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연기로 시야가 뿌옇다. 바닥에는 담배꽁초와 침이 가득하다. 그 옆을 지나가는 학생들은 오만상을 짓고 있다.

종합관-외솔관 연결통로에 위치한 출입구는 이른바 ‘담배계단’이라 불린다. 몇 십 년 간 학생들에 의해 담배피는 장소로 굳어진 이곳은 굳이 구분하자면 외부가 맞지만 출입구기 때문에 그 옆을 지나가는 학생들은 간접흡연에 노출된다. 문제는 출입구가 버젓이 흡연구역으로 변모한 곳이 이뿐이 아니라는 것이다.



공과대는 예외인 ‘건물 내 금연ʼ?



문과대는 ‘담배계단’을 필두로 외솔관 입구 옆에 마련된 벤치, 위당관 지하 출입구에서, 사과대는 연희관 앞뒤 출입구에서, 상경대는 상대본관 지하 출입구와 1층의 동서 출입구에서 많은 학생들이 흡연을 한다.

단과대 중 특히 남학생들이 많은 공과대는 흡연구역 문제가 심각하다. 공과대 건물인 제1,2,3 공학관은 출입구가 다른 건물들에 비해 많은데 모두가 흡연을 위한 장소로 사용되고 있다. 출입구 계단 아래로 내려가는 것도 ‘마다하는’ 많은 흡연자들은 출입구에 서서 담배를 피운다. 이런 식의 출입구 흡연은 담배 연기로 인한 간접흡연 문제뿐만 아니라 미관상의 문제도 발생시킨다. 널브러져있는 담배꽁초와 불결한 침은 드나드는 사람들에게 불쾌감을 준다. 또한 건물 내 금연이라는 표지판이 무색하게 공과대 내에서는 실내 흡연도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다. 제1공학관의 한 미화 근로자는 “새벽에 청소를 하러 와서 화장실에 들어가면 담배꽁초와 침으로 바닥이 온통 더럽혀져 있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어 “반드시 개선돼야할 문제”라고 말했다.

한편 상경대에서는 지난 6월부터 출입구 흡연을 자제하는 캠페인을 벌여왔다. 과거 상경대는 공과대 못지않게 출입구 흡연이 심각했었다. 이에 상경경영대 학생회는 상대본관 지하 1층 입구에 있던 휴지통을 치우고, 출입구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에 휴지통을 설치했다. 또한 출입구에 금연을 독려하는 입간판을 세우고 플랑을 거는 등의 노력을 기울여 왔다. 흡연자인 장준호(경제05)씨는 “확실히 출입구에서 흡연하는 학생들이 많이 줄었다”며 “차라리 흡연구역을 따로 만드는 것이 흡연자에게도, 비흡연자에게도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상경·경영대 학생회장 승현석(응통·08)씨는 “2학기에는 상대별관까지 캠페인을 확대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로 떠넘기는 흡연구역 지정



학내에는 공식적으로 지정된 흡연구역이 없다. 총무처 윤문식 차장은 “학교 전체적으로 흡연구역을 설정할 계획은 없다”며 “이는 단과대 및 각 건물에서 자체적으로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각 단과대 사무실에서는 예산 문제로 학교 전체적으로 시행해야 할 일이라는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사과대 행정팀 김기태 차장은 “흡연구역을 설정하려면 쓰레기통과 재떨이 같은 것들이 필요한데 단과대 자체의 예산이 적어 어려움이 많다”며 “학교 본부 차원에서의 캠페인 시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자체적으로 흡연구역을 실시하고 있는 대표적인 건물로 중앙도서관과 학술정보관이 있다. 학술정보원에서는 지난 2009년 설문조사를 통해 2010년 3월부터 △중앙도서관 출입구 오른편 △학술정보관 2층 출입구 오른편 △학술정보관 옥상정원 등 다섯 개 구역을 흡연구역으로 지정했다. 학술정보원 국민상 주임은 “통행에 지장이 없도록 최대한 출입구를 피해서 지정했다”며 “현재 대체적으로 잘 지켜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흡연권보다 타인에 대한 배려부터



학내 건물들을 이용하는 흡연자와 비흡연자들은 모두 그들의 권리가 있다. 이 둘의 권리 모두를 보장하는 길은 출입구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 흡연구역을 설정하는 것이다. 학교 본부 및 건물 자체 사무실에서는 팻말을 세우고 스티커를 부착함으로써 흡연구역과 금연구역을 구분할 수 있다. 또한 출입구 가까이에 있는 휴지통을 없애고 조금 떨어진 곳에 천막과 휴지통을 설치해둠으로써 흡연자들을 출입구에서 떨어진 곳으로 유도할 수 있다. 그 후의 일은 흡연자들에게 달려있다. 얼마나 이를 잘 지키고 의식적인 행동을 하느냐에 따라 학생들의 흡연할 권리 또한 보장될 수 있을 것이다.

이해인 기자 olleh@
사진 이다은 기자 win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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