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서울시 마포구 성산동에 있는 작은 동네 뒷산, 성미산에 대한 갈등이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홍익재단이 성미산 숲을 베어내고 현재 홍익대안에 있는 홍익초등학교, 홍익여자중·고등학교를 이전할 계획을 세운 것에서부터 갈등은 시작됐다. 홍익재단은 성미산 부지를 매입하고 서울시로부터 학교부지로 용도를 변경 받았다. 이어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학교건축허가까지 받아냈다. 결국 지난 5월 말부터 홍익재단은 본격적으로 숲을 훼손하기 시작했다.

한편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성미산을 아끼며 지켜왔던 인근 주민들이 있었다. 이들은 땅을 구입하지는 않았지만 홍익재단이 땅 주인이 되기 이전부터 성미산을 가꿔왔고 성미산을 삶의 주요한 부분으로 여기며 지내왔다. 이 지역 주민들은 지난 2001년 성미산 정상에 배수지를 짓겠다는 서울시의 계획에 맞서 싸운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지역 주민들은 서울시에 청원하고, 용역에 맞서 나무를 지켰고, 성산동 인근에 배수지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입증해 성미산의 생태적 가치를 알리면서 결국 성미산을 자연숲 그대로 지켜냈다. 이때 1천 그루가 넘는 나무가 베였지만 주민들은 황폐해진 성미산에 다시 나무를 심어왔다.

이들은 홍익재단의 건축에 맞서 이번에도 다시  ‘성미산지키기 비상행동’을 시작했다. 매일 일인시위와 문화제를 열고, 서울시와 서울시교육청에 청원하고, 나무를 온몸으로 감싸며 공사를 막아왔다. 120일이 넘게 강행한 비상행동 과정 중 전기톱에 주민이 상해를 입는 등 여러 가지 사건이 있었다. 그러나 성미산 주민들은 위축되지 않았다. 오히려 지금 성미산 소식이 알려지면서 성미산 지킴이는 주민이 아닌 외부인으로 점차 확대되고 있다.

성미산을 둘러싼 갈등은 가치의 싸움이다. 홍익재단이 주장하는 것은 먼저 홍익초·중고 학생들의 학습권이다. 현재 홍익대 캠퍼스 안에 있는 홍익초·중고는 낡고 좁아서 학생들이 학습을 하기에는 열악한 지경이라고 한다. 이에 홍익재단은 성미산이 자신들의 사유지이기에 합법적으로 홍익초·중고 건물을 세우도록 용도변경과 건축허가를 받아 이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학생들의 등록금을 불법적으로 사용해 성미산 땅을 구입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별일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말이다.

반면 성미산 인근 주민들은 성미산의 생태적 가치와 성미산 마을 공동체의 가치를 지키자고 주장한다. 주민들은 먼저 북한산과 한강 사이를 연결하는 생태 축으로 비오톱 1등급을 유지하고 있는 성미산의 생태적 가치를 지켜내고자 한다. 또한 생태적이고 대안적인 삶을 꿈꾸는 마을 공동체의 가치 역시 지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마을 공동체는 지난 2001년 생태적이고 대안적 삶을 꿈꾸는 사람들이 성미산 인근에 자리 잡아 함께 아이를 키우면서 시작됐다. 마을 공동체는 공동출자한 공동육아어린이집, 대안학교, 생협, 극장, 반찬가게, 재활용가게, 카페, 식당이 있는 대한민국에서 손꼽히는 성공적인 곳으로 자리 잡았다. 이들에게 성미산은 마을에서 가장 소중한 가치이며 가장 필요한 공간이다. 이들이 만든 ‘성미산대책위’가 그 어떤 환경단체보다 창의적이고 힘차게 성미산을 지키고 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인 것이다.

한국사회에서 ‘땅 주인이 제 땅에 학교를 짓는 일’에 반대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그 무모한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 사회는 대답해줘야 한다. 아름다운 자연숲을 깎고 마을 공동체를 파괴하지 않고서는 학교를 지을 수 없는지, 학습권과 환경권, 마을 공동체의 가치 모든 것을 지켜줄 수는 없는지 말이다.

성미산대책위 언론홍보담당자 김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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