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교육과학기술부는 이달 초 30개 부실대학 명단을 공개했다. 이 대학들의 내년 신입생은 학자금 대출 제한 등의 실질적인 제재를 받게 될 것이다. 대학을 구조조정해야 한다는 여론 속에 이들이 구조조정의 1차 대상으로 부각된 것이다. 민간 전문가들로 구성된 대학선진화위원회가 교육 및 재무 지표 등으로 부실대학 판정 기준을 만들어 경영부실 여부, 입시 및 학사 관리, 재원 관리 등 학교 운영 전반을 조사해 부실대학으로 최종 판정한 것이다. 우리대학교에서 보면 강 건너 불구경일 수 있다.

우리대학교는 지난 8일 발표된 영국의 글로벌 대학평가 기관인 QS(Quacquarelli Symonds) 세계대학평가에서 142위를 기록했다. QS 평가는 대학의 글로벌 경쟁력을 평가하기 위해 4개 분야의 6개 지표를 평가해 전세계 학자와 기업인들이 순위를 매기는 방식으로 산출된다. 지난 주말 발표된 ‘더 타임즈(The Times)’ 세계대학평가에서도 우리대학교는 교육·연구·국제화 등 5개 영역에서 190위에 올라 200위권 안에 안착했다. 최근 몇 년 간 가시적인 발전을 이뤄낸 것이다. 축하할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평가에 따르면 우리대학교는 부실대학과는 거리가 먼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대학으로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순위가 좋은 연구와 교육여건으로 직결된다고 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우리대학교의 내면들을 파헤쳐 보면 부실대학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찾기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굳이 양자를 차별화하자면 ‘이오십보소백보(以五十步笑百步)’인 셈일 수 있다. 높은 등록금 의존도와 그에 따라 매년 계속되는 등록금 인상 실랑이, 교육과 연구 환경에 대한 최소한의 투자, 학내 구성원의 의견 소통 부재 등 부실대학들이 갖고 있는 문제점들을 따져보면 우리대학교도 예외일 수 없다.

이번 부실대학 명단 공개는 궁극적으로 대학 교육의 질적 향상과 재정 건전성 확보 등 대학 경쟁력을 높이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것이다. 이와는 상반된 것으로 보일 수 있는 QS나 더 타임즈 등의 대학평가 역시 대학 경쟁력 제고에 궁극적인 목적이 있다. 이번 학기 급작스럽게 실시된 강의평가 공개 역시 모 일간지의 대학평가를 의식한 결정이었다.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쏟은 노력은 평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다. 그러나 우리대학교이 진정한 글로벌 경쟁력을 가지려면 평기기관의 평가지표에 몸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어떤 평가지표를 갖다 대어도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내실을 부단히 다져야 할 것이다.

연세춘추 chunchu@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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