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의 위험에 교수, 학생, 교직원, 근로자 모두가 노출돼있다. 지난 5월, 일명 ‘연대 패륜남’사건이 발생했다. 같은 달 학내 한 부서에서는 교수가 임산부 앞에서 화분을 던져 깨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 뿐 아니라 교수가 공개적으로 학생에게 언어폭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이렇게 우리대학교 내에서 폭력은 과거부터 직간접적으로 자행돼왔다.

 

눈 깜짝 할 새에…

 

지난 5월 25일 아침 만취 상태의 남성이 우리대학교 공과대 건물로 들어왔다. 그는 여자화장실 앞에서 ‘남자화장실 문이 잠겨 있다’며 여성 미화 근로자를 폭행 했다. 하지만 가해자의 행방은 아직도 묘연하다. 대책위원회 정준영(사회06)씨는 “피해자가 원치 않아 공개수사는 힘들다”며 “서대문 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했고 현재 대책위의 특별한 활동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대문 경찰서 관계자는 “피해자나 학교 측으로부터 수사 요청을 받은 적이 없다”며 “현재 어떠한 수사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간접적인 폭력 또한 발생하고 있다. 지난 5월 말 우리대학교 한 부서에서는 교수가 임산부 앞에서 화분을 깨는 일이 있었다. 해당 부서에 용무가 있었던 김아무개 교수가 여러 차례 문의전화를 했지만 업무 과다로 인해 처리가 지연된 것이 시발점이었다. 김 교수는 느닷없이 해당 부서를 방문해 노발대발하며 화분을 깨뜨리곤 자리를 떴다. 문제는 당시 사무실에 임신 중인 교직원도 있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여러 교수들의 중재를 통해 약 한 달 뒤 해당 부서에 사과를 했다.

 

‘애나 잘 키울’ 여학생?

 

한편 학내에서 언어폭력 또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 교양과목에서 교수의 수업 내용에 반박했던 학생은 해당 교수로부터 ‘네가 나를 반박하려거든 내 위치가 됐을 때 해라’라는 말을 들어야 했다. 당시 이 수업을 들었던 정아무개씨는 “수업 맥이 끊기고 약간은 차가운 분위기가 조성돼서  불편했던 것은 사실”이라며 “그렇게 공개적으로 무안을 주실 필요는 없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 2008년에는 인종차별 및 여성비하 발언을 한 교수도 있었다. 상경대의 ‘거시경제원론’ 수업 중에 아무개 교수는 “못사는 흑인에 비해 잘사는 백인들은 집에서 살림을 하기 때문에 실업률이 높다”고 말했다.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 이 말을 학생들에게 적용해 “여기 앉아있는 여학생들 역시 굳이 취업하려고 아등바등하지 말고 집에서 애나 잘 키워라”라며 여성 비하 발언을 했다. 당시 이 수업을 들었던 이아무개씨는 “문제가 될 수 있는 발언을 하고 호응을 유도한 것은 교수의 권위를 남용한 일종의 폭력이라고 생각한다”며 불쾌감을 표했다.

 

무용지물로 전락한 안전 설비

 

학교는 폭력 사건에 대처하기 위해 비상전화 총 12대를 설치해 두고 있다. 그러나 50여대가 설치돼있는 이화여대에 비교해보면 턱없이 부족한 숫자다. 그나마 있는 12대 중에서도 상대주차장 지하3층, 삼성관 옆, 청송대 옆 길가, 무악학사 가는 길에 위치한 비상전화는 고장이 난 채 방치돼있다. 나머지 8대의 비상전화도 전혀 관리가 되지 않고 있다. 대부분 거미줄이 쳐져있고 심한 곳은 전화기에 곰팡이가 슬어있는 경우도 있었다.

한편 우리대학교 경비업체인 ADT캡스에 대한 홍보 부족도 문제다. 무인경비시스템 업체인 ADT캡스는 학내에 위치해 있어 외부에 있는 경찰보다 위험에 긴급하게 대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학생들 사이에서 이용률은 매우 낮다. ADT캡스 CS3팀장 유제용씨는 “학생들이 실제로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지 않아 학생들을 도와줄 수 없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대기‘타며ʼ 속‘타는ʼ 상담 신청자들

 

언어 폭력 등 정신적 충격을 받은 피해자가 찾을 수 있는 곳은 연세상담센터(아래 상담센터)다. 하지만 정기 상담을 신청하고 상담원을 배정받기까지 몇 주에서 길게는 몇 달까지 기다려야 한다. 상담센터 이경아 전임상담원은 “최근 대기기간이 줄긴 했지만 인력 및 공간 문제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며 “위급도에 따라 먼저 배치를 할 수도 있지만 접수 면접자의 주관적인 판단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사실상 어려운 점이 많다”고 말했다.

폭력은 학생을 비롯한 연세 구성원들이 언젠가는 마주할 수 있는 문제다. 학교에서도 나름대로 대책을 마련하고는 있지만 역할이 미미하기만 하다. 현실적으로 연세 사회 내에서 발생하는 폭력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비상전화의 철저한 관리 및 확대 설치 △경비업체 이용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 △상담센터의 공간 및 인력난 해소 △폭력 발생 이후 적극적인 해결 노력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가 될 수 있는 연세사회 구성원들의 서로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 우리 내부의 폭력을 막는 근본적인 대책이 될 것이다.

 

이해인 기자 olleh@
사진 이다은 기자 win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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