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비망록]

‘생활의 달인’이란 방송 프로그램을 본 적 있는가? 설거지의 달인에서부터 명함홍보의 달인까지, 수십 년 간의 고된 수련(?)을 거쳐 전문가가 된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나온다. 그들의 빠른 손놀림과 화려한 몸짓을 가만히 보고 있자면 놀랄 ‘노’자가 절로 튀어 나올 정도다. 촬영을 하던 PD가 묻는다. “어떻게 하면 이렇게 잘할 수 있어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달인은 말한다. “보여 드릴게요. 저만의 노하우(Know-how)가 있죠.”

수십 년에 빗대기엔 ‘새 발의 피’지만, 어느덧 나는「연세춘추」에서 달인이라 할 수 있는 직함을 달았다. 바로 ‘정기자’다. 이젠 매주 금요일이면 한 주에 걸친 취재를 끝내고 기계적으로 기사를 뱉어낼 수 있는 내공이 쌓였다. 나름 노하우가 생겨 어떻게 아이템을 기획하고 취재할 지 그리고 최종적으로 어떻게 기사를 써야할지 가늠할 수 있게 된 셈이다.

그러나 이런 노하우가 좋지만은 않다. 노하우가 축적된 시간만큼「연세춘추」에 대한 열정은 반비례로 줄어들었다. 기자 생활에 익숙해지면서 언제든지 취재할 수 있다는 오만과 게으름이 ‘미루기 달인’을 만들고 있다. 반비례로 줄어든 열정은 또 다른 ‘노하우(No-how)’를 낳았다. 그러다보니 ‘어떻게든 하지 않고 버티기(No-how)’가 몸에 익숙해지면서, 결국 기사를 기계적으로 뱉어내다 못해 토해내는 반열에 오르게 됐다.

문제는, 기자만 위에서 말한 ‘노하우’를 발휘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취재원 역시 그렇다. “지금 시간이 없어서”, “자리에 없어서” 혹은 “할 말이 없는데….” 면전 혹은 귓가에 맴도는 취재원의 이와 같은 외마디를 듣는 순간, 그들과 나 사이에 있던 팽팽한 줄이 툭 끊어진다.

누구를 탓하겠는가. 취재원의 ‘노하우’를 1년 반이나 겪었음에도 금세 ‘미루기의 달인’인 취재원의 자세를 잊어버린 나의 오만과 게으름 때문인 것을 말이다. 그러나 자책한다고 취재원은 기자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그렇기에 진정한 달인으로 거듭나기 위한 노하우를 쌓기 위해 오늘부터 나는 고군분투다.   

웹미디어부 박리나 기자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