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캠, 신촌캠, 신림동 고시촌…요즘 젊은 세대들의 동거문화를 엿보다

 

『개인의 취향』, 『풀하우스』, 『옥탑방 고양이』….

모두 미혼남녀의 동거를 소재로 한 드라마들이다. 이런 드라마들은 동거생활의 알콩달콩한 면면을 보여주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미디어의 영향일까. 동거를 바라보는 대학생들의 시선은 관대한 편이다. 실제로 성의식 설문에 응답한 우리대학교 학생 중 43.6%가 “동거를 할 의향이 있는가”를 묻는 문항에 “그렇다”고 답했다. 그러나 동거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는 것과 진짜 동거를 하는 것은 다른 법. 직접 학생들을 만나 실제 대학생들의 동거생활과 이에 대한 인식을 들어봤다.   

매지리 동거족,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우리대학교 원주캠퍼스의 경우 학생 대부분이 타지방생이다. 그래서 통학생은 거의 없고 대부분 기숙사에 살거나 인근 지역인 ‘매지리’에서 자취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매지리에는 동거에 관해 다소 관대한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동거 사실을 공공연히 밝힐 정도는 아니지만 동거족이 많은 것은 알 사람들은 아는 사실이다. 실제로 매지리의 한 아파트에서 남자친구와 살고 있는 전아무개(23)씨는 친구들에게는 굳이 동거 사실을 숨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매지리에서 동거는 크게 문제시되는 사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녀가 살고 있는 아파트에서 만난 김아무개(24) 커플은 완전한 동거 형태는 아니었지만 ‘거의’ 함께 살고 있다. 김씨는 기숙사생이지만 남자친구의 방에서 지내며 기숙사에는 거의 들어가지 않는다. 매지학사의 경우 기숙사비가 비싸지 않은 데다 집으로부터 의심을 피할 수 있기 때문에 들어가 살지 않더라도  일단 신청해두는 것이다. 김씨는 “이런 원주캠퍼스의 특징이 비교적 자유로운 동거 생활이 가능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존재하지만 눈치 보이는 신촌

그렇다면 신촌캠퍼스의 상황은 어떠할까. 우리대학교 뿐 아니라 인근에 여러 대학이 밀집해있는 신촌의 경우 대학생들의 수 자체가 클 뿐 아니라 대학 간 커플도 종종 보인다. 그러나 동거를 대하는 학생들의 태도는 앞서 살펴본 매지리와는 사뭇 다르다. 신촌의 동거 커플들은 동거를 한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크게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매지리에 비해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고 있었다. 이아무개(22)씨는 여자친구와의 동거를 진지하게 고민해봤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동거를 좋지 않게 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신경 쓰여 망설이다 결국 단념했다. 지방에서 올라온 김아무개씨(21)는 그와는 조금 다른 경우로, 현재 신촌에서 여자친구와 함께 살고 있다. 김씨는 “처음엔 혼자 살았는데 어느 때부터 여자친구가 놀러오는 빈도가 잦아졌고 얼마 안가 동거를 제안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둘 다 집에는 전혀 알리지 않았고 그것이 반드시 필요한 절차라고는 생각지 않는다고 했다.

장래 약속한 동거커플 많은 신림동

신림동 고시촌은 함께 살며 고시를 준비하는 동거족들이 많은 지역이다. 이진아(25)씨는 자신의 고시촌 입주 당시를 회상하며 “큰 문화적 충격에 휩싸였었다”고 말했다. 동거하고 있는 커플들이 생각보다 너무 많았기 때문이었다. 주위 몇 집만 둘러봐도 동거 중인 커플들을 쉽게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씨는 “공부에 전념하느라 연애할 여력이 없을 것 같은데 의외의 현상이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고시촌 거주 고시생인 김지영(28)씨도  비슷한 얘기를 전했다. 김씨는 “결혼을 약속한 남자친구와 함께 살며 공부하는 친구가 있다”며 “고시공부로 인한 외로움을 달래고 경제적인 부담도 줄이려는 것”이라 말했다. 김씨는 “같이 고시를 준비하는 고시촌 동거 커플들은 특히 장래를 약속한 사이가 많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박미래 기자 elf_in_miwoo@yonsei.ac.kr
일러스트 박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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