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기숙사의 숨결


연세인의 자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의 작가인 윤동주 시인. 어렵게만 느껴지는 대선배가 기숙사생활을 했던 일명 ‘긱사생’이라는 사실을 알고 나면 동질감이 생긴다. 그는 8평 남짓한 자그마한 기숙사 방에서 사색에 잠기기를 좋아했다고 한다. 이렇게 지방학생이라면 거치게 되는 기숙사. 연세의 역사와 함께해온 기숙사의 변천사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자.


[핀슨관]


1938년 연희전문학교 문과에 입학한 윤동주가 생활한 곳은 현재 신학관 앞에 위치한 핀슨관이다. 윤동주는 당시 남자 기숙사였던 핀슨관의 3층 꼭대기방에서 생활했다. 

△ 당시 핀슨관의 모습.


핀슨관은 1922년에 건립된 3층 석조건물이다. 이 건물의 건립을 위하여 자금 모금에 큰 공헌을 한 핀슨 박사를 기념하여 핀슨관이라 불리게됐다. 핀슨관은 처음에는 남자 기숙사로 건립됐으나 신과대, 음악관 등으로 사용되다가 현재는 법인 사무처에서 사용하고 있다.

△ 현재 핀슨관의 모습과 윤동주 책상의 모습(재연)

 


[치원관]

그렇다면 핀슨관이 우리대학교 최초의 기숙사였을까? 하지만 1922년 자료에서 핀슨관이 ‘신 기숙사’ 로 표기돼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1915년 연희전문학교가 개교하고 1922년 핀슨관이 건립되기까지 지방 학생들은 위 자료에서 ‘구 기숙사’로 표기돼있는 치원관에서 생활했다.

치원관은 1918년에 준공되어 1회 졸업생을 배출시킨 연희전문학교 최초의 건물로 한때 기숙사로 사용됐다. 하지만 현재는 안타깝게도 남아있지 않다.


[알로하]

그 다음으로 기록이 남아있는 기숙사는 알로하다. 알로하는 지난 1954년 하와이 교포들의 희사금으로 마련된 여학생 생활관이다. ‘알로하는 여학생의 공동생활을 통한 품위향상과 부덕의 함양을 목적으로 한 것으로 우리 대학교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처음 보는 일’이라고 『연희춘추』 제28호에서 전하고 있다. 또한 『연희춘추』에서는 알로하라는 이름의 유래도 전하고 있다.

ALOHA는 하와이의 토어로 인사말인데 일반으로 반갑다, 좋다는 뜻과 부덕이 높다는 뜻도 된다고 한다. 여학생 생활관을 『알로하』라고 이름하게된 것은 하와이에 거류하는 우리 한국부인 유지들이 동생활관의 신설을 통해서 금년 봄 푼푼이 모은돈 1000불을 기부해왔던것인데 이 정성어린뜻을 살리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 지난 1954년 11월 1일자 『연희춘추』

△ 알로하 개관식 모습, 이후 확장된 알로하의 모습, 알로하 명패 다는 모습.

“내가 여자 기숙사에 자주 갔었지” 마광수 교수(문과대·국문학)는 당시의 알로하에 대해 회고했다. “그 때 기숙사 통금이 10시여서 여학생들은 연애도 못했어” 당시 기숙사에도 통금이 있었던 모양이다. 한편 현재 무악학사의 통금은 새벽 1시다.


[선우학사]

그 다음으로 지어진 기숙사는 1962년 미국선교단체의 기부금으로 지어진 선우학사다. 이는 간호대생을 위한 기숙사였다.

△ 1985년 오픈하우스를 진행하던 선우학사의 모습.


[미우학사]


다음으로는 지난 1972년에 건축된 미우학사다. 미우학사는 미국 연합장로교 선교회에서 5만불을 기증해 건축됐으며 아름다운 벗을 사귀는 집이라는 뜻으로 미우학사로 이름 지어졌다. 
 


미우학사는 지난 1979년 10월 증축해 현재의 규모를 이뤘으며 1993년부터는 운동선수들의 숙소로 사용됐다. 운동선수들의 숙소로 사용되던 시절 당시 선수들의 인기를 보여주기라도 하듯 미우학사 주변에 아직도 낙서가 남아있다.

△ 농구대잔치 스타였던 김택훈을 향한 여학생의 마음이 아직도 남아있다.


미우관은 지난 2005년 전면적인 리모델링 공사를 통해 미우관으로 건물명이 변경됐으며 신문방송사무국, 평생교육원 등이 들어서있다.


[제중학사]


의과대 전용 기숙사인 제중학사는 의과대 동창회 사업의 일환으로 지난 1974년에 건립됐다. 제중학사라는 기숙사의 명칭은 의과대의 옛 명칭인 제중원의 이름을 따서 지어졌으며 우리나라 의과대 가운데 최초로 건립된 기숙사다.

제중학사는 지난 1998년에 난방․보온설비와 여학생 방 10실 증설 등 전면적인 개․보수 공사를 거쳐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법현학사]


의과대생들을 위한 제중학사가 있다면 법과대 학생들에게는 법현학사가 있다. 법현학사는 법과대학(당시 정법대학) 동창회 모금과 기성회 보조금으로 지난 1975년 건립됐다. 당시 법현학사는 수용규모가 121평, 10실로 수용인원이 20명에 지나지 않았지만 이후 1979년 11월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로 증축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국제학사]

지난 1987년에는 학위과정 또는 학문교류를 목적으로 우리대학교에서 수학하고 있는 외국인들에게 숙식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주식회사 ‘대우’가 국제학사를 건립했다.

△ 과거 국제학사의 모습과 현재 신축된 국제2학사의 모습.


지난 3월에는 국제2학사가 완공돼 총 645명의 외국인 유학생들을 맞을 수 있게 됐다. 특히 푸드코드, 편의점, 카페 등이 들어서 있어 학생들의 편의를 돕고 있다.

[무악학사]

현재 우리대학교 학생들이 사용하고 있는 기숙사인 무악학사는 지난 1989년 1학사를 시작으로 1998년 4학사까지 완공됐다. 현재 약 1천970 명이 생활하고 있다.


무악1·2학사에는 학부생 및 대학원생이 입주해있고 무악3학사에는 의예·치의예, 간호대 학생들이 거주하고 있다. 무악4학사 A동은 고시 준비 학생을 위한 학사로 일명 ‘고시동’이라 불리고 B동은 외국인 교원을 위한 학사다.

치원관부터 SK국제학사까지 우리대학교의 기숙사는 93년을 연세의 역사와 함께해왔다. 선배들의 생활이 묻어있는 기숙사에서 연세의 숨결을 느껴볼 수 있다. 기숙사생들의 품위 유지와 교양의 함양을 위한 ‘생활관’이었던 과거의 기숙사들처럼 앞으로의 기숙사들도 학생들의 품성을 교육하는 보금자리로 발전하길 기대해본다.


이해인 기자  olleh@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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