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성의식은 개방으로 황새걸음, 사회적 인식은 아직도 뱁새걸음

 

가장 기본적이고 보편적인 욕구인 동시에 가장 은밀하기도 한 것, 바로 ‘성(性)’이다. 아직 성적인 이야기를 스스럼 없이 털어 놓을 수 없는 한국 사회에서 연세인들은 성에 대해 어떠한 생각을 갖고 있는지 「연세춘추」에서 알아봤다. 설문조사는 이메일을 통해 지난 9월 13일에서 10월 4일까지 약 3주간 진행됐으며 1천287명의 학생들이 이에 답했다.

연세인 2명 중 1명, “나는 성경험이 있다”

성경험의 유무를 묻는 질문에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49.5%의 학생들이 “있다”고 답했다. 또한 “있다”고 답한 응답자 중 72.5%가 08학번 이상이라고 답해 고학번이 높은 비중을 차지한 것을 볼 수 있었다. 이에 대해 ‘행복한 성문화센터’ 배정원 소장은 “사회적 분위기 자체가 달라져 성관계를 맺는다는 것이 쉽게 받아들여지고 있다”며 “예전에는 공개적으로 등장하지 않았던 혼전 성관계가 대중매체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면서 사람들이 이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한 우리대학교 성희롱·성폭력 상담실 이정화 교수는 “실제로 성경험이 있는 학생들의 숫자도 늘어났지만 그 사실을 드러내놓고 이야기 할 수 있게 여건이 변한 탓도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사실은 “성경험이 있음에도 주변사람들에게 거짓말을 한 적이 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문항에서도 찾을 수 있다. “주변의 인식 때문에”라는 답변을 33.0%의 학생들이 선택한 반면 “사생활에 대해 말하기 싫어서”를 택한 학생은 40.8%로 가장 많았다. 이 교수는 이 결과에 대해 “성관계를 가졌다고 해서 안 좋은 낙인이 찍히거나 이상하게 보는 분위기가 아니기 때문에 주변의 인식의 문제보다 ‘이건 내 사생활’이라는 의식이 더 크게 작용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회는 ‘보수’지만 나는 ‘개방’

이런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은 한국 사회를 보수적이라고 평가했다. 전체 응답자의 67.0%가 한국 사회의 성개방 정도에 대해 보수적이라고 답해 아직 사회 전체적으로는 개방적이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에 비해 자신의 성개방 정도에 대한 평가는 개방적이라는 답변이 41.1%로 보통이라고 답한 26.8%와 보수적이라고 답한 32.0%보다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스킨십은 성관계까지, 원나잇은 애인이 없을 때?

자신은 개방적이라는 연세인의 생각은 다른 문항에서도 나타났다. 스킨십의 허용 범위를 묻는 질문에서 “성관계”라고 답한 응답자가 55.9%로 가장 많았고 “키스까지 가능하다”는 응답이 20.6%로 그 뒤를 이었다. 지난 2004년 7월 「연세춘추」 연애에 관한 설문조사에서 스킨십의 허용범위를 묻는 질문에 “키스까지 가능하다”는 응답이 54.3%로 가장 많았던 것과도 달라진 결과다. 또한 연애를 함에 있어서 성관계의 중요도를 묻는 질문에는 “꼭 필요한 것”이라는 응답이 37.0%를 차지한 데 비해 “절대 안된다”고 답한 연세인은 13.2%에 불과했다.

연세인들은 이성친구가 과거 성경험이 있는 것에 대해서도 높은 관용도를 보였다. 이성친구의 성경험에 대한 관용도를 묻는 설문 문항에서 “괜찮다”는 응답이 49.4%로 “안된다”고 답한 26.8%보다 월등히 많았다.

모텔에 가는 것에 대한 수용 수준은 “괜찮다”는 응답이 45.9%를 차지해 “안된다”고 답한 32.1%보다 많았다. 또한 원나잇스탠드에 대해서도 애인이 있는 경우에는 “절대 안된다”는 응답이 65.1%, “괜찮다”는 응답이 5.8%에 불과했지만, 애인이 없는 경우에는 “절대 안된다”가 32.9%, “괜찮다”가 33.1%로 큰 차이를 보였다.

학생들 따라가지 못하는 성교육

이렇듯 젊은 대학생들은 점점 개방적으로 변화하고 있지만 성교육은 이를 쫓아가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 받아온 공식적인 성교육이 충분했다고 생각한다”는 문항에 과반수를 훌쩍 넘는 85.6%의 연세인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또한 가장 실용적이고 도움이 되는 성지식의 출처를 묻는 질문에 “공식적인 성교육”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13.4%로 대중매체와 관련 책 항목에 밀려 세 번째를 차지했다. 이에 도지연(생명공학·09)씨는 “문화가 개방적으로 빠르게 변하는데 비해 성교육은 제자리걸음인 것 같다”며 “성교육 자체가 보수적이라 실생활에서 활용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문제”라고 결과에 동의했다.

이 같은 결과에 배 소장은 “상담을 받아 보면 학생들의 성지식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낀다”며 “학생들은 성에 관한 정보를 점점 더 많이 접하고 있는데 그에 비해 성교육은 충분하지 않아 잘못된 지식을 갖게 될 위험성이 매우 큰 것이 문제”라고 비판했다. 나아가 이 교수는 “사실 성관계를 맺는 과정에 대해서는 인터넷 같은 데에 충분히 개방돼 있고 접하기가 쉽지만 중요한 것은 의사소통인데 이것이 공식적인 성교육에서 매우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재은 기자 jenjenna@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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