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로 도둑 못 잡아요”

학교도 안전하지 않다. 현재 외부인은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고 자유롭게 학내에 출입할 수 있다. 악의 없는 사람이 대부분이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드물지만은 않다. 그러나 문제를 일으키는 외부인에 대한 대책은 전무하다. 학생들이 실제로 피해를 입는 사례가 발생하는 가운데 외부인 제재에 대한 요구가 다시금 대두되고 있다.

 

난데없이 나타나 '성희롱'


지난 4월 중순 한 수상한 사람이 중앙도서관 로비에 나타났다. 그는 로비에 있었던 여학생들에게 “혹시 영등포에 사느냐”며 물어보고 다녔다. 신고가 들어오자 그 수상한 사람은 “나가려고 했다”면서 빠르게 자리를 떴다. 수상한 사람이 중앙도서관 로비로 들어오기까지 그를 제지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학생증을 인식하는 도서관 출입시스템도 소용이 없었다. 용무가 있는 외부인을 위해 입구의 데스크 쪽 출입 시스템은 항상 열려 있어 학생증이 없는 사람도 중앙 도서관 로비까지 들어올 수 있는 것이 문제였다.

지난 4월 독문과 ‘독어연습(5)’시간에는 이상한 청강생이 들어왔다. 이 수업을 맡은 미햐엘 파울루스 초빙교수(문과대독문학/철학)는 “그 사람은 자신을 철학과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고 소개했다”고 말했다. 이 수업을 수강한 김성수(독문·07)씨는 “당시 ‘독어연습(5)’는 C1* 이상의 학생들이 회화를 연습하는 시간이었다. 그런데 회화를 전혀 못하는 사람이 들어와 수업의 흐름이 끊긴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언급했다. 독문과 학생회장 최윤희(독문08)씨는 “그 사람은 독어연습(3)등 다른 수업시간에도 들어왔다”며   “여학생들에게 대뜸 반말로 외모에 대해 성희롱적인 발언을 한 적도 있다”고 했다. 철학과 사무실에 확인한 결과 이상한 청강생은 학생으로 등록되지 않은 외부인이었다.

정문과 가장 가까이 있는 공과대에는 외부인에 의한 피해사례가 가장 많다. 공과대 학생회장 김창민(세라믹08)씨는 “재학생도 아닌 사람들이 공과대 도서관을 이용하고 사석화도 서슴지 않는다”며 “사석을 정리하면 그들은 오히려 왜 책을 치웠냐며 따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한 공과대 자치 강의실을 외부인이 과외를 목적으로 빌리기도 했다. 공과대 학생회장 김씨는 “올해부터 강의실을 대여하기 위해서는 학생증을 대조를 거치는 등 절차를 강화했다”고 했다.

마치 우리대학교 학생인 척 학교 건물에 들어와 물건을 훔치는 외부인도 있다. 김씨는 “외부인에 의한 도난사건이 특히 많다”고 말했다. CCTV를 확인한 결과 공과대의 도난 사건은 주로 새벽에 30~40대 남성들이 저지르는 경우가 많았다. 공과대 건물은 밤 11시부터 새벽 4시까지는 학생증을 찍어야 출입이 가능한데 외부인들은 학생들의 뒤를 따라 들어오는 것이다.

학교의 한 관계자는 “학내에 정신이상자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배회하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하며 또한 “7년 전 학생회관 화장실과 학내 사무실에 외부인이 방화시도를 한 적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에 총무처 한태준 총무팀장은 “불특정 다수가 오고가는 캠퍼스에서 일일이 신원을 파악하기는 실질적으로 어렵다”며 “CCTV와 무인경비시스템을 도입해 학내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있으나마나 한 CCTV

 


외부인을 감시할 수 있는 장치는 학내 곳곳에 설치돼 있는 CCTV가 유일하다. 현재 CCTV는 각 건물들의 입구와 복도 등 실내에 집중적으로 설치돼 있다. 그러나 개인의 사생활이 중요하기 때문에 각 교실이나 중앙도서관과 학술정보관 열람실에까지 CCTV를 설치하기는 어렵다. 또한 건물 주변에는 조명이 밝지 않고, 예산이 확보되지 않아 설치하기에 한계가 있다.

그러나 이미 설치된 CCTV조차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문과대 학생회장 신희식(사학07)씨는 “외솔관 지하 사물함 앞에 사석정리를 해놓은 물건들을 외부인들이 종종 훔쳐간다”며 “CCTV로 확인은 가능하지만 그 외부인이 어떤 사람인지는 식별해낼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신씨는 “CCTV가 설치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각지대가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에 근절은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에 한 팀장 역시 “절도범은 CCTV로 볼 수 있는 경우가 많지만 화질이 좋지 않아 식별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하며 “범인을 잡기위해 CCTV필름을 경찰서에 넘겨도 전과자가 아닌 이상 찾기는 힘들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외부인에 대한 피해사례가 있다고 하지만 대학이 외부인의 출입을 무작정 제한할 수는 없다. 대학은 지역사회를 향한 열린 교육기관을 지향하기 때문이다. 공과대 학생회장 김씨는 “대학은 학생들이 내는 등록금으로만 운영되는 것이 아니라 국가로부터 일정액의 보조금을 받고 있다”고 말하며 “따라서 외부인이라는 이유만으로 학내로 들어오는 것을 완전히 통제한다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신씨는 “외부인들에 불만을 가지는 이유는 재학생들에게 피해를 주기 때문”이라며 “학내에서 아무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면 오히려 단과대 도서관에 지역민을 위한 자리를 마련하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캠퍼스 폴리스’, 대안이 될까?

 

지난 2009년 우리대학교는 지역민들과 가까워지기 위해 정문 쪽 담장을 허물었다. 이로 인해 지역민들이 더 자주 학교를 찾게 됐지만, 외부인에 의한 예기치 못한 사고가 일어날 확률도 더 높아졌다. 전북대 또한 올해 초 학교 담장을 허물고 열린 캠퍼스를 표방했다. 그러나 캠퍼스가 위험에 노출되는 수위가 이전보다 높아지자 ‘캠퍼스 폴리스’ 제도를 도입했다. ‘캠퍼스 폴리스’ 제도란 학내 경찰이 캠퍼스 곳곳을 돌며 안전시설을 점검하고 수상한 사람을 검문하는 것을 말한다. 한 팀장은 “카이스트나 전북대처럼 캠퍼스 폴리스 제도를 여건과 예산이 확보된다면 만들어야 할 때가 아닌가”라고 말했다. 가장 안전하다고 여겨졌던 교육기관도 위험에 자주 노출된다. 대학이 구성원이 아닌 타인에 대해서 폐쇄적인 입장을 보일 수 없지만 학생들의 최소한의 안전은 보장돼야 한다.

주혜민 기자 hallo@yonsei.ac.kr
그림 김진목

*C1 : 언어에 관한 유럽참조기준의 총 6단계 능력척도 중 다섯 번째에 해당. 모국어에 준하는 실력으로 대학에서 공부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자격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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