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의도 : 학내 구성원하면 흔히 교수, 학생, 교직원을 생각한다. 하지만 잊어버리고 있는 구성원이 또 있다. 학내에서 일하는 미화노동자, 경비노동자들이 바로 그들이다. 그들의 삶은 어떨까? 그들의 삶을 알아보기 위해 기자들이 직접 체험해봤다.

    ① 미화원 ㄱ씨의 일일
    ② 학교 지키는 경비아저씨는 누가 지켜주지?

 

 

“학생, 시간 맞춰 잘 왔네. 어서와” 아침 6시, 미화원 ㄱ씨와 만났다. 그러나 기자가 도착했을 때, 시간 맞춰 잘 왔다는 말이 무색하게 이미 그는 한창 청소를 하고 있었다. 우리대학교 미화원의 공식적인 근무 시작시간은 아침 6시다. 하지만 대부분 미화원들은 새벽 5시 30분부터 청소를 시작한다. 혼자서 정해진 근무 시간 동안 맡은 구역의 청소를 모두 해내는 것이 무리이기 때문이다. 미화원 고용 방식이 우리대학교가 바로 고용하는 직접 고용에서 용역 업체를 거쳐 고용하는 간접 고용으로 바뀌면서 전체 미화원 수는 대폭 줄어들고 미화원 한 명 한 명의 노동 강도는 세졌다.


ㄱ씨는 미화원들 중에서도 선임이라서 교수 사무실이 있는 층이 담당 구역이다. 교수 사무실은 교수마다 요구사항이 까다롭고 물건 하나라도 건드리거나 잃어버리지 않도록 조심해야하기 때문에 주로 선임이 맡는다. ㄱ씨가 교수 사무실에서 쓰레기통을 가지고 나와 기자가 끄는 커다란 쓰레기통에 쓰레기를 버리고 폐지는 폐지함에 모았다. 교수 사무실은 작아서 대형 강의실보다 청소하기에 더 수월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오히려 교수 사무실은 더 긴장하고 신경 써서 청소한다. 교수들이 미화원들의 실수에 항의라도 하면 미화원들은 경고를 받게 되고 경고가 누적되면 다른 구역으로 옮겨가며 심하면 해고를 당하기 때문이다.


아침 7시가 지나자 교수 사무실 청소가 다 끝났다. ㄱ씨가 쉬는 곳으로 갔다. 크고 아늑한 교수 사무실만 있다고 알려진 이 층의 어느 한 구석에 사람 한 명 겨우 누울 만한 쪽방이 있었다. 방바닥은 반짝반짝 거리는 교수 사무실의 바닥과 달리 그냥 맨 시멘트 바닥과 낡은 장판 바닥이었다. ㄱ씨는 조금 전까지 기자가 끌고 다녔던 폐지함에 수북이 쌓인 폐지들을 바라보며 아쉬워했다.


원래 학교에서 나온 폐지들은 미화원들이 따로 모아 개인적으로 팔아서 용돈으로 쓸 수 있었다. 그런데 지난 1995년 쓰레기 종량제가 실시되면서 학교는 폐지 처리 업체가 종량제 봉투를 사주는 대신 폐지를 가져가기로 하는 계약을 맺고는 폐지도 학교 재산이라며 미화원들의 개인적인 폐지 판매를 금지했다. 학교는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폐지를 처리하고 미화원들은 여전히 폐지를 따로 모으는 수고를 하면서도 노동의 대가는 받지 못하게 됐다. 그래도 처음엔 폐지 처리 업체가 미화원들에게 분리수거 수고비를 지급하기도 했지만 폐지 처리 업체가 몇 번 바뀌면서 이마저도 끊긴 지 오래다. 게다가 용역업체는 ‘폐지 및 쓰레기는 지정된 장소에 둔다’고 한 계약 내용에 따른 것뿐이라고 주장한다. ㄱ씨는 고려대 미화원들은 수고비를 받고 있다면서 새로운 폐지 처리 업체와 계약할 때는 반드시 미화원에게 수고비를 지급하도록 노조를 통해 학교에 요구할 것이라고 했다.


교수 집무실 청소를 끝냈다고 아침 할 일이 다 끝난 것이 아니다. 가장 힘든 화장실 청소가 남았다. 화장실 바닥은 물론이고 변기까지 걸레로 다 닦은 뒤 물로 헹군다. ㄱ씨는 손걸레로 세면대를 닦고 기자는 대걸레로 바닥을 닦았다. 사용한 걸레는 그냥 물로만 빨면 더럽고 냄새만 나기 때문에 항상 락스로 빤다. 그런데 지난 2008년 노조 설립 이전에는 락스가 충분히 지급되지 않아서 미화원들이 사비로 락스 값을 충당하기도 했었다.


아침 청소를 마치고 나니 거의 아침 9시였다. 아침 9시부터 10시까지가 미화원들의 식사 시간이자 휴식 시간이다. 미화원들은 건물 지하에 있는 미화원 휴게실에서 식사를 한다. 식사 후에는 아침 일찍 출근해서 쌓인 피로를 풀기 위해 잠시 아침잠을 잔다. 미화원들의 오후 일과는 오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오전에 청소하지 못했던 창문이나 계단 손잡이 등 담당 구역의 세부 청소를 하고 낮 4시에 퇴근한다. 
  요즘 학교를 바꾸는 데는 대학평가가 즉효라고 한다. 매번 대학평가 때마다 순위권에 드는 우리대학교이지만 미화원들의 노동 환경은 다른 학교보다 열악하다. 미화원들의 처우가 개선되려면 대학평가에 ‘학내 노동자 복지 수준’ 항목이라도 들어가야 하는가.

박소원 기자 parksowon@yonsei.ac.kr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