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비망록]

내가 「연세춘추」 기자로 활동하고 있다고 말하면 주변 사람들은 십중팔구 이렇게 묻는다. “학교 졸업하고 언론계로 나갈 생각 있나봐?” 그리고 나의 대답은 언제나 단호한 ‘아니요’다. 나와 취재는 가히 상극이라고 할 만한 관계이기 때문이다. 학생기자로 활동하고 있음에도 취재는 나에게 정말 언제까지고 미뤄두고만 싶은 일이었다. 하지만 내가 이렇게 ‘취재’라는 아이를 싫어함에도 ‘취재원’들은 날 사랑해줬다.

문화부 기자인 나는 부서 특성상 외부 취재원을 많이 만난다. 유명 음악가에서부터 전통 공예 장인까지 평소 만나고 싶다고 해서 쉽게 만날 수 없는 외부인사들이 내 취재원이었다. 그래서 처음 부기자가 되고 취재를 시작할 때 든 생각은 ‘일간지에 비하면 영향력도 떨어지고 아마추어인 학생기자의 취재요청을 쉽게 받아줄까’였다. 이 때문에 나는 더욱 소극적이었고 취재하기 전, 언제나 두려웠다. 이런 생각이 나를 더욱 취재와 사이좋게 지내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나의 걱정과 달리 취재원들은 나에게 아낌없는 사랑을 베풀었다. 정확히 말하면 그들에게는 단지 한 학생기자를 위해서 준 도움이었지만 잔뜩 움츠러들어있던 나에게는 크나큰 사랑이었다. 한 취재원은 “일간지 인터뷰는 귀찮아서 안 해도 「연세춘추」 인터뷰는 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또 다른 취재원은 서툰 내 인터뷰 요청에도 “어느 프로 기자보다 진심이 담긴 인터뷰 요청이었다”고 기꺼이 인터뷰를 수락했다. 학생기자라 힘들겠다며 걱정해주거나 우리대학교와 인연이 있어 나를 더욱 친근하게 대한 취재원들도 있었다.

이들의 이런 친절하고 따뜻한 말들은 무미건조했던 내 기자생활에 다디단 사탕이 됐다. 내가 너무나도 미워했던 취재는 오히려 나에게 만남이라는 선물을 안겨 줬다. 그리고 나는 이제야 그 선물이 내 옆에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아직 반 학기 정도 남은 내 기자생활을 마치고 나면, 취재원들의 사랑으로 예쁘게 포장된 선물을 들고 웃는 얼굴로 취재와 안녕할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너도 그렇게 나쁜 아이는 아니었어’라고.

이재은 기자 jenjenna@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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