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대학교 중앙도서관(아래 도서관)은 2만 8천여 명의 학생들에게 학습 공간 제공과 자료 대출 등의 각종 서비스를 전담하고 있다. 지난 2008년에는 학술정보관이 완공돼 학습 환경이 보다 개선됐다. 최첨단으로 설계된 덕분에 시설부문에서는 더할 나위 없다. 하지만 △도서 기증의 문제 △일반 서적 및 고서·귀중본 등 장서 관리의 부족함이 지적돼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본래 취지 무색한 ‘기증을 위한 기증’


도서가 기증되는 출처는 다양하다. 교수가 퇴임하면서 소장하고 있던 책들을 기증하기도 하고 정부 기관이나 기업에서 기증하는 경우도 있다. 뿐만 아니라 개인이나 외부 단체가 책을 보내오기도 한다. 기증 도서는 기증하는 이와 받는 이 모두가 기쁨을 나눈다는 데에서 의미가 깊다. 그런데 일부 기증자 중에서는 기증 도서의 본래 취지를 무색케할 만큼 ‘기증’ 그 자체만을 실천하는데 급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도서관에서는 기증을 하게 되면 기증자에게 감사장을 발급해준다. 그런데 이 감사장만을 바라고 기증하는 기증자가 있다. 학술정보원 학술정보지원팀 조봉규 차장은 “형식적으로 발급한 감사장을 하나의 경력사항으로 이용하기 위해 기증했던 분이 있다”고 말했다. 개인적으로 출판한 자서전 한 권을 보내고서 ‘왜 감사장을 발급해주지 않느냐’고 항의가 들어온 경험이 있다는 것이다. 개인문고에 욕심이 있는 기증자도 있다. 도서관 3층의 사회/과학기술자료실 한켠에는 기증 도서 서가가 마련돼 있다. 이곳에 보관되면 기증자의 이름이 걸린 서가에서 보관돼 말 그대로 ‘개인문고’가 마련된다. 이외에도 어떤 기증자는 몇 년간만 보관해달라고 요구했던 적도 있었다. 심지어 해외에서 책 수백 권을 도서관 앞으로 보내놓고 배송료를 학교 측에 청구한 기증자도 있었다.

받아보니 찢겨지고 오래돼 난감해


기증의 행위 자체에만 치중하다 보니 이처럼 기증된 일부 책의 상태는 참혹하다. 여기저기 찢겨있고 수십 년 묵어 그 가치를 잃은 것들도 있다. 조 차장은 “도저히 책이라고 볼 수 없는 것들”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기증 도서를 분류하기 위한 창고에 들어서니 여기 저기 작업을 위한 기증 도서들이 많다. 책들이 분류 작업을 위해 책수레에 실려 있고 일부는 아직 박스에서 채 꺼내지 못해 쌓여있다. 학술정보지원팀에 투입된 근로 장학생 여러 명이 동원돼 책을 분류하고 등록하는 등의 작업을 계속하지만 워낙 책들이 많아 끝이 없다.

기증된 책들을 살펴보니 출처가 다양한 만큼 사전부터 잡지에 이르기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그런데 한쪽 서가에 찢겨진 채 방치돼 있는 책들이 있다. 넘겨보니 낱장이 떨어져 훌훌 날아다닌다. 심지어 불에 타 책의 일부가 훼손된 것도 있다. 애초에 이런 상태로 기증된 것이다. 곁에 있던 학술정보지원팀 직원은 “이런 것도 들어온다”며 박스에서 빼곡하게 일본어가 적혀있는 수첩을 꺼내준다. 누군가가 일본어를 연습하기 위해 썼던 것이다. 그야말로 ‘책이라고 볼 수 없는 것들’이다. 뿐만 아니라 전시회에서 쓰였던 소책자나 발간 시기가 오래돼 아무도 찾지 않을 법한 책들도 여럿 발견할 수 있다.

기증 상태가 좋지 않다고 해서 도서관에서는 이를 쉽게 거절할 수 없다. 사정상 받기 힘들다고 했을 때 기증자가 학내 부처로 불만을 표해오기 때문이다. 조 차장은 “이처럼 필요 없는 기증을 거절할 수 없어 인력시간 낭비가 이만저만 아니다”라고 했다.

변질된 종이…장서관리 미흡


기증을 통해 꼭 필요한 책이 들어오기도 하고 때로는 귀중한 고서를 얻기도 한다. 이 경우 학술정보지원팀은 일반적으로 구입하는 책들과 같은 절차를 거쳐 서가로 보내고 있다. 하지만 얻기 힘든 자료가 들어와도 도서관의 장서관리는 미흡해 일부 도서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귀중본 중에서는 적절치 않은 보관방법 탓에 일부가 귀퉁이가 떨어져 나가거나 본문 내용이 찢겨져 있는 부분을 발견할 수 있다. 특히 습기와 산소에 예민한 고서는 보관 상태가 보다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서관 5층의 국학자료실에는 다른 자료실과 달리 가치 있는 고서가 다수 소장돼있다. 때문에 이곳의 자료는 대출할 수 없다. 학술정보원 측은 일부 귀중본의 경우 개별적으로 마련된 서고에서 나름의 항온·항습의 환경에서 보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학자료실의 자료들은 시대가 오래돼 종이가 누렇게 변질돼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책의 접합부위가 약해 낱장이 떨어져 나가거나 종이가 아예 바스라지는 현상까지도 보이는 서적도 많다. 책의 보수 작업이 시급한 것이다.

이와 같은 현상을 국학자료실 김명주 주임은 “책의 숙명과 같은 것으로 종이가 산화돼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설명하며 “수리 테잎을 이용해 보수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것은 최소한의 관리이기에 탈산처리*가 필요함을 시사했다. 그런데 현재 도서관에는 탈산처리를 위한 장비가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이에 김 주임은 “리모델링을 하게 되면 기계를 함께 마련해 작업할 계획에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장서관리는 허술한 측면을 보이고 있다. 보다 내실 있는 도서관이 되기 위해서는 외관뿐만 아니라 확실한 관리 체계가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기증 도서의 반입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전문적인 수준의 장서관리도 동반돼야 할 것이다.

박혜원 기자 lynsey@
사진 박동규 기자 ddonggu777@
그림 김진목
*탈산처리 : 종이에 포함돼 있는 산성물질을 제거하는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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