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문과 사태 - 지난 2004년 독문과 김이섭 강사가 우리대학교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나는 고발한다’는 글을 올려 지난 2002년 독문과 교수임용과 독문과 교수들의 유럽문화정보센터 연구비 유용에 의혹을 제기했다. 결국 독문과 교수들의 유럽정보문화센터 연구비 유용 혐의는 학술진흥재단의 실태조사와 법원의 판결에 의해 사실로 드러났고 해당 교수 3명은 학교 측의 징계를 받았다.

연이은 비정규교수들의 자살로 비정규교수가 겪고 있는 어려움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 우리대학교 역시 이 문제에서 결코 자유롭지 않다. 지난 2004년에는 ‘독문과 사태’가 있었다. 6년이 지나면서 ‘독문과 사태’가 서서히 잊혀져가고 있는 지금, 우리대학교 독문과 강사였던 명지대 김이섭 비정규직 연구교수를 다시 만났다.

- ‘나는 고발한다’는 글을 쓴 이유는 무엇인가?
  나를 비롯한 비정규교수들이 노동의 대가를 제대로 받고 연세대가 진정으로 발전하기 바라는 마음에서 사건을 공론화했다. 그렇지 않아도 비정규교수들이 받는 강의료는 턱없이 적은데 비정규교수들의 연구비까지 착복하는 것은 참을 수 없었다. 또한 앞으로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연세대를 위해서도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다.

- ‘독문과 사태’ 당시 심경은 어땠나?
  물론 힘들었다. 처음 이 문제를 밝히기로 결심했을 때는 외로운 싸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나를 지지해줬다. 특히 당시 총학생회를 비롯해 학생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그 덕분에 비난이나 모함에도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었다.

- ‘독문과 사태’ 이후에는 어떻게 됐나?
  ‘독문과 사태’ 이후에도 연세대에서 전문연구원이긴 했지만 더 이상 강의는 하지 못했다. 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서 나를 받아줄 대학이 없을 줄 알았는데 지난 2005년부터 명지대에서 강의를 하게 됐다. 지금은 명지대 비정규직 연구교수로 글쓰기, 말하기 강의를 한다.

- 비정규교수들이 겪는 어려움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가?
  일단 강의료만으로 제대로 먹고 살기가 힘들다. 보통 한 학기에 2~3 강의씩 맡기로 계약하고 강의시간에 따라 강의료를 받는데 강의시간 외에 강의 준비시간과 연구시간까지 고려하면 지나치게 적다. 비정규교수는 학교에 직접 고용되긴 하지만 이름만 교수일 뿐 다른 비정규직과 마찬가지로 복지혜택도 없다.
  불투명한 교수임용과정도 문제다. 교수임용과정에 작용하는 인맥이나 연줄과 같은 그릇된 공동체의식은 비정규교수와 정규교수간의 종속관계를 공고화한다. 이렇게 공고한 종속관계가 논문 대필, 연구비 착복과 같은 교수 사회의 비리를 발생시키는 원인이 된다.

- 해결방안은 있는가?
  비정규교수들의 생계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우선 강의료부터 현실에 맞게 책정하고 궁극적으로 비정규교수들에게 교원 지위를 줘야한다. 국가에서 지원하는 각종 연구 프로젝트 중 유명무실한 것들에 들어가는 연구비만으로도 강의료 현실화는 충분히 실현 가능하다.  
 그리고 비정규교수의 지위 개선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교수임용과정에 객관성과 공정성이 담보돼야 한다. 그러나 교수임용은 아무리 제도를 개선해도 결국 정규교수가 결정하게 된다. 정규교수의 영향력이 제도를 뛰어넘을 정도로 크기 때문이다. 교수들의 의식이 바뀌어야 한다.

-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을 들려 달라.
  어려울 때 도와준 주위의 많은 사람들 덕분에 행복하다. 다른 사람들에게도 이런 행복을 전하기 위해 행복에 관한 에세이를 쓰고 있다. 지난 8월 에세이집「행복누리」를 냈으며, 현재 또다른 에세이집「인생의 지혜」를 쓰고 있다.
  또한 언젠가 학교를 떠날 때 사건 당시 받았던 후원금을 고마운 사람들인 학생들과 비정규교수들에게 반씩 나눠주고 다시 한 번 사회에 당시 사건을 환기시킬 계획이다.


박소원 기자 parksowon@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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