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의 눈물』,『승가원의 천사들』등을 기획한 MBC 정성후 CP를 만나다

‘재밌는’ 다큐 만들기에 모든 걸
다큐멘터리(아래 다큐)가 변화하고 있다. 지난 2월 선풍적인 인기를 얻은『아마존의 눈물』을 필두로 ‘다큐는 지루하고 무겁다’는 기존의 인식이 깨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회적인 흥행은 아니었을까’ 하는 우려와 달리 최근에 방영된 MBC스페셜『승가원의 천사들』,『헌터스』등이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시청자의 이목을 사로잡고 있다. 그 속에서 다큐 대중화의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는 MBC 시사교양1부 부장 정성후 책임프로듀서(아래 CP). ‘프로그램 기획’부분의 중심에 서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그를 통해 CP라는 직업 속에 녹아든 리더십을 통해 패러다임 전환의 자세를 엿보았다.

CP, ‘책임’이란 단어의 무게
올해 입사 23년차를 맞이한 그가 속해있는 부서는 시사교양1부. 이곳에서는 MBC 스페셜, 창사특집과 같은 중·장기 다큐들을 기획하고 제작한다.
상식적으로 PD라는 직업이 프로그램을 촬영하고 편집하는 연출자로서의 의미를 지닌다는 것을 누구나 아는 사실. 그렇다면 책임 프로듀서는 어떤 일은 하는 걸까? 기본적으로 CP는 방송 프로그램을 안분하고 PD들이 가지고 온 아이디어 중 어떤 것이 좋을지 방향을 잡아주고 조언을 해주기도 한다.
현장에서 취재·작업·촬영·편집이 PD의 역할이라면 CP는 다 편집된 결과물 형태를 연출자와 함께 얘기하며 방송이 나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정CP는 자신의 역할을 한마디로 “상명하달식으로 지휘하는 것이 아니라, PD들이 편안하게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는 조력자죠”라고 설명했다.
PD는 2~3달에 걸쳐 프로그램을 만드는 반면 CP는 매주에 방영되는 프로그램을 하나씩 검토하고 관리해야 한다. 이에 정CP는 다양한 부분에서 멀티테스킹과 더불어 책임감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그렇다면 책임감에서 파생되는 어려운 점은 없을까. 정CP는 “최근 기획자에게 중요해진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제작비에요. 바깥에서 제작비를 받아오는 것도 기획자의 일 중 하나로 바뀌었죠” 이는 외주 다큐제작사와는 다르게 공영 방송은 지원비가 지극히 한정 되있는터라 PD들이 제작에 있어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다.
그러나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다. 일례로 지난 2009년 9월,『아마존의 눈물』팀이 2차 촬영을 앞두고 있었던 시점에 정CP는 시사교양1부장 인수인계를 받고 있었다. 당시 아마존팀이 해외에 나가 있는 상태에서 더 많은 제작비를 지원해야할지도 모를 상황과 맞물리게 된다. 김진만PD가 2차 촬영 막바지까지 조에족을 꼭 촬영해야겠다는 뜻을 밝혔고, 부족과 접촉하기 위한 비용이 막대했기 때문에 촬영이 지연되는 상태였다. “조에족과 더불어 제작비 지원과 같은 현실적인 문제를 직접 확인할 수 없는 상태여서 더 막막했죠”라며 그때의 기억을 회상했다. “그때 기획자로서 판단할 수 있는 것은 PD의 ‘열정’이었어요. 아마존팀 김진만 PD가 조에족을 너무 찍고 싶어했죠” 연출자의 열정과 신뢰만을 보고 판단한 정CP는 시사교양국 전체의 제작비를 절약해가며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결국 그렇게 만들어진『아마존의 눈물』은 다큐의 대중화에 한 획을 긋는 엄청난 작품으로 탄생한 것이다.    

‘창조성’이 ‘당위성’의 꼬리를 물다
87년도에 입사해 어느새 ‘부장’이란 자리까지 오른 그가 최근 흥행하는 다큐와 맞물려 CP의 역량이 부각되면서 재조명을 받고 있다. 그러나 정CP는 연출자로서의 실력도 높이 인정받았다.
처음 PD라는 세계에 입문하기 전, 서울대 언론정보학과(당시 신문학과) 졸업 후 정CP는 대학원 진학을 했지만 현실적인 상황과 맞물리면서 취업을 해야 했다. 그러는 도중 대학 동기 중 한명이 PD가 됐다는 소식을 들은 후, 자신의 진로 방향에 대해서도 다시 고민하게 됐다. 정CP가 대학 시절부터 스스로에 대한 가치관인 ‘창조성’과 가장 잘 맞는 일을 고민한 끝에 그렇게 시작한 PD라는 직업.
시사교양국에 속에 있는 PD들이 한 부서에 고정돼 있지 않고 유동적으로 돌아다닌다. 정CP는 역시 주부들을 위한 매거진 프로그램 조연출을 계속 하다가 ‘PD수첩’에서 첫 연출을 맡게 된다. 당시에 PD수첩에서 최초의 여자PD라는 수식어가 붙게 되고, 지금까지도 정CP는 PD수첩과도 깊은 인연을 맺고 있다.
그는 여러 프로그램을 조연출, 연출을 한 능숙한 경험을 다큐에서도 발휘했다. 지난 2000년, 다큐에 처음 발을 들이기 시작한 정CP는 『이산, 두 여자 이야기』를 제작해 ‘아시안TV어워즈 다큐멘터리 부분 대상’을 수상했다. 
이후 지난 9월 CP발령과 맞물려 기획과 연출을 동시에 진행한 MBC 스페셜 『목숨걸고 편식하다』는 정CP의 그간 PD로서의 경험과 창조성이 가장 잘 융합된 프로그램이다. 그는 제작에 앞서 우리 사회에서 ‘골고루 먹어야한다’는 말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점에서 출발해 주변에 있는 당위성의 꼬리를 물어 질문을 이어 나갔다. 정CP의 이와 같은 생각은 ‘골고루 먹는다’에 대한 역편식의 개념을 통해‘목숨걸고 편식하다’라는 타이틀로 이어졌고 그의 역발상적 기획은 시청자들에게 새로움을 선사했다.

PD하고 싶어요? 그 전에 철이 들어야죠”
인터뷰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 정CP에게 대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물어봤다. 그의 키워드에 걸맞게 ‘창조적인 사람이 되세요’라는 말이 나올 줄 알았으나, 정CP는 전혀 예상 밖의 대답을 들려준다. “먼저, 철이 들어야죠”라는 짧은 한마디였다. “(PD를 지망하는 학생이라면)같은 인간으로서 타인에게 연민을 느낄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며 “단순히 PD가 되고 싶다한 친구들은 일종의 과시욕이죠,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자신만의 가치관을 세운 뒤 그에 맞는 직업을 정하는 게 순서라고 생각해요”라고 덧붙였다. 결국 자신에 대한 진정한 이해와 가족, 그리고 타인에 대한 이해 없이 무조건 앞만 보고 달려간다고 모든 게 이뤄진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박리나 기자 linapark@yonsei.ac.kr
사진 이다은 기자 winner@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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