 질려 검사가 아프냐고 묻자 간호사는 태연하게 “불편할 수 있어요”라고 대답한다.

이윽고 냉철한 표정의 여의사가 들어와 초음파 검사 도구를 항문에 집어넣는다. 간호사 말대로다. 아프지는 않지만 확실히 ‘불편’했다. 마치 배변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몰려왔다가 사라졌다. 윤활제를 바른 탓에 시원한 느낌이 들었다. 기분이 묘하다. 이 와중에 그나마 여의사라 다행이라는 생각을 한다.

누워서 눈앞의 스크린을 보자 나의 자궁과 난소가 보인다. 혹이나 다른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다. 스크린을 보던 의사가 “생리하실 때 아플 것처럼 생긴 자궁이네요”라고 말했다. 산부인과에 온 목적이 해결되는 감동적인 순간, 내 몸에는 전혀 이상이 없으며 단지 ‘자궁 모양’ 문제였음을 깨닫는다. 산부인과에 진작 왔으면 불안에 떨지 않아도 되었을 것을. 며칠 뒤에는 “난소암 혈액검사 결과, 정상입니다”라는 간략한 문자가 도착했다. 모든 검사 종료, 이제야 안도했다.

스무살 기자에게 산부인과 검사는 약간의 수치와 6만원이라는 비용을 수반한다는 점에서 그리 유쾌한 경험은 아니었다. 하지만 자신의 몸을 위해 한 번은 가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기자의 경우 마침 결과가 좋아 적어도 5년 동안은 다시 이 경험을 하지 않아도 되겠다 싶어 안심했다. 그러나 부인과 질병에 가족력이 있거나 성관계 경험이 있을 경우 1년에 한 번씩은 산부인과에 가는 것이 좋다고 하니, 참고하면 되겠다.

남혜윤 기자 elly@yonsei.ac.kr
자료사진 대한 산부인과 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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