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의 0제곱은 1의 2제곱. 최저임금 ‘4 1 1 0ʼ원

 

 

‘투썸플레이스’에서 일하고 있는 A씨는 ‘멀티플레이어’다. 그는 짧은 시간에 8가지 일을 쉼 없이 한다. A씨는 손님에게 주문을 받자마자 에스프레소를 뽑기 위해 기계를 작동시킨다. 에스프레소가 나오는 동안 또 다른 손님의 주문을 받고는 베이커리에서 머핀 하나를 꺼내 전자렌지에 넣고 돌린다. 쉴틈은 없다. 그리고 바로 다 뽑아져 나온 에스프레소로 커피를 만들어 먼저 주문한 손님에게 준다. 그가 두 번째 커피를 다 만들었을 때면 머핀도 다 데워져 있다. 그것을 동료 종업원이 재빠르게 접시에 담아 커피와 함께 픽업대에 올려놓는다. A씨의 일은 이것뿐이 아니다. 그는 또한 콘디바*에 빨대와 휴지, 시럽, 물, 액상프림이 떨어지지 않도록 수시로 확인해야 하며, 손님들이 그냥 올려놓고 간 트레이*와 머그컵, 쓰레기를 일일이 치워야 한다. 주문이 없는 동안에는 수거한 컵과 접시들을 일일이 설거지를 하고 식기세척기에 넣는다. 그는 또한 틈틈이 내부 공간과 외부 테라스의 좌석들을 정리한다. 그 때 한 손님이 테이블을 닦아 달라며 A씨를 향해 말한다. 그는 걸레를 가져가 테이블을 신속하게 닦아준다. 청소를 하다가도 업소용 종량제 봉투에 쓰레기가 가득 차면 건물 밖 지정장소로 들고 나가야 한다. 그는 쓰레기를 들고 가면서 “제가 일하는 매장 안에는 화장실이 따로 없어서 다행이에요”라며 “화장실 청소가 제일 힘들거든요”라고 말했다. 정신없이 5시간을 일하고 A씨는 시간당 4천 500원을 받는다. 마지막 근무시간에 일할 경우에는 근무시간을 초과해서 일해도 시급은 딱 정해진 근무시간만 정산된다. 그는 “그래도 일한지 3개월이 지나니까 최저임금에서 이만큼이라도 올려준 것”이라고 말했다.

 


법정근로시간으로 벌 수 없는 생활비

 


우리대학교 재학생의 10명 중 3명은 과외를 포함한 아르바이트(아래 알바)로 생활비를 직접 번다. 과외로는 월 평균 10시간의 노동시간으로 평균 30만원을 버는 것으로 나타났다(지난 「연세춘추」 1611호 여론기획). 그러나 최저임금이 4천110원인 알바를 하는 학생은 이 30만원을 벌기 위해서 한 달에 약 73시간을 일해야 한다. 알바로는 등록금은커녕 기초 생활비조차 충당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한 시간 동안 일해서 번 최저임금으로 우리대학교 내에서 점심을 먹고 커피 한잔을 마시기에는 빠듯하다. 학생회관 카페테리아의 메뉴는 2천800원~3천200원, 프레프레의 경우 원래 가격에서 300원을 내린 것이 3천원~4천800원, 공학관이 2천800원~3천800원, 청경관은 1천500원~5천900원으로 가격이 매겨져 있다. 카페 ‘그라찌에’에서는 가장 싼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1천100원에, 가장 비싼 음료는 2천 300원에 팔고 있다. ‘할리스 커피’에서 6개월가  량 알바를 한 경험이 있는 B씨는 “청경관에서 새로 나온 주방장 샐러드가 4천500원이다”라며 “한 시간 동안 일해서 고급스러운 식사도 아니고 학교 밥도 못 먹는 시급을 받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런 시급으로 살아가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생활비를 어떻게 벌 수 있을 것인가”라고 불만을 나타냈다.

통학이 불가능한 학생들은 신촌 부근에 방도 구해야 한다. 신촌에서 자취를 하기 위해서는 평균적으로 보증금 1천만원에 월세 40만원과 관리비를 포함한 30만원이 생활비로 필요하다. 보증금을 뺀 70만원을 매달 벌기 위해서는 한 달에 약 172시간을 일해야 한다. 법정 근로시간은 휴게 시간을 제하고 1주간 40시간, 1일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즉 한 달로 계산한 160시간의 법정근로시간보다 12시간 초과하여 일해야 하는 것이다.

학생들은 생활비와 월세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학기당 평균 453만 7천원에 달하는 등록금이 필요하다. 단과대별로 다르지만 가장 낮은 문과대 등록금은 2010학년도 한 학기 369만 8천 700원이다. 최저임금으로 가장 낮은 등록금을 벌기 위해서는 약 900시간의 노동이 필요하다. 또한 매학기 내야하므로 두 학기의 등록금을 위해서 연간 1천800시간을 일해야 한다. 결국 한 달에 150시간을 일해야 다음 학기 등록금을 마련할 수 있다. 가장 비싼 치과대의 한 학기 등록금은 628만 1천700원이다. 최저임금으로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서 치과대 학생들은 1천529시간 동안 알바를 해야 하는 것이다. 두 학기의 등록금을 위해서는 3천58시간의 노동을 해야 한다.

 

 



등록금을 벌기 위해서 휴학은 필수

 

 


가정형편이 매우 어려워 부모님의 금전적인 도움을 받을 수 없는 학생들이 가장 큰 문제다. 우리대학교 자유(가계곤란) 장학금은 신청자의 80%까지 지급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사지도교수 김현상(학부대사회과학계열)씨는 “등록금과 생활비가 마련이 안 돼 알바를 하느라 휴학하는 어려운 학생들이 생각보다 많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알바로 한 달 생활비와 월세, 그리고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서 한 달에 322시간 이상을 노동에 투자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루의 절반을 학교에서 보내는 학생들이 스스로 일하여 자신들의 생활을 꾸려나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대학교 학생의 70%가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기대고 있다.

독일에서 온 교환학생인 다나(국문10)씨는 “한국 시급이 이렇게 적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는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독일에서 가장 시급이 낮은 알바를 해도 시간당 7∼8유로(한화 약 1만 2천원)를 받고 손님들이 주는 팁까지 계산했을 때는 9∼10유로(한화 약 1만 5천원)까지 받는다”며 “독일 대학생 대부분은 시간제 일을 해 생활비와 학비를 충분히 벌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와 국내총생산(Gross Domestic Product, GDP)이 비슷한 스페인의 최저임금은 3.84유로(한화 약 6천원), 우리나라보다 국내총생산이 조금 낮은 그리스는 4.28유로(한화 약 6천700원)다. 약 2.6유로(한화 약 4천100원)로 계산되는 한국의 최저임금보다 약 1.3~1.7유로(한화 약 2천원∼2천 600원) 모두 높다.


“교통비 1천800원도 비싸게 느껴져요”



알바는 학교 공부 이외에 많은 경험을 해볼 수 있는 유익한 기회로 포장되기도 한다. 하지만 노동 강도에 비해 터무니없이 적은 시급 때문에 많은 대학생들은 과외를 선호한다. A씨는 “수업시간에 교수님께서 사교육을 받고 대학을 온 너희들이 다시 사교육을 제공하는 것이다”며 “과외 말고도 다양한 경험을 공부 이외에 쌓길 바란다고 말씀하신 것이 알바를 하게 된 계기”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내 “시급이 적어 알바하러 가는 왕복 교통비 1천800원마저도 비싸게 느껴지는데 경험만을 위해서 어떻게 알바에 시간을 투자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프린터기 수리 알바를 한 경험이 있는 C씨는 “출장까지 나가는 알바였는데도 시급 3천800원을 받았다”며 “일이 고된 것 보다 내 노동의 대가에 대한 허무함이 커서 부모님으로부터 자립하고 싶은 의지마저 꺾이게 됐다”고 말했다. 또한 C씨는 “얼마나 힘들게 돈을 버는지 알았기 때문에 3천200원이면 먹을 수 있는 학교 밥도 사먹기 아까워 컵라면으로 때운 적도 있다”고 말하며 “마음까지 팍팍해지지는 않았으면 한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과외와 알바의 시급은 5∼6배 차이가 난다. 이는 육체적인 노동의 가치 뿐 만 아니라 정신적인 여유까지 보상받을 수 없는 것을 보여준다. 처참한 현실 앞에 희생돼야 하는 것은 대학생 알바의 외면할 수 없는 현주소다.

 

 

*콘디바 : 카페 한 켠에 마련된 빨대, 휴지, 우유, 물 등을 모아놓은 곳
*트레이 : 카페나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일컫는 접시나 컵들을 받칠 수 있는 큰 쟁반

 

 

주혜민 기자 hallo@yonsei.ac.kr
사진 박동규 기자 ddonggu777@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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