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상지대가 또다시 분규에 휩싸였다. 최근 교육과학기술부(아래 교과부)는 상지대 재단이사회를 새로 구성했는데, 과거 사학비리로 물러난 재단 이사장 아들을 포함시키는 등 실질적인 학교 경영권을 구 재단에게 돌려줘 반발을 사고 있다. 이미 여러 달 전부터 학내 구성원들은 이러한 사태를 막기 위해 농성과 시위를 계속해지만 결국 이번 사태로 갈등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이에 같은 고등교육기관으로서 우리는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으며 학생·직원·교수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와 정치권이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촉구한다.

부패와 비리로 분규를 일으켜 온 대표적인 사립학교가 상지대였다. 입학·인사·재정 비리에 교권탄압, 심지어 학내 용공 유인물 조작에 의한 학생회 탄압까지 저지른 결과 문민정부 사학비리 척결 제1호로 지난 1993년에 퇴출됐던 것이 바로 구 재단이었다. 임시 관선 이사가 들어선 이후 이 학교가 보여준 발전은 괄목할만한 것이었는데, 갑자기 17년 만에 구 재단이 복귀하게 됐으니 학교 구성원들의 반발은 당연하다.

이사를 선임한 것은 사학분쟁조정위원회(아래 위원회)이다. 위원회가 회의록을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선임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아마도 ‘정이사를 선임할 때는 구 재단 측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을 ‘구 재단 인사를 새 이사회에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는 것으로 오인한 것 같다. 그리고 위원회의 결정을 최종 승인하는 교과부 또한 구성원들의 격심한 반발을 보면서도 새 장관 취임 전에 서둘러 승인을 확정하고 말았다. 두 기관 모두 이번 사태에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파장은 작지 않을 것 같다. 우선 사립학교가 출연자 개인 것이라는 잘못된 인식과 함께 교육계에서 비리·부패로 추방된 경영진도 시간이 지나면 복귀할 수 있다는 무책임한 자세를 조장했다. 무엇보다도 유사한 이유로 퇴출됐던 구 비리 재단들이 줄줄이 회귀할 가능성이 커졌다. 그 경우 많은 대학에서 부패·비리가 재발되고 당연히 학내 분쟁이 재연될 가능성도 높은 것이다.

교육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사립학교의 투명성과 대학민주화가 필수적이다. 답은 간단하다. 지금껏 잘 운영돼 왔던 학내 구성원들의 의견을 존중하면 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위원회와 교과부는 이번 결정을 재고해야 하며 정치권도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아 즉각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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